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오늘도 페달을 밟는다

<난소 싸이코단>


나현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폭력적이다. 정신 차리세요, 모든 남자가 해롭진 않아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꼭 여성혐오에 대항하기 시작한 한국 여성들에게 쏟아진 반응 같다. 지구 반대편도 다를 바 없다. ‘난소 싸이코단’은 미국 엘에이를 중심으로 조직된 유색인종 여성 자전거부대다. 불안정한, 트라우마가 있는, 버림받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탄다. 떼를 지어 거리를 점령하고 때로는 소리도 지른다. 처녀막 찢기, 가정폭력근절 주행 등 다양한 모임을 갖는다. 이런 그들을 주요 언론과 SNS 댓글들은 폭력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 





무엇이 진짜 폭력인가 

그녀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과연 폭력일까. 그것은 표면적인 기술에 불과하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불가능해진다. 난소 싸이코단은 히스패닉 여성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그녀들은 인종과 젠더라는 이중적인 억압 속에서 살아간다. 미국사회에서 유색인종은 곧 이등 시민을 의미한다. 풍요롭지 않은 가정환경과 사회적 안전망도 부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근근이 먹고 살아간다. 학생인 에비는 나날이 오르는 월세를 걱정한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젠더는 그들의 고통을 가중한다. 그들은 신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 등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젤라는 여자라고 집 안에만 갇혀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기했다. 그들을 향한 사회적인 폭력이야말로 난소 싸이코단을 형성한 동력이었다. 난소 싸이코단은 갱이 아니라, 갱의 형식을 차용해 억압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영화 속 한 남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치카노(멕시코계 미국인) 운동은 이해하지만, 모여서 자전거를 타는 게 중요한 일인가요?” 유색인종의 시민권을 위해 운동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여성들끼리 자전거를 타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다. 하지만 난소 싸이코단은 자전거 타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녀들이 함께 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연대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배제되었던 여성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처음으로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공동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또한 되찾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밤거리는 여성들에겐 안전하지 못한 곳이었으며, 그곳에서 마음껏 자전거를 타는 것은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다. 난소 싸이코단은 함께 활보함으로써 밤거리가 더는 여성들에게 성적이고 신체적인 위협이 아니며, 그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재의미화한다. 난소 싸이코단은 페달을 밟음으로써 서로 연결되고 함께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는다. 


맹세합니다. 난소 싸이코단으로서 페달을 밟으며 살아갈 것이며, 나의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언제나 저항하겠습니다.

 

그들의 운동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에비의 어머니는 자전거나 타는 에비를 못마땅해하며, 초기 멤버 젤라는 딸을 양육하기 위해 활동을 중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소 싸이코단은 오늘도 페달을 밟는다. 그것이 주위에 있는 여성들과 연대하는 길이며, 자신들을 향한 폭력에 저항할 방법이기에. 그들의 선언을 조금 바꿔본다. “맹세합니다.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갈 것이며, 나의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언제나 저항하겠습니다.” 지구 건너편에서 움직이고 있는 그녀들은 지금-여기의 우리와도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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