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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더 발전하는 영화제가 되길 응원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6:45

 

더 발전하는 영화제가 되길 응원합니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

 

 

올해 9월 25일에 8회 여성인권영화제가 열렸다. 개인적으로 여성주의 관심이 많고 영화계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는데 여성인권영화제와의 차이가 느껴진다. 여성주의, 동성애, 그리고 인권에 관련 된 작품이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다양했다. 『씨네21』에 출품 모집 공고를 본 후에 피움 공식 사이트에 방문했다. 봉사활동가 모집 공고가 발표됐을 때 지원했다. 나쁜 의미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여성인권영화제는 제목이 암시하듯 사회참여 작품 중심적으로 상영됐으므로 범위가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씨네21』에 발표되지 않았으며 잠재 활동가를 잃은 뿐만 아니라 공고를 통해 무료 홍보되기도 한다. 나는 『씨네21』 공고를 통해서 여성인권영화제를 알게 됐는데 자원봉사자 공고가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여성인권영화제에 대해서 배웠을 수도 있다.

 

더 영향력 있고 힘있는 여성인권영화제가 되었으면

 

그리고 홍보의 문제는 다른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관객과의 대화는 언론이나 SNS을 통해 영화 홍보를 무료로 얻을 기회인데 감독들이 다른 작품 촬영 일정으로 인해 여럿 빠졌다. 분명히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영화제의 인지도와 힘을 더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생각이 든다. 여타 영화제의 상영작 중에서는 차후 독립 영화극장이나 VOD서비스를 통해 배급된 작품도 있다. 감독들은 여성인권영화제를 볼 때 작품을 상영할 수 있을 기회뿐만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발전하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예산이 3천만원밖에 안됐던 독립영화인 <마녀>(유영선)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다가 CGV무비꼴라쥬는 배급하기로 했다. (무비꼴라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매년 한 작품을 선택한다. 그러나 유명하고 권력이 있는 영화제일수록 배급 기회가 많다는 규칙이 있다 – 특히 함께 하는 마켓이 있으면 그렇다) 또는 여성인권영화제가 확장하게 된다면 예술적으로 상업적으로뿐만 아니라 여성인권을 지지하는 행사로서 발전하고, 인권에 대해 사회 의식을 개발하기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상황이기도 한다 – 사회 의식을 개발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여성인권영화제가 커져야 하지만 일반적이고 국제적인 영화제에 비해 특수한 영화제이기 때문에 제한이 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외의 다양한 작품의 부재가 아쉽다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영화는 다큐멘터리이었고, 장편 극영화 하나도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 개인 취향인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보다 극영화가 감독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인 것 같지만 극영화에서는 삶의 한 부분을 확대하고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극영화가 상영 후에 주로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고 다큐멘터리가 끝난 다음에 사회 이슈에 관련된 운동자와 연구자 토론인 피움톡톡이 있었다. 그러나 피움톡톡처럼 극영화가 상영된 후에도 사회 이슈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보다도 극영화는 현실적일 수 있고, 참여 사실주의 같은 영화는 사회와 일반인들의 의식을 바꾸고자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영화의 이해는 어느 정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걸려 있으나 사회적 배경과 이슈의 현황을 알고 있으면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하게 관객들이 극영화나 동성애나 학교폭력에 대한 영화는 여성인권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연관성을 즉 권력과 폭력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피움톡톡이 더 많았으면 이 질문에 대답을 줄 수 있다.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던 대화 시간, 피움톡톡!  

그리고 사소한 불편함들

 

예를 들어 28일에 단편 극영화 몇 편 관람한 후 진행된 피움톡톡은 폭력의 권력과 성역할에 연관성을 효과적이고 설득력이 있게 설명했다. 그리고 사소한 불편이기는 하지만, 단편 모음을 상영할 때 단편 사이에 30초나 1분만이라도 내용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편 같은 경우에 인물들의 성격이 똑같고 하나의 테마이지만, 단편의 경우에 (특히 주제 대신 상영시간에 따라 묶어 있었기 때문에) 각자가 다양하고 연관성이 없을 때가 많았다.


이상하게도 평균 하루 2편을 봤는데도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었고 완전히 만끽하지 못했단 아쉬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 감정은 영화제에 대한 불만감이 아니라, 오히려 참여하기가 좋아서 더 오래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여성인권영화제를 통해 확장되는 사회의식

 

영화들을 관람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리뷰를 작성하면서 다양한 사회 이슈를 연구하기도 했다. 전에 문제였던 것을 알고 있지만 얼마나 확장됐는지, 개선을 방해하는 사회의식이 어떤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배웠다.

다큐멘터리 중에서 <수전 손택에 관하여>라는 작품은 제일 인상적이었다. 20세기 미국 지식인에 대하여 많이 배우기도 했고 손택의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또는 다큐멘터리로서 아주 잘 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손택을 너무 미화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그의 활동과 영향력을 설명했는데 그의 흠까지도 밝혔다. 흥미로운 내용뿐만 아니라 당시 인터뷰, 뉴스 영상, 사진과 편집을 통해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스타일을 갖는 영화이었다. 반면 <페미니스트에게 듣다>를 봤을 때 배운 내용 조금 있기는 있었으나 이론적 깊이가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들었다. 특히 역사를 너무나 미화한 것 같다는 불만이 있었다.

 

내 취향에 맞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편 극영화들을 아주 즐겁게 관람했다. 특히 <우리 공주님>, <수지>, 그리고 <여자도둑>을 제일 즐겁게 봤다. 폭력적이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서사와 촬영 기술이 훌륭하면서 (사실 기술만으로는 <23o> 제일 잘 촬영한 영화였던 것 같다) 사회 이슈에 대한 의식(의도적이든 아니든)이 담겨 있는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어도 즐겁게 봤던 작품도 있었다. 이 중에 <마침내 날이 샌다>는 대표적일 것이다. 관람하면서 여러 부수적 줄거리가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래도 많이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제 팜플렛에 실린 ‘프로그램 노트’는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었는데 도움이 됐다. 얼마나 동의하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마침내 날이 샌다> 다시 볼 기회가 생기게 되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프로그램 노트’는 평론보다 간단한 소개이고 정답은 아니지만 (<여자도둑>에 대해 나와 아주 다르게 이해했으나 나의 생각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 나눌수록 영화,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고 여성학과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 많다. 여성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이 두 관심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었다. 여성인권영화제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성차별과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를 계발하고자 한다. 다른 영화제에서처럼 좋은 작품도 있었으면서 실망한 영화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아주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기회가 생기면 내년에도 참여할 것을 희망한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스티어 프레드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