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당신의 몸을, 타인의 다름을 <임브레이스>하라!

한국여성의전화 2016. 10. 13. 10:35

당신의 몸을, 타인의 다름을 <임브레이스>하라!

<임브레이스>


나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과연 여기, 외모로부터 자유로운 여성이 있는가? 여성의 몸은 항상 평가의 대상이 되며, 그렇기에 수많은 여성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그 몸은 절대 ‘완벽’하지 못하니 만족스러울 리 없다. <임브레이스 Embrace>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이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몸을 “역겹다(Disgusting)”고 말한다. 타린 브럼핏 감독은 이렇게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성들을 위해 9주간의 여행을 떠난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건강하고 행복한 몸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10.12.(수) <임브레이스 Embrace> 상영 후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와의 ‘피움톡톡’이 진행됐다.



문제는 몸이 아니다

“남자는 와인, 여자는 우유”라는 말이 있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지만 여성은 그 반대라는 뜻이다. 몸 이미지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김홍미리는 “남성은 흔적이 존중받는 몸이지만 여성은 역사가 사라진 몸”이라고 평가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에 나타나는 주름이나 뱃살 등의 다양한 변화는 여성에겐 용납되지 않는다. <임브레이스 Embrace>에는 출산 후 변화된 자신의 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여성들이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여성의 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범주는 굉장히 좁다”고 김홍미리는 지적했다. 여성은 언제나 성애화된 모습으로서만 존재한다. 이러한 몸 이미지는 미디어와 자본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우리는 ‘아름다운’ 몸만으로 점철된 미디어의 “불바다” 속에서 나의 몸을 부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틈타 각종 성형산업과 미용 산업이 성행하게 된다. 김홍미리는 “문제는 몸 그 자체가 아니라 몸을 둘러싼 왜곡된 구조”라고 말했다. 


변화의 시작점

한 관객은 “한국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여성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둬두려는 힘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김홍미리는 “그것만을 탓한다면 사실상 변화는 불가능하며, 중요한 것은 변화의 시작점이 어딘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어떤 한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홍미리는 말했다. 그것은 “내 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일 때 가능”한 것이며 “문제는 개인의 자존감이 아니라 타인을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서로 다른 몸에 관해 이야기하는 “인위적이고 고의적이며 계획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저 받아들이렴”

영화는 "그저 받아들이렴(Just embrace it)"이라는 말과 함께 끝난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나의 몸을 ‘포옹’하라는 의미다. 그것이 날씬하든 뚱뚱하든, 매끈하든 주름져있든 그것은 나의 몸이며 나의 토대다. 몸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장식품”이 아닌 나의 일상을 살아내는 실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건강과 안녕을 살피는 일이다. 이는 또한 타인의 다름을 기꺼이 ‘포용’하라는 의미기도 하다. 나의 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시킨다. 내 몸이 그 자체로 완벽하듯 타인의 다름도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것은 인종, 지역, 나이, 장애, 성 정체성 등을 막론한다. “그저 받아들이렴(Just embrace it)”, 이것은 나의 몸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이자 타인을 바라보는 또 다른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