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내 마음의 피움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후기] 여성과 인권, 질문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6. 16:57

 

여성과 인권, 질문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질주'가 선사한 나흘 간의 여정을 함께 하며 -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피움톡톡 中

 

끝나지 않는 질문과 끝없는 여정의 시작

 

“여성인권영화제를 추진하면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여성’은 누구인가, ‘인권’은 무엇인가, 라고요.”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자 영화제 총괄을 맡고 있는 송란희 선생님의 말은, 신선하고도 놀랍게 다가왔다. 2006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로 8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 이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하는 데서 오는 놀라움이었다.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를 함께 만들어갈 자원봉사자들(피움족)의 오리엔테이션은 지난 9월 18일, 한국여성의전화 프리젠테이션룸에서 진행되었고, 나는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영화를 보고 기사화 하는 ‘피움뷰어’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송란희 선생님은, 오리엔테이션의 일환으로 다 같이 관람한 어느 단편영화가 끝나고, 앞과 같이 말씀하신 것이었다.

 

그의 질문은 영화제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여성은 누굴까. 인권은 뭘까. 두 가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여성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영화제가 열린 나흘의 시간 동안 나는 모두 16편의 단∙장편 영화를 보았고, 영화 상영 후 이어진 피움톡톡 및 감독과의대화(GV)에 다수 참석했다. 그러면서 ‘답 비슷한 어떤 것’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질문들은 때로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질문을 던지는 과정 그 자체가 답보다 더 의미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질주’를 주제로 한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는 나에게 질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래서 설사 질문의 여정이 끝이 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 용감한 비주류의 이야기 :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라.

 

<파도 위의 여성들>에서 국제수역 위로 배를 이끄는 레베카 곰퍼츠나, <가볍게, 더 높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권투의 꿈을 이어가는 뚤라시의 삶에 발을 들여놓게 된 관객은, 그들의 용기에 감동하게 되고 또 앞으로의 투쟁에 대비한 용기를 선물 받는다. <원더우먼!>에서 원더우먼이 한 손으론 전쟁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론 굶주린 이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사랑과 평화의 수호자’로 등장하는 것은, 여성들의 용기가 전쟁을 위한 전쟁을 격파하고, 자신과 약자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위한 무기임을 보여준다. 통상 남성들이 이끈다고 생각되던 ‘민주화’를 어머니 쿠드라트에 이어 딸 하프사트가 이어가고 있는 것, 그래서 나이지리아의 민주화가 여성에 의해 씨앗 뿌려지고 있다는 것은, 여성들이 용기를 발휘하여 전쟁터에 임할 때 비로소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변화의 시작은 용기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용기는 실제로 그 일을 행함에서 도래하는 것이라기 보다, 문제적인 상황에 대한 적확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파도 위의 여성들>에서 레베카 곰퍼츠가 ‘법을 어기게 될까봐 낙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지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의미와 맥을 같이 한다. 특정한 어떤 것을 요구해서 쟁취하는 것이라기 보다, 살면서 부닥치는 부당하다고 감지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것.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용기가 여성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가슴에 품어야 할 종류의 용기가 아닐까. 사실 ‘문제적인 상황’에 대해 나는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고 살았던가. 자신에게 물어보면, 혼자서 속앓이를 한 경우는 많아도 실제로 공론화시키고 그로써 변화를 도모해본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영화 속 용기 있는 주인공들에게 내가 감동했던 지점은 바로, ‘이런 것은 잘못되었지 않느냐’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데서 대부분 짚어졌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에서 용기를 얻고, 질주할 수 있기를!

 

“하루종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에요.” <할머니 배구단>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을 보았던 영화제 이튿날 저녁, 마주보고 앉은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 또 울고,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가 다시 감동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꽤 힘들었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감정의 실타래를 미처 헤아릴 수도 없이 영화를 보고 또 본 내 잘못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흘 간 수없이 만난 멋진 영화 속 인물들은 내게, 부당한 것에 대해 나서서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막막하기만 했던 세상 모든 ‘벽’들과의 싸움을 이어갈 의지를 불어 넣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제의 주제였던 <질주>가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영화제를 함께 한 모든 이들이, 무한히 질주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자유와 기쁨의 춤을 추는 날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질주의 에너지가 샘솟기를!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오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