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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답게 강해지고 싶다

한국여성의전화 2017. 9. 23. 04:18

여자답게 강해지고 싶다

<더 헌트>, <동경소녀>, <노브라 해방기>, <여자답게 싸워라> GV 현장

메리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9월 22일 금요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린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가 3일째를 맞이하였다. 이 날 두 번째 회차에서는 <더 헌트>, <동경소녀>, <노브라 해방기>, 그리고 <여자답게 싸워라> 네 편의 영화가 연속으로 상영되었다. 영화가 끝나자 <더 헌트>의 김덕중 감독, <동경소녀>의 박서영 감독, <노브라 해방기>의 허윤수 감독, 그리고 <여자답게 싸워라>의 이윤영 감독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YTN 윤현숙 기자의 진행 하에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골목 속 터프한 러닝타임, <더 헌트>

 <더 헌트>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희순과 이화동에 새로 온 부안이 폐지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두 주인공의 전쟁 같은 골목 액션은 1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의 가슴을 쉬지 않고 뛰게 했다.

 김덕중 감독은 <더 헌트>가 “대학로에 거주했을 때 저녁 골목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고 야생동물과 같다고 느낀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하였다. 소외된 노인이나 빈곤 문제처럼 기존에 이미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처럼, 폐지를 먼저 줍기 위해 골목을 전투적으로 달리는 두 주인공의 경쟁은 그간 미디어가 묘사했던 타인에게 의존적인 노인과는 대조된다.


특별한 대상이 되고 싶었던, <동경소녀>

 <동경소녀>는 사진 속 ‘특별한’ 대상을 동경하는 선아를 지칭하는 말이다. 현실에 마음을 붙이고 있지 않은 선아는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동경하는 대상을 바라본다, 선아의 세계에 형남이 등장하면서 만나면서 선아는 변화를 겪게 된다.

 박서영 감독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조금만 특별하다고 말해주면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소녀, 그리고 약한 어른이 소녀에게 행사할 수 있는 폭력성을 서술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일부 관객은 “ 낮은 자존감과 애정결핍의 대상으로 선아를 설정하는 것이 개인의 잘못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사회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다루는 것 같아서 아쉽다,”라고 언급하면서 <동경소녀>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노브라 전사를 꿈꾼다, <노브라 해방기>

 <노브라 해방기>의 신애는 자신의 졸업 작품 <노브라 해방기>를 통해 노브라 전사를 꿈꾼다. 신애와 예빈의 술자리에 같은 과 선배 재혁이 등장하면서 현대판 ‘코르셋’인 노브라가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신애의 분노에 공감했던 영화였다. <노브라 해방기>는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씌우는 사회적 프레임으로서 브래지어를 잘 그려낸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공감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브라 해방기>는 허윤수 감독이 대학4년 동안 느꼈던 감정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기에 만든 영화라고 하였다. “졸업 작품으로 상영되었을 때에는 동일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반응해 준 적이 없었는데, 여성인권영화제에서 관객 분들이 웃으면서 봐주시는 것을 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다른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하였다. 


제일 먼저 무너진 건 내 몸이 아니라 의지였다, <여자답게 싸워라>

 <여자답게 싸워라>는 남성 중심 경기장이 정해둔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플레이를 찾는 주짓수 파이터 이윤영 감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자취방 벽에 붙은 포스트잇에 써진 ‘stay safe’ 문구가 영화 마지막에는 ‘stay strong’으로 변한 기분”이라고 표현한 윤현숙 기자의 말처럼, ‘여자답게’ 강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여성들에게 영화 <여자답게 싸워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왜 강해지는 것에 의미를 두었나요.”라는 한 관객의 질문에 이윤영 감독은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 중에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강한 여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답하였다. 이날 관객 중에는 주짓수 파이터가 함께 참여 했었다. 관객은 남초집단에서 여성단원이 겪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윤영 감독도 동등한 단원이 아니라 여성으로 존재해야 했던 관객의 경험에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브라 해방기>의 허윤수 감독은 여성에게 씌워진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여자답게 싸워라>에서 자신을 인정한 것처럼 ‘여자답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처럼 이날 관객과 함께했던 감독과의 대화는 주짓수라는 특수한 활동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escape’ 하려는 여성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여자다움’을 찾아 나선 영화들

 <더 헌트>, <동경소녀>, <노브라 해방기>, <여자답게 싸워라>는 공통으로 가부장제가 여성상을 어떻게 왜곡하려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속에 여성들은 골목 속 야생적 존재, 특별한 존재를 동경하는 소녀, 혹은 강해지고 싶은 파이터처럼,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수동적 모습과는 다른 ‘여자다운’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가부장제가 왜곡했던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왔다면, <더 헌트>, <동경소녀>, <노브라 해방기>, <여자답게 싸워라>의 주인공들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해당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다면 9월 24일에 다시 만나 볼 수 있으니, 여성인권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상영표를 참고하자. (http://fiwom.org/main/main.html) 영화제 기간에는 ‘감독과의 대화’부터 ‘피움톡톡’까지, 다양한 섹션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들도 진행하니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여성인권영화제에서 함께 모여서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