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뉴스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 - 나누는 영화제, 소통하는 영화제, 행동하는 영화제

한국여성의전화 2012. 9. 21. 09:44

 


칠흙 같이 깜깜한 극장 안에 한 줄기 불빛이 나타났다. 숨 막히는 음악 소리와 함께 불빛은 관객석으로 내려와 누군가를 찾는 듯 어지럽게 사람들을 훑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관객은 숨을 죽이고 불빛을 쫓았다.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펼쳐진 ‘소리 댄스 프로젝트’의 오프닝 공연 모습이다. 이번 영화제의 컨셉인 ‘탐정’ 이미지를 형상화한 현대무용 퍼포먼스였다.
 
20일 저녁 7시 30분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가 개막했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현실과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2006년에 시작한 영화제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는 그동안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 폭력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을 다루는 국내외 영화들을 상영해왔다.
 
이번 해 영화제의 컨셉은 ‘탐정’으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여성 폭력 문제 등 ‘드러나지 않은 일에 대해 살펴 알아내고(探偵)’, ‘정의를 찾는(探正)’다는 의미다. 또한, 정치의 해인 2012년을 맞이해 ‘정치를 즐기는(耽政)’ 여성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영화 하모니와 코리아, 공모자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 김재화와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송란희의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유승희 의원은 축사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나라의 낮은 여성 권한 척도를 꼬집었다.
 
한편 15년째 여성의전화를 후원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노회찬 의원(새진보정당 추진회의 공동대표)은 제1회 여성인권영화제를 회고하며 낙후된 여성 인권 문제를 가장 대중적인 방식인 영화를 통해서 알리는 여성인권영화제를 치하했다.
 
아리랑시네센터가 위치한 성북구의 김영배 구청장은 “공감과 힐링이 필요한 시대에 여성인권영화제를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앞으로 언제든지 여성인권영화제를 위해 장소를 대여하겠노라고 말해 관객들의 뜨거운 함성을 받기도 했다.
 
또한,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한국여성의전화의 선배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985년부터 상담활동으로 여성의전화와 함께한 황경숙 선배는 30년 전에 부르짖던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 현실을 한탄하며 온몸을 던져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치하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11개국에서 선별된 33편의 영화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 ‘그대 마음과 만나, 피움’ 세 개의 섹션과 ‘피움 줌 인, 목격자와 증인들’, ‘피움 줌 아웃, 이토록 사소한 정치’로 나뉘어져 상영된다. 주요 영화의 상영 후에는 감독이나 관계자들과 관객들 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탐정’ 을 주제로 한 여러 가지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페미니스트를 주목하라 Attention Féministes>는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이 아닌 성별의 경계를 뛰어넘는 젊은 페미니즘을 삶과 긴밀하게 연결하여 역동적으로 보여준 영화다. 9월 21일 21시에도 재 상영 되며 영화 상영 이후 국내 다양한 연령과 성별이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하는 피움톡톡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