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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꿀잼을 만든다

한국여성의전화 2016. 10. 12. 03:09

페미니스트가 꿀잼을 만든다

-만화를 사랑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그녀가 꿀잼을 만든다>-

 

지원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가 개막을 알린 바로 다음 날인 10월 11일, 마리사 스토터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녀가 꿀잼을 만든다 she makes comics>가 상영되었다. 원제에 표기된 ‘코믹스 Comics’는 맥락에 따라 ‘만화’ 또는 ‘재미’를 뜻한다. 만화를 만드는, 재미를 만드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① 그녀가 ‘만화’를 만든다
오랜 만화의 역사 안에서 여성은 창작자, 편집자, 그리고 독자로서 활약했다. 그러나 만화를 그리는 여성 혹은 만화를 보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만화계의 여성들을 유별나고 독특한 존재로 만들었다. ‘여성의 일’이 아니라고 간주되는 분야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고충은, 만화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가 꿀잼을 만든다>는 편견에 맞서 원하는 일에 도전했던 여성들의 발자취를 담았다. 작가 라오나 프라돈과 마블팀의 마리 셰버린을 포함해, 만화의 역사를 이끌어 온 여성만화가들을 기념하고, 원더우먼, 메리 마블, 점프걸과 같이 강인한 여성캐릭터를 탄생시킨 그녀들의 작업에 주목한다. 이들은 동시대의 또 다른 여성독자,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고 희망이 되었다.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만화계에 진출해왔다”는 영화의 간단명료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만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여성에게 지지와 응원의 힘을 보탤 것이다.


② 그녀가 ‘재미’를 만든다
과장된 혹은 생략된 표현을 통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웃음의 소재로 만드는 만화에서 ‘재미’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이때, 무엇을 웃음거리로 삼는지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노골적인 조롱뿐만 아니라, 여성캐릭터는 늘 제한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재현된다. 타인을 비하하면서 얻어지는 ‘재미’는, 사실 타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기반으로 둔다. 여성과 여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여성에 대한 박제된 이미지만을 만들거나 여성을 나쁜 방식으로 희화화한다. 여성만화가들은, 스스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최초의 여성만화 ‘그건 내가 아냐’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녀들은 월경, 레즈비언 등 남성이 다루지 않는 영역을 이야기했고,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그렸다.


페미니스트가 만드는 꿀잼!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창작자와 평론가, 관객이 만났다. 관객들은 웹툰 <미지의 세계>의 이자혜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담게 된 계기를 궁금해 했다. 이자혜 작가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나, 희생하기 위한 여성캐릭터가 만연”한 상황에서 “여성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욕망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여성의 몸을 과장되고 잔혹하게 재연하는 영화들을 지적하며, “유머의 젠더적인 측면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선 콘텐츠의 창작자뿐만 아니라, 제작환경, 독자의 팬덤 등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그녀가 꿀잼을 만든다>는 이후 13일 6시 10분, 15일 2시에도 상영되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