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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의대화] 우리의 엄마들에 대하여

한국여성의전화 2015. 9. 19. 14:03

우리의 엄마들에 대하여
-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생선구이 다리집/엄마의 사연첩
]



세경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족 안에서 엄마는 당연히 참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엄마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엄마도 한 사람일 뿐이다. 엄마의 삶 속에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엄마는 우리와 똑같이 삶을 살아내고 있다.





엄마에게도 삶은 어렵다 - <생선구이 다리집>, 김봉주

주인공은 바람을 피우다 이혼당하고 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생선구이 다리집’에 얹혀살고 있다. 방학을 맞아 찾아온 아들 은찬이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인공의 모습은 아들을 둔 엄마이지만 마치 사춘기 아들과 비슷한 또래 같아 보인다. 짜증을 내고 성질을 내고 엉엉 울어버린다. 주인공에게도 삶은 매 순간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왜 비린내 나는 생선구이집을 할까, 엄마는 왜 바람을 피웠을까 엄마가 싫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엄마에게, 아들 은찬이는 주인공에게 비린내가 난다고 짜증을 내지만 이미 자신들에게서도 비린내가 나는 것은, 엄마를 닮고 싶지 않아도 또 그렇게 엄마를 닮아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한 엄마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엄마 이야기 - <엄마의 사연첩>, 고동선

살다가 보면 좋든 싫든 엄마의 모습을 닮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와 잘 지내고 싶고 엄마를 더 이해하고 싶어 엄마의 사진 속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영화 속 엄마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의붓아버지와 살고, 엄마의 엄마는 자살하고, 남편을 바람을 피우고 모든 엄마들이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엄마를 발견한다. 남성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가고, 가부장적인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역할을 맡아 묵묵히 그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생선구이 다리집>의 은찬과 <엄마의 사연첩>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아들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엄마와 닮았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은찬, 엄마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 은찬, 엄마에게 해코지 하는 남자와 싸우는 은찬, 자신에게 비린내가 나는지 냄새를 맡아보는 은찬의 모습은 <엄마의 사연첩> 속 자신이 모르는 엄마의 삶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어릴 적 기억 속 엄마의 모습과 맞추어보는 그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엄마를 떠올리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있다.

샌드백같은 엄마와 나의 관계

9월 18일 금요일에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생선구의 다리집>의 김봉주 감독은 “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뒤틀린 순간을 맞는데, 이 때에도 화해가 필요없는 관계인 가족에 대해 나의 경험으로 시나리오를 풀어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평소 엄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의 성격이 저와 많이 닮았다. 저는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를 서로 번갈아가면서 오갈 수 있는 치고받는 샌드백 같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엄마의 욕이 더 힘이 될 때가 있다”고 밝혔다.

<엄마의 사연첩>의 고동선 감독은 엄마를 영상에 담게 된 계기에 대해,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엄마한테 짜증도 많이 내고 자주 다투었다. 엄마와 잘 지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엄마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또한 영화를 찍으며 엄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항상 속에 담고 참는 엄마를 닮아가는 것이 싫었다. 엄마가 교회에 다닐 것을 강요하시는 것도 너무 싫었고 상처였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엄마의 좋은 면들을 더 생각하고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