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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 박제된 공주 / 충심, 소소 / 플라멩코 소녀] 그녀들의 선택과 용기, 직면의 힘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10. 01:27

[그 여자, 박제된 공주, 충심 소소, 플라멩코 소녀]

트렌스젠더, 범죄에 노출된 여성, 불법 탈북자 여성, 취업을 앞 둔 여고생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네 가지 단편은 각각의 여성들이 사회에서 어떠한 약자적 위치에 처해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 여성인권영화제의 주제인 ‘직면의 힘’이라는 말처럼 어떻게 자신을 직면하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게 되는지를 그려낸다.

 


 

외면도, 내면도 진짜 여자가 된 <그 여자> 윤희        

 

 

 주인공 윤희는 누가 봐도 여자다. 동네에서 우유배달을 하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자연스레 대답하는 아주 평범한 여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트렌스젠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불편하다. 그래서 윤희는 호적정정신고를 더 간절히 원했고,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가족을 항상 그리워했다. 발목을 다치면서까지 남의 가정을 훔쳐보고, 그 가족이 상을 당하자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넋을 잃는다. 자신의 아픈 발목, 더 아픈 마음을 치료해주는 것은 엄마라는 사실에 눈물 흘리며 엄마를 찾아간다. 그녀는 두려워 피하기만 했던 남들의 시선에 비로소 정면으로 맞서며 진짜 여자가 되어간다.

 

 

 더 이상 공간 속에 갇히지 않을 <박제된 공주> 명진        

 

 

 주인공 명진은 돈이 없어 당장 셋방에서 쫓겨날 신세에 처해있다. 겨우 예산에 맞는 집은 열악한 지하 셋방뿐이고 싼 값에 이사하게 된 좋아 보이는 집은 섬뜩한 사연이 있는 집이다. 이 영화는 집 자체를 사회에 비유하고 있다. 가난한 여성의 삶이 어떤 밑바닥까지 경험하게 되는지, 그리고 여성들을 어떻게 범죄의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는지를 그린다. 오늘 만난 이웃여자가 싸늘한 주검이 될 수도 있으며, 나는 오늘 피해간 범죄이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여성의 안전에 대한 문제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모호하게 끝이 난다. 그녀가 그 집에 대한 사연을 알았든 아니든, 혹은 알고도 살기로 했든 아니든, 그녀는 스스로 이 무서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푸른 빛의 그녀, <충심, 소소>        

 

 

 이 영화는 대한민국에 사는 탈북자가 아닌 중국에서 떠돌아다니는 탈북자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실제로 탈북자들이 중국의 국경을 넘지 못하고 심각한 인권유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 탈북자 중 한 명인 소소는 충심의 별명이다. 가슴과 엉덩이가 작다고 붙여진 별명이었지만 그녀의 삶이 딱 小小다. 자유를 찾아 죽음을 각오하고 국경을 넘었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가혹하다. 그녀가 갈 곳이라고는 안마방들뿐이며, 아저씨의 말처럼 대한민국에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빛도 없고, 간다고 한들 그곳의 삶조차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충심은 하룻밤동안 현실과의 타협을 갈등하며 집안을 방황한다. 그리고 그녀는 죽어가는 화분들 속에 꿋꿋이 살아남은 식물처럼 끝까지 위신을 지키며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한다.

 

 

슬픈 처지를 극복한 <플라멩코의 소녀> 정혜        

 

 

 영화를 보면서 왜 플라멩코였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플라멩코가 안달루시아 지방 사람들의 집시의 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플라멩코는 집시처럼 방랑하는 정혜의 삶과 마음의 표현이었다. 모의 면접에서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편의점 사장 앞에서 한 마디 대꾸도 못하는 정혜는 면접관 앞에서 플라멩코를 추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자신감을 찾는다. 자신을 무조건 끝으로 내몰기만 하는 이 세상과 학교에 ‘나는 나야!’라고 맞서는 것이다.

 

그녀들이 선택한 인생은 더 고달파질 것이고 때론 후회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들의 선택과 도전은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고, 미래의 여성들을 위한 희망임이 분명하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