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진심으로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돌아보며


나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단순하게, 진심으로

때는 2006년. 영화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전혀 없던 사람들이 모여 여성인권영화제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여성폭력 없는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단순한 진심’ 그 하나만을 가지고. 그 무모한 도전은 결국 용감한 여정이 되었다. 2006년 제1회로 시작한 여성인권영화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2009년 한 회 진행되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2016년 드디어 제10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타 영화제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여성인권영화제는 그간 꾸준히 내실을 다져왔다. 출품작의 제작국가도 다양해졌으며 다변화된 부대 행사들이 꾸준히 진행되어왔고 관객 수도 제1회 대비 약 2배가량 늘었다. ‘단순하게, 진심으로’ 여성폭력에 관해 얘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0주년 기념 특별상영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도 기존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섯 개 섹션에서 13개국 46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하지만 제10회만의 특별했던 기획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앵콜상영’과 ‘고전영화전’이었다. ‘앵콜상영’에서는 최근 한국에서 다시금 물 위로 떠오른 문제에 대해 다뤘다. ‘‘한남’은 어떻게 태어나는가’라는 주제로 풀어낸 단편선 <햇살 쏟아지던 날>, <달팽이>, <십 분간 휴식>은 한국 사회에서 유년기부터 성인기까지 학습되어온 남성성이 어떻게 여성혐오와 연결되는지를 짚어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가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와신상담-당신과 복수와 생존 사이에서’라는 주제로 묶인 단편선 <수지>, <불온한 젊은 피>, <암사자(들)>은 일상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무기력하게 대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관객에게 통쾌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여성은 가만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설치는(go wild) 존재라는 전투적인 가능성도 안겨주었다. ‘고전영화전’에서는 <델마와 루이스>와 <안토니아스 라인> 두 작품이 상영되었다. 20여 년 전 필름을 다시금 꺼내보는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의미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여성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간의 연대가 담긴 작품이다. 그것이 친구 간의 연대든 세대를 아우르는 연대든지 간에 연대 그 자체가 어떻게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다시 한 번, ‘단순한 진심’

앞으로도 여성인권영화제는 계속될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상, 그리고 그러한 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하며 왜곡시키는 다양한 층위의 제도•법•문화 등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여성인권영화제는 이러한 현실에 다시금 단순하게, 진심으로 응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영화는 스크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스크린 상영 이후부터의 일이다. 영화를 감상한 이후 극장 밖에서도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주변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 그래서 여성폭력에 대한 서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여성폭력을 대하는 우리들의 ‘단순한 진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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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