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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는 멋진 여성들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6. 00:19

최선을 다하는 멋진 여성들 

 <면도>, <미나>, <명호>, <증언>, <셔틀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정재인


<면도>, <미나>, <명호>, <증언>, <셔틀런> 속에는 강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면도>에서는 '수염난 여자'와 '착한 여자'라는 강박에 적극적으로 싸우는 민희가 주인공이다. 민희는 결국 면도를 하다 상처를 내고, 처음 수염난 여자에 대한 언급을 한 회사의 상사와 착한 여자니 모든 일을 용서해줄 것이라 믿는 전  애인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미나>에서는 8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미나가 등장한다. 가해자의 가족들은 미나에게 용서를 해줄 것을 종용하고, 미나 역시 이들에게 미나 나름의 방식의 표현을 한다. <명호>에서는 56세의 '명호'라는 여성이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강압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증언>에서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회사의 대리님으로부터 부장님의 성추행에 대해 증언을 부탁받은 혜인이 등장한다. 새로 면접을 보게 될 회사의 평판조회라는 강박에서 대리님을 도울 지에 대해 혜인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셔틀런>에서는 체육선생님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벼리가 등장한다. 벼리는 체육선생님께 잘보이기 위해 체력장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하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섯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여성들을 9월 15일 오후 12시 여성인권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다섯 편의 영화 <면도>, <미나>, <명호>, <증언>, <셔틀런>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셔틀런>의 이희선 감독, <명호>의 김샛별과 김윤정 감독, <증언>의 우경희 감독과 함께 강압에 저항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다섯 영화들에 대해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었다. 


감독들이 가장 처음 받게 된 질문은 '어떤 계기로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인지 였다. 다섯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어디쯤에 존재할 것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얻는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한 것이다. <증언>의 우경희 감독은 "영화에서의 모습은 아니지만, 회사에 다닐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퇴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려했지만 다른 직원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았던 경험을 보고 만들게 되었다"고 말하며, "편집을 할 때 쯤 미투 운동이 일어나서 기분이 더 묘했었다."라는 경험을 밝혔다. 실제로 우경희 감독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의 피드백을 받을 때, 일부 동기들이 주인공 혜인의 고민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고민이 당연해지고, 사회가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는 소감도 밝혔다.


'명호'라는 56세의 여성을 중심으로 독특한 구성을 보이는 <명호>는 페미니즘 교육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독특한 구성을 취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명호>의 김샛별 감독은 "나의 엄마인 명호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에서 이 영확 나왔다"고 밝히며 "아들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어진 '명호'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의 삶이 어땠을지 생각해보고, 지금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 모두가 '명호'라는 이름아래 처해있는 환경이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독특한 구성을 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영화를 통해 명호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소감도 밝혔다. 


상영되었던 다섯 편의 영화 중 가장 어린 주인공의 풋풋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셔틀런>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셔틀런>은 십대 청소년의 퀴어영화 중 가장 다루어지지 않은 초등학생에 대한 퀴어 영화이다. 이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 감독 역시 "공동 연출자와 함께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라는 이야기를 했고, "십대 청소년 퀴어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지는 고등학생보다는 아예 다루어지지 않는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살아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라는 논의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여자 아이가 운동을 하는 이미지 역시 다루어보고 싶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흔치 않은 초등학생의 퀴어 영화인 만큼 <셔틀런>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벼리가 정체성을 자각한 것인지, 아니면 선생님에 대한 단순한 사랑인지 궁금했다"라는 질문을 했다. 이희선 감독은 "벼리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레즈비언인지, 바이섹슈얼인지 명확하게 깨달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출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며 "벼리는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하며 선생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는 벼리의 시점에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을 했다"고 밝혔다.


네 명의 감독 모두 여성을 다루는 차기작의 계획을 밝히며 GV는 마무리되었다. 다섯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 모두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이 가진 문제들과 싸워나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이 사회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