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질서를 위반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하는 여성들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끝내주는 엄마들> 피움톡톡

김단비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9월 23일 토요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진행 중인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부치, 젠더 질서의 교란자>와 <끝내주는 엄마들>이 상영되었다. 영화는 젠더질서를 위반하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영화가 끝난 후, 100여 석의 관람석을 꽉꽉 채운 관람객들의 상기된 표정과 함께, ‘엄마다운 엄마 노릇’이란 제목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가 사회를, 나임윤경 여성학자의 출연으로 구성된 이번 피움톡톡은, ‘모성 신화의 기원과 그 시대적 변화를 탐구해보자’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젠더를 위반하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사람들

<부치, 젠더질서의 교란자>는 젠더질서를 위반하고 자기 자신으로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여성스러워 보이고 싶지도 않은 레즈비언 여성들, 그들의 이름은 부치다. 여자 남자 둘 중에 선택하라는 세상에게 부치들은 말한다.

“부치는 남자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자기 자신인 거죠.”


엄마는 엄마도 아니야(?)

엄마는 어때야 할까? 우리 사회는 여성이 임신·출산만 하면, 본능적으로 ‘모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인스턴트 음료를 사주고,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다면, 세상은 말한다. ‘엄마는 엄마도 아니야!’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끝내주는 엄마들>은 정말 ‘엄마도 아닌 엄마들’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임신이 기쁘기보단 지루하니까. 만삭의 임산부지만,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니까. 




피움톡톡 ‘엄마다운 엄마 노릇’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끝내주는 엄마들>을 한국 남성들이 두려워할지도 모르겠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여성들이 ‘엄마 노릇’을 박차고 나갈 때, 그것에 기생하던 수많은 한국 남성들은 그 독박육아를 분담해야 하니 말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와 나임윤경 교수가 두런두런 영화평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풀어지자,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상평을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노릇뿐만 아니라, 이후 자식이 아프고 살찌는 것까지 엄마의 문제로 돌리는 한국사회에 대한 답답함’, ‘페미니스트이지만, 초등학교 교사로서 방치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주 양육자인 엄마들을 비판하게 되는 모순적인 현실’ 등등.

나는 자신의 욕구에 솔직한 엄마들을 보며, 거룩한 모성애가 해체되는 듯해 통쾌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10분 내내 ‘엄마’라는 주 양육자 역할에 불성실한 ‘끝내주는 엄마들’을 보며 불편한 마음 또한 들었다. 특히 자녀들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관심 받고 싶은데, 엄마가 저렇게 지루하고 심드렁한 상태라, 서운하겠다’, ‘어떻게 임신한 사람이 저럴 수 있지’ 임신하고 양육을 주로 전담하는 여성보다는, 그 여성들에 의해 키워지는 자녀에게 감정이입하는 것, 그럼으로써 주양육자 여성들의 노동을 ‘집밥’이란 이름으로 공간화하는 것, 나를 포함한 이 사회의 시선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덧 피움톡톡의 마감 시간, 나임윤경 여성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피움톡톡을 마무리 지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다움의 규범’을 벗어난 엄마들을 낯설게 여기는 자기 자신 말이에요.”

<부치, 젠더 질서의 교란자>와 <끝내주는 엄마들>은 9월 24일 일요일, 15시 30분에도 상영될 예정이다. 또한 두 영화가 상영하기 전인 13시 30분엔 ‘여성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김윤하 음악평론가, 이윤정 현대무용가, 오지은 싱어송라이터와 함께하는 영화 <라차나> 피움톡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여자는 ~해야 해’를 벗고 ‘자기 자신’을 입고 싶은 당신, 여성인권영화제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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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