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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 가 전하는 말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6. 02:47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 가 전하는 말 

-피움톡톡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석희진


연결되어 있는, 여성의 삶 

9월 15일, CGV압구정 아트하우스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상영작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감독 제니퍼 타운젠드가 출연하고 동국대학교 교수 유지나가 진행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91년 개봉한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관람한 관객들의 인터뷰로 채워져 있다. 관객들은 25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강간범을 살해하고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두 여성을 그린 이 영화가 관객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보여준다. 


제니퍼 타운젠드 감독은 25년의 시간차를 두고 제작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들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고 영화로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나 “영화 <델마와 루이스> 관람 이후 변화한 관객들의 목소리를 그들의 입으로 ‘직접’ 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성이 진실을 말했을 때 남성중심적 사회가 이를 어떻게 묵살하는지도 알리고 싶었다”며 자신의 첫 데뷔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변하지 않는 이유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남긴 것은 단지 자매애 혹은 여성의 우정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삶에 대해 말했다. 다이앤을 비롯한 많은 출연진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여성적’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그것은 자신에게 연대이고 삶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25년이 지난 지금 되묻는다.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나요?” 

“여성의 삶은 바뀌지 않았어요.”


여성적인 것은 여전히 비주류적인 것,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은 여성들의 우정은 견제, 질투, 이기적 등의 부정적 단어로 채워졌다. 또한 여성의 현실 앞에 놓인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25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성차별과 강간문화는 남아있고,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 쉬운 취약한 구조에 놓여있다. 또한, 남성보다 더 많은 책임과 감정을 요구받는다.  


타운젠드 감독은 이렇듯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현실’에 관한 질문에 대해 미투운동이 일어났고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움직임을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연대를 통한 가부장제, 성폭력, 여성차별의 해소를 강조했다.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가

델마와 루이스는 당대를 살아가던,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닮아있다. 또한, 여성들에게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40대 주부라고 밝힌 한 관객은 20대 때 관람했던 <델마와 루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투영시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며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관객들의 열띤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감독님의 삶에도 영화 제작 이후 변화가 있냐”는 관객의 질문에 타운젠드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많은 여성과 만날수록 그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고, 경험을 생생히 전해 듣는 과정에서 이 일을 이제는 자신의 과업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 감상과 경험을 공유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지금/여기/함께

우리는 함께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여성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고백할 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는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폐막작이기도 하다. 9월 16일 오후 6시에 시작되는 폐막식은 서로의 질문과 대답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노력해야 할 바를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5년의 시간차 속에서 삶을 관통하는 질문을 놓지 않고 살아왔던 그/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