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204

[주님은 페미니스트] 말하고 행동하는 위험한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

말하고 행동하는 위험한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 영화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케이블의 한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자가 함께 출연한 여성 출연자에게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 남성 출연자의 발언은 행동하는 여자, 말하는 여자, 생각하는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이러한 관념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해왔다고 할 수 있다. 슈테판 볼만의 책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문명이 시작된 후로부터 남성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문자와 책, 지식으로부터 여성을 격리시켰던 것이다. 그 남성 출연자의 발언과 슈테판 볼만..

피움뷰어 2020.12.08

혁신적인 스타일, 숨 막히는 리듬 『라 차나』

진정한 ‘나의 삶'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 다큐멘터리 - 춤추는 동안 가장 행복하다 느끼고, 댄서로서의 삶을 꿈꾼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은 예술가가 성취할 수 있는 최정상의 단계로 그녀를 이끈다. 그러나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는 뜻하지 않은 암울한 사건을 일으킨다. 일상을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행복과 꿈을 방해한다. 그녀가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는 ‘나의 삶’을 꿈꾸는 이상, 그의 일상은 곧 투쟁이다. 피움의 특별한 섹션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의 추천작, 루시아 스토예비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를 소개한다. 한 편의 공연과 같았던 삶 스페인 남부지방에서 발달한 플라멩코는 ’정열의 나라'라는 수식어답게 빠르고 강한 리듬의 기타 연주, 노래, 춤을 선보이는 예술적 표현이다. 플라멩코 특유의 격렬..

피움뷰어 2020.12.04

[피움뷰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보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이따금씩 비극을 빚어낸 무수한 동기들을 헤아려볼 때가 있다. 크고 작은 인과관계들을 하나씩 헤아려 볼 때면 이런저런 유약한 감정들이 사무치곤 한다. 그것은 트라우마와 분노,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되어 우리를 괴롭힌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대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것이다. 에스테르 로츠의 영화 은 폭력의 피해자가 된 한 여성의 시선을 통해 그 고통의 무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관객은 평화롭던 일상이 어느 사건으로 180도 바뀌어버린 한 여성의 내면 심리를 따라 그 날카로운 균열의 자국을 되짚어보게 된다.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주인공 미테는 둘째를 출산하..

피움뷰어 2019.10.06

[피움뷰어] 노년의 레즈비언들에게 배우는 ‘빛나는 인생’을 사는 법

노년의 레즈비언들에게 배우는 ‘빛나는 인생’을 사는 법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의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여성의 땅’을 일구다 “남자와 함께 했던 제 평생 동안 그들은 꼭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어요. 저는 저만의 공간도 없었고 제 힘을 찾는 방법도 몰랐어요.” 여자들이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남자들의 세상’을 떠났다. 밴쿠버부터 LA까지, 1970년대 미국 서부해안 곳곳에 여성공동체가 생겨났다. 여자들만 모여 사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캘리포니아 윌리츠에 ‘여성의 땅’을 일군 사람들은 그곳을 '완전히 다른 세계', '근사한 꿈의 낙원'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땅을 함께 소유해 살며 그곳을 가부장제와 단절된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한때는 고립주의를 고수했던 적도 있지만, 40년 넘게 ..

피움뷰어 2019.10.05

[피움뷰어] 가상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

가상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재인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가족계획연구소에서 장치를 머리에 연결하여 임신중단을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몇 분간 봐야 한다. 그 후에 임신중단 의사를 밝힌 여성에 한해서 임신중단이 이루어진다. 가상현실 속 짧은 미래를 마주한 후 주인공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죄책감 어렸을 때부터 여성들은 임신중단을 제약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성장해 왔다. 이는 임신중단을 하면 안 되는 것, ‘죄’로 여기도록 강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에서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학창 시절에 한 번쯤 보았던 다큐멘터리 *에 나오는 고통스러운 태아를 보게 하는 것 대신, 임신중단..

피움뷰어 2019.10.04

[피움뷰어] 내가 틀릴까 봐 두렵다면, '어슐러 르 귄'처럼!

내가 틀릴까 봐 두렵다면, '어슐러 르 귄'처럼!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하안지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이 작가의 작품이 없었다면 해리포터도 나오지 못했을 것’, ‘휴고 상과 네뷸라 어워드에서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가’, ‘미국 의회 도서관으로부터 살아 있는 전설(Living Legend) 상을 받은 작가’, 이것들은 모두 어슐러 르 귄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이 전무후무한 기록들은 그가 판타지와 SF문학계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과 문학적 성과를 가늠케 하지만, 어슐러 르 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은 이 화려한 수식어들만이 전부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기꺼이 응답하는 자세가 그를 ‘살아있는 전설’이 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백인 과학자들의 전유물이었던 SF 문학계에 변화를 일으키다 르 귄이..

피움뷰어 2019.10.04

[피움뷰어]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싸움, 그 한복판에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싸움, 그 한복판에서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지은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2019년 초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는 많은 페미니스트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성 평등이라는 가치를 위해 80대인 지금까지도 소임을 다하는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의 삶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 하반기, 또 다른 여성 리더 '카르멘 카스티요'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이 공개된다. “어떤 것을 이루려면 싸워야 한다” 카르멘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미국 이민자이며, 동시에 여성이자 호텔 청소노동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잡한 정체성들의 교차지점에 서 있는 그는 자신이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속해있음을 항상 ..

피움뷰어 2019.10.04

[피움뷰어] 만들어지는 여성, 거부하는 여성

만들어지는 여성, 거부하는 여성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 한국여성의전화 9기 기자단 오늘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말을 기억하는가. 사회는 ‘여자라만 무릇 이러해야 한다’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그 틀에 맞추어 여자를 길러낸다. 여기,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힘을 가진 보부아르의 이 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기시키는 두 영화가 있다. 어떻게 사회가 여자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와, 여자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거부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다. 는 미스 브라질 선발대회에 출전한 후보들의 인터뷰 장면을 비추며 시작한다. 우승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후보들은 다름 아닌 3살에서 5살 남짓의 여자아이들이다..

피움뷰어 2019.10.04

[피움뷰어] 길 위에 두려움은 우리의 용기가 되어!

길 위에 두려움은 우리의 용기가 되어!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채원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브라질 '파울리스타역'에서부터 '마르셀로 거리'까지. 카메라는 도심 속 보통의 길거리들을 비춘다.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절 부르더니 맛있게 생겼다고 했어요” “술에 취해 우버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그 상황을 이용해서 일부러 절 넘어뜨리고 제 음부를 만졌어요” “공원에선 남자들이 절 핥고 싶다고도 했죠” 거리를 따라 화면을 비추며 나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저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일상적인 길거리 모습 가운데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로 우글거리는 오프닝은 관객들에게 ‘과연 여성을 위한 도시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바로 이것이 영화에서 주목한 여성들의 현실이다. “원래 여자한테 그렇게..

피움뷰어 2019.10.04

[피움뷰어]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향해! 싸우는 것을 ‘더 이상 멈출 수는 없어’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향해! 싸우는 것을 ‘더 이상 멈출 수는 없어’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윤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중국계 이민자 여성 ‘베이 베이’가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1급 살인으로 기소된다. 기소 사유는 태아 살인. 애인과의 관계 속에서 혼전 임신을 한 베이 베이는 애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충격에 쥐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베이 베이는 다행히도 살아났지만, 8개월 된 아이는 태어난 후 뇌사 상태가 되어 며칠 후에 산소 호흡기를 떼야 했다. 영화 는 2012년 인디애나주에서 1급 살인으로 기소된 베이 베이라는 중국계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197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여성의 ‘임신 중단권’이 포함..

피움뷰어 2019.10.03

[피움뷰어] 폭풍우를 뚫고 살아남은 여자들

폭풍우를 뚫고 살아남은 여자들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은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여자들은 왜 모였을까? 어느 날, 난 발코니에 앉아 있었고 갑자기 비둘기가 내 앞에 날아왔어. 우리는 잠시 서로를 쳐다봤고 곧 날아갔어. 멀리 날아가는 걸 보며 내게 메시지를 준 걸 알았어. 자유로워지라고 말하기 위해 왔었던 거야. 마침내 결국 난 그를 신고했어.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이 화면에 펼쳐진다. 차 한 대가 그 자연을 가로질러 달린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새 한 마리가 잠시 쉬기 위해 지상에 내리기라도 한 듯, 이내 화면은 차에서 내리는 여자들로 가득 찬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아 내리는 것을 돕는다. 이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이다. 나잇대도, 옷차림도 모두 다르다..

피움뷰어 2019.10.03

[피움뷰어] 나의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기에

나의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기에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 채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흔히 인터넷 공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여성은 개인정보를 해킹당해 인터넷 상에 자신의 사진이 퍼뜨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남성은 아무런 두려움없이 모르는 여성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온다. 익명성의 가면 뒤에서 혐오와 폭력은 더욱더 많이, 빨리, 끊임없이 퍼부어진다. 그러나 피해를 막아야할 책임이 있는 국가와 기업은 무관심하고 폭력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되기까지 한다. 그 속에서 피해자는 고립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은 사이버 성폭력 생존자 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사이버 성폭력의 심각성과 제도적 무관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에 맞서 삶을 이어나..

피움뷰어 2019.10.03

[피움뷰어] ‘왜’라는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왜’라는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 - 민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성폭행 피해자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한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괴로운 기억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꺼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다. 그런 피해자에게 ‘왜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 끊임없이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사건에서 피해자와 관련된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되어 정작 중요한 맥락은 묻히기도 한다. 는 가해자와 사건을 둘러싼 배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오하이오주 스튜번빌을 뒤흔든 실제 사건을 다룬다. 2012년, 마을의 미식축구팀 선수들이 파티에서 한 여학생을 강간한 사건이 발생한다. 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피해자는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증언 대신에 S..

피움뷰어 2019.10.02

'연대의 힘' 확인한 가을 밤, '피움 프리뷰 나잇'

'연대의 힘' 확인한 가을 밤, '피움 프리뷰 나잇' 개막 전 만나본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과 ‘피움톡톡’ 김의정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저도 누군가의 용기가 될래요." 지난 21일 저녁,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 (13th Film Festival For Women’s Rights)'의 '피움 프리뷰 나잇(FIWOM Preview Night)' 행사에서 한 관객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10월 2일 개막하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작품을 감상한 뒤였다. 이날 행사는 4편의 영화를 보고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관객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정원에 마련된 야외 관람석을 100여 명의 관객이 가득 채웠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이었지만 관객들의 열띤 참여가 객석을 훈..

피움뷰어 2019.09.26

<나 자신이 되기 위한 투쟁>

현경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여성의 몸”에서 산다는 것은2차성징이 시작되고 “여성으로서” 보여지기 시작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나에게 여성으로 보여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꽤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어른들은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성역할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옷을 입을지, 밤길에 어떻게 걸을지 고민해야 했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나의 허술한 행동거지가 ‘성폭력’이나 ‘매’를 불러올 것이라며 ‘저주’했다. 그리고 하루도 끊임없이 보도되는 성범죄 사건과 여성 살해 사건들까지, 그즈음부터 ‘여자의 몸은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여성의 몸에서 산다’는 것은,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며 내 몸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지리스탄에서 “여성의 몸”에서 산다는 것은파키스탄의 탈레..

피움뷰어 2018.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