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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사람들] - 규정되지 못한 자들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22:40

 

 

돌아보는 사람들   Regretters 

 

 

다큐멘터리/ 스웨덴/ 60분

감독 : 마르쿠스 린딘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돌아보는 사람들> 스틸컷

 

"돌이킬 수 없는. 돌아 볼 수밖에 없는"

   

영화는 덴마크에서 1960년대에 처음 성전환 수술을 경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둘은 선천적으로 남성의 신체를 타고 났으며 여성으로 수술했고 다시 남성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 영화가 특이한 점은 둘 다 원래의 성으로 돌아가려는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빨간 옷을 입은 올란드는 다시 남성으로 수술했으며 미카엘은 수술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수술대로 들어가는 미카엘이 나온다. 이 영화는 트렌스젠더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담고 있는 내용은 트랜스젠더로 구분 짓기엔 한정적이다.  그들은 트랜스젠더라는 성의 구분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을 시대에 수술한 자들로써 어디에도 소속된 성을 느끼지 못한다. 요즘 생각하는 트랜스젠더의 개념은 흔히 몸과 자신의 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미카엘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폭력 아래에 자라왔다. 때문에 자신에 나약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자신의 남성답지 않음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함을 느낀다. 사실 그가 바라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다운 남자로 인정받는 것, 자신의 나약함이 수용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사회에서 그는 놀림을 받거나 맞는 것이 미카엘로서의 삶이었다. 그래서 그는 미카엘라로 자주 분한다. 미카엘라로 분한 그는 어디에서도 사교적이며 수용 받는다 그리고 폭력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미카엘라로써의 삶은 미카엘 자신이라고 할 수 없다.

 

여자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다시 그는 노력을 한다. 미카엘일때 남성답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미카엘라로써도 여성답기위해 노력해야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남장 여자 클럽에서 도움을 받고, 가발을 쓰는 등 완벽하게 미카엘라로써 변한다. 그래도 그가 미카엘라로써 삶을 택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여성으로써의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는 '수용'이 필요했다. 한 번의 성전환 수술 후 눈을 뜬 후 그는 없어진 페니스를 보고 공황상태에 빠진다. 의사가 나에게 한번이라도 "당신의 선택에 확신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으면 어땠을까? 그는 돌아오지 않는 과거를 곱씹는다.사람들은 위로하는 듯 그에게 말했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위로'가 아닌 '지옥'이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돌아보는 사람들> 스틸컷

 

"규정되지 못한 사람들"

 

올란도는 동성애가 불법인 시대에 태어났다. 그는 공원에서 할아버지들에게 몸을 팔고 경찰관들에게 욕을 먹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여자의 삶을 택했다고 말한다. 여자로 수술한 그는 누가 봐도 고운 선과 외모를 지닌 여성으로 태어난다. 잡지에 모델로 실리기도 했으며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없이 여성으로써의 삶을 산다. 다시 태어난 그녀의 이름은 '이사도라''이사도라 던컨'의 이름을 빌렸다. 그녀는 무도회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결혼에 골인해 11년간의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물론 자신이 과거 남성이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미카엘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에 대해 미카엘은 이야기하지만 올란도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잘라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당신은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올라도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사랑받고 싶기 위해 새 삶을 선택한 그에게 사랑을 깨는 것은 금기와도 같았다.

 

남편은 그가 과거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혼생활은 막을 내린다. 올란도는 말한다. 그는 자신을 사랑했을 것이라고 아니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는 11년간 함께 일 수 있엇다고. 과거 남편을 이야기 하는 올란도의 입가에 번진 미소는 아직도 그 사랑 속에 녹아있는듯 황홀해보인다. 올란도는 자신의 신체를 부정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카엘에 말에도 단호하게 그것을 반박한다. 올란도는 삶을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사랑한다. 그는 여성임을 원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사랑되는 삶을 살기를 원했다. 남성으로 수술한 후에도 그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차림으로 주위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남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확고히 말하는 미카엘에게 올란도는 말한다. "나는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여성의 삶과 남성의 삶을 동시에 경험한 그들은 자신이 확고히 남성이지 여성인지 자신하지 않는다. 도리어 어느 쪽이 더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지에 대해 논한다.

   

그들은 아직도 어느 성에도 규정되지 못했고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되묻는다. 나는 어떤 성을 가졌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 지. 이러한 물음에서 나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올란도는 스스로 규정되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고 미카엘은 이런 나 자신을 받아들여줄 사랑을 아직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계속적으로 들리는 메세지는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라는 것이다. 어떠한 규정된 규범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놀림당하지 않고 부정당하지 않는 삶 그 자체를 그들은 갈망한다.

 

 

영화를 보면서 끊임 없이 나는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들의 아픔 중에 내가 박은 못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두 사람의 지난 과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살아온 시선'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 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