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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딸] 빛이 된 인도의 딸, 조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19. 13:28

빛이 된 인도의 딸, 조티

다큐멘터리 - <인도의 딸>

장미_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일요일 저녁, 친구와 영화를 보고 돌아가던 조티는 사설 버스를 탔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돌고, 조티는 6명에게 강간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피를 흘리는 조티를 죽었다고 생각해서 버스 밖으로 버렸다. 


빛을 의미하는 이름, 조티


조티는 하나뿐인 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아들을 선호했지만 조티의 부모는 아들이든 딸이든 똑같이 행복하다고 했다. 아빠와 길을 걸으며 달은 왜 뜨냐고 묻던 조티는 자라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있다면 교육 자금에 보태달라고 했고, 조티를 위해서 부모는 물려받은 땅을 팔았다. 그래도 부족해서 조티는 국제 콜센터에서 야간 조로 일하면서 돈을 보탰다. 서너 시간만 자던 조티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조티는 앓는 소리 없이,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일요일은 조티의 인턴 시작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6개월의 인턴 기간만 끝나면 조티는 자신이 바라던 삶을 살면서 행복할 수 있었다.



강간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문화, 여자는 남자와 동등하지 않다는 사고


가해자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강간도 여자에게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보통 여자는 9시 넘어서 다니지 않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외간 남자와 함께 외출한 조티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여자는 꽃이라서 언제나 보호해야 하고 보석이기 때문에 길바닥에 두면 개가 물어간다고 했다.


남자 눈에 여자는 그저 섹스 상대로만 보인다는 말. 이 말은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할 말이 못 된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까? 영화에서는 가해자들에게 범죄가 별일이 아니었던 건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 한낱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에도 책임이 있는 일이라고 했다. 가해자는 가난한 지역에서 자랐다. 폭력에 노출되었고, 교육을 받지 못하였고,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집에서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지내기도 했다. 가난하다고, 환경이 불우하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집안에서 여자를 향한 성적 괴롭힘을 보고 자랐다면, 여자 스스로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여성차별이 만연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범죄라는 걸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범죄의 씨앗이 심어질 수 있다.



“괴물 하나를 처치했다고 사회가 달라질까요?”


사건 직후에는 네루 대학의 학생들이, 다음에는 델리에 거주하는 2천여 명의 시민들이 분노했다. 시위대는 최루탄과 물대포에도 쓰러지지 않고 정의를 원한다고 소리쳤다. 사람들은 가해자들이 교수형에 처하기를 바랐다.


가해자는 그냥 벌어져 왔던 일인데 사람들이 일을 키운다고 했다. 강간당할 땐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 자신들에게 사형을 구형함으로 앞으로 강간범은 피해자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크린 가득한 가해자의 뻔뻔한 낯에 속이 울렁거렸다.


조티의 사건으로 사고방식이 변해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티는 평등을 알고 있었고, 가해자들은 평등은 모르고 있었다. 누구에겐 당연한 평등이었고, 누구에겐 당연한 불평등이었다. 


평등을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 작은 원인이라도 되었다면 모두가 평등을 알고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 사고방식의 변화로 예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돌연변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범죄의 씨앗이 싹을 트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회에 잘못이 있다면 사회가 변해야 한다. 


조티는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대하면 새로운 세상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조티 이후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