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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에 관하여] 수전 손택에 대한 은밀한 연구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23. 12:04

 

수전 손택에 대한 은밀한 연구

 다큐멘터리 <수전 손택에 관하여> -

 

 

<수전 손택에 관하여>는 낸시 케이츠 감독이 제작한 영향력이 많은 미국 지식인에 대한 장편 전기 영화다. 다루는 범위가 넓은 <수전 손택에 관하여>는 손택에게 학술적 예술적 영향을 끼친 사람들, 사적인 생각들, 애인들, 그리고 전문 활동을 다룬다. 9.11테러 사건 발생한 직후 손택은 미국 외무의 역할을 비판했으며 당시에 거의 금지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손택의 성숙한 정치 관점은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 15세였어도 내정 안에서 절정이었던 미국 반공주의 태도를 비판했다. 17세 때 결혼해 대학교 다니면서 아이를 낳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일년 동안 유학했을 때 그의 삶이 급변했다. 결혼 생활의 불만족감을 인정했는데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 이혼했고 동성애자들의 소수 문화를 알게 되었다. 특히 표면적인 보헤미아 스타일인 “캠프”라는 문화에 심취하게 되었다. 이 문화는 한 종류의 풍자적인 대중 댄디즘이었다. (캠프를 소개하는 시퀀스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이 나타나지만 와일드에 대해서는 캠프나 손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 그러나 손택은 와일드의 친구였던 앙드레 지드한테서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손택이 ‘캠프에 관한 노트들’을 작성했을 시점에는, 엄격하게 ‘고문화’만 다루던 학계의 시류를 볼 때 하위 문화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이 시대를 앞섰다. 하지만 이 리뷰를 작성하면서 수전 손택의 작품이 나에게 낯설단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 손택이 받은 영향과 학업에 대한 해석은 <수전 손택에 관하여>에 비롯된 것이다.

 

여러 분야, 여러 장소를 아우른 수전 손택

 

손택의 제일 흥미로운 특징 중에 그의 관심사와 재능의 다양성일 것이다. 북베트남과 유고슬라비아에 갔으며 손택은 정치 이슈에 대한 지식과 영향이 넓었음에도 영화 제작, 소설 창작 활동하고 문화, 병리, 영화, 그리고 문학에 관한 이론 여러 가지 개발하기도 했다. 예술가와 연애관계를 맺었으며 이 열정은 애인들까지 확장됐다. 또는 손택의 첫소설과 영화들에는 당시에 흥했던 누벨 바그와 누보로망한테서 받은 분명한 영향이 보인다. 전기 영화에서는 한 면담자는 그의 영화는 ‘베리만식’이라고 주장했으나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감독인 장 뤽 고다르의 영향이 언급되기도 한다. 유사하게 손택은 첫소설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명확한 서사보다 소설의 형식과 구조를 창의적으로 실험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소설에는 전통적인 서사 형태로 복귀했던 것 같다.


수전 손택이 그의 시대를 투영한다는 것은 60년대의 생산물이었단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시대를 앞설 때 많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2차 여성주의운동 이전, 보수적이었던 1950년대에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끝맺고 이혼한 것은 중요한 예다. 다시 말해 여성해방 전에 해방된 여성이었고 대중문화평론 생기기 전에 대중문화평론가였다.

 

현대 영화 평론에 큰 영향을 끼친 수전 손택


그리고 손택은 현대 영화 평론에 영향력이 아주 많다. 특히 고통의 시각적 묘사를 탐구하는 『타인의 고통』은 그렇다. 전쟁 사진과 동영상을 중심적으로 해석해서 『타인의 고통』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분석할 때 의미가 더 많을 것 같지만 평론가들이 극영화의 이해도 바뀌게 만들었다. 즉 영화 볼 때 폭력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장면이 나오면 관객과 영화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문의하게 된 것이다. 즉 어떤 장면은 시각적 쾌락, 혹은 불쾌감을 유발하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현대 평론가가 사용하는 『타인의 고통』은 롤라 멜비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인 영화의 가학증적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사용은 손택의 의도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타인의 고통』은 현대 영화 평론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수전 손택에 관하여>의 영어 제목인 ‘Regarding Susan Sontag’은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을 암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타인의 고통』처럼 영화에 객체 (타인 고통이나 손택의 삶)를 이미지를 통해서 전달되는데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에 관하여』(1970) 에서도 고통스러운 이미지는 주요 주제였으나 손택은 미학을 취급하기도 한다. 특히 『해석에 반대한다』 (1966)에는 예술을 논리적으로 해석할 때 그의 창의력을 통제하려고 하고 결국 속박하게 된다고 논한다. 때문에 손택에 의하면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이다” 대학원생으로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이 말과 너무나 공감했다.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론을 적용하기보다 학계에서 이론을 우선적으로 가져서 예술을 해석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꽤 많다. 이 작품이 대학교에서 일반적으로 무시되는 이유일 수도 있다 – 어느 대학원생이 이 책을 읽어서 공감하게 되면 학업을 포기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수전 손택의 삶과 지성을 솔직하게 그려내다


<수전 손택에 관하여>는 손택의 약점이나 모순을 회피하거나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면담할 때 손택의 친구까지도 소설가로서 그의 실력을 의심스럽게 보기도 했고, 지식인 속에 보헤미안, 보헤미안 속에 지식인이었다는 감정을 언급한다. 또는 타인의 고통을 많이 살펴봤는데도 고집스러움과 독립성으로 인해 주변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드러나는 것들이 영화 <수전 손택에 관하여>의 뛰어난 점이기도 한다 – 위대함과 흠을 동시에 인정하므로 <수전 손택에 관하여>는 완전히 인간다운 삶을 그린다. 때문에 손택과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나는 손택의 예술과 이론을 너무나 이상화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정도 <수전 손택에 관하여>는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손택의 삶과 작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손택은 “작가는 모든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론가, 소설가, 영화인, 지식인, 운동가였던 수전 손택은 이 말로 자기자신의 삶을 요약했던 게 아닐까 싶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스티어 프레드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