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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힘' 확인한 가을 밤, '피움 프리뷰 나잇'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9. 9. 26. 20:10

 

 

'연대의 힘' 확인한 가을 밤, '피움 프리뷰 나잇'

개막 전 만나본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과피움톡톡

김의정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저도 누군가의 용기가 될래요." 지난 21일 저녁, 13회 여성인권영화제 (13th Film Festival For Women’s Rights)' '피움 프리뷰 나잇(FIWOM Preview Night)' 행사에서 한 관객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10 2일 개막하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작품을 감상한 뒤였다. 이날 행사는 4편의 영화를 보고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관객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정원에 마련된 야외 관람석을 100여 명의 관객이 가득 채웠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이었지만 관객들의 열띤 참여가 객석을 훈훈하게 덥혔다.

 

"내가 내 몸 그리는 게 어때서요?" <아마레타>

학교에서 여성 성기를 그렸다가 혼이 난 아마레타의 이야기를 본 관객들은 '여성의 몸이 불결하게 여겨지는 문화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번째로 손을 든 관객은, 자신의 성기를 본뜬 작품을 만들었다가 기소된 일본의 여성 만화가를 예로 들며 "일본에서는 남성 성기를 가지고 축제도 하는데 왜 여성 성기만 문제가 되냐"고 지적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다른 관객이 "자신의 몸을 표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긍정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아마레타의 전복적인 행위가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며 "여성으로서 살아가는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겐 '조개' '해일'일 수 있잖아요" <파티전 거리>

일과 육아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을 보며 관객들은 자신과 주변 여성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성 인물에게서 내가 보였고, 엄마가 보였다"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다. 영화의 배경인 그리스 파티전 거리와 연결 지어 여성의 삶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한 관객은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는 가정의 일이 누군가에겐 국가정치적인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해일이 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한텐 '조개' '해일'일 수 있지 않냐"고 힘주어 말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엄마와 딸이 행복한 세상을 그려요" <그녀>

가정폭력 속에서 연대하는 모녀를 본 관객들은 엄마와 딸의 행복을 상상하고 응원했다. 한편 현실 속의 여건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한 관객은 "영화 속 모녀가 계속 웃을 수 있으려면 가정폭력을 개인의 일로 보면 안 된다. 사회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혜 소장은 "여성들이 폭력이 있는 공간을 벗어나기로 결심하고 내딛는 첫번째 발자국을 생각한다" "딸과 엄마가 연대해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는 시작을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제 기간에는 엄마와 딸이 연대했던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토크쇼 피움톡톡(FIWOM Talk Talk)’을 통해 진행된다.

 

"서로를 지켜줄 거예요" <내가 택시를 모는 이유>

인도 밤거리의 여성들을 위해 운전하는 택시기사를 만난 관객들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다른 여성들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남자들만 다닐 수 있던 밤거리에 여성 택시기사가 등장하면서 남성 카르텔이 깨졌다고 생각한다"며 자신 있게 말한 관객은 "첫 번째는 어렵더라도 두 번째로 나설 용기는 있다. 세 번째 여성을 위한 용기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여성이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두려움에 공감해왔다는 관객은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나와 주변 사람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한 영화"라며 미소 지었다. 

 

'이제 멈출 수는 없어' 더 나은 미래 상상하는 여성인권영화제

이날 행사에 참여한 많은 관객들이 네 편의 상영작과 피움톡톡 시간 모두 좋았다고 표현했다. 영화제 프로그램팀에서 활동 중인 코린은 "여성인권 영화를 보고 함께 분노하면서도, 저항의 방식을 다양하게 상상해볼 수 있어서 뜻깊다"며 관객 호응에 답했다. "영화를 통해 다양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뭉클했다"는 소감을 밝힌 관객은 "영화제 개막이 기대된다"고 했다. 최선혜 소장은 "피움에 오시면 오늘처럼 연대를 확인하고 힘을 받아 가시게 될 것"이라며 영화제를 예고했다.

해외작 32, 국내작 25편을 선보이는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는 10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일간 이어진다. 경쟁부문인 '피움 초이스' 외에 다섯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섹션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구조를 들여다본다.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에 담긴 영화들은 권위와 역사, 통념에 맞선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대의 마음과 만나, 피움섹션에서는 연대와 소통을 통해 치유하고 성장하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보편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향해 렌즈를 당겨 살펴보는 '피움 줌 인(FIWOM Zoom In)' 섹션의 올해 주제는 '낙태죄 폐지만으로는 부족해'. 3편의 영화와 함께 낙태죄 폐지 이후를 고민한다. '피움 줌 아웃(FIWOM Zoom Out)’에서는 '운동하는 영화관을 주제로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는 현상들을 시야각을 넓혀 봄으로써 보편성을 찾는다.

 

 


 

 

 

이제 여성인권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멈출 수는 없어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 프리뷰나잇(FIWOM Preview Night) 후기 -

김채연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13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13th Film Festival For Women’s Rights)의 상영작 4편을 선공개하는 피움 프리뷰 나잇이 921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 정원에서 열렸다. 흐린 날씨였지만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여러 페미니즘 책과 굿즈를 파는 부스들, 이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기찬 분위기였다. 12시부터 6시까지는 여러 작가들이 모여 부스를 여는 소소시장이 열렸고, 여성영화제 피움 또한 부스를 함께 하였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 부스에서는 13회 여성인권영화제 홍보용 리플렛을 배포하였고 “Burning down Patriarchy”라고 쓰여진 담요와 “KICK THE PATRIARCHY”가 적힌 보냉백, “그런 가족은 필요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홀로그램 키링 등을 판매하였다. 그리고 <이제 _____를 멈출 수는 없어><내가 감독이라면 만들고 싶은 여성 영화는?!>이라는 주제로 여성인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첫번째 <이제 _____를 멈출 수는 없어>에서는 판넬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 “참아 넘기는 것”, “내가 나로 사는 것”, “분노”, “saying NO” 등 결의가 느껴지는 답변들과 욕망”, “양성애♡”, “탈연애”, “멈추는 것을”, “마음대로 하기등의 기발한 답변들로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번째 <내가 감독이라면 만들고 싶은 여성 영화는?!>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평소에 보고싶었던 여성영화에 대해 상상하고 쓰는 시간을 가졌다.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Facebook)을 보고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한 관객은 여성과 여성의 일상적인 연애 이야기를 보고싶다. 왜냐하면 퀴어 이야기라고 하면 비참한, 다소 불행 포르노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객은 검은 롱 코트를 입은 여자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느와르 영화를 보고싶다고 말했다. 여성감독이 전체 감독의 10%도 되지 않고,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가 한정적으로 재현되는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에 대한 참여자들의 갈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스 운영에 참여한 피움 자원활동가 (피움족) 이벤트팀 서영은 부스 서면서 많은 분들이 자신들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감독이 된다면 만들고 싶은 여성 서사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보면서 이렇게 많은 가능성들이 우리에게 있구나라는 생각에 참 마음이 찡했다. 기존의 영화 산업의 이야기는 한정되어있고 그것이 다인 양 말하는데, 우리에게 또 다른 길들이 열려있다는 생각에 찡하고, 기쁘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오후 730분부터는 여성인권영화제 기간에 앞서 선별된 4편의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피움 프리뷰 나잇이 진행되었다. 100여 명의 관람객이 <아마레타>, <내가 택시를 모는 이유>, <파티전 거리>, <그녀>를 관람하였다. 상영이 끝나고 네 편의 상영작과 여성인권영화제 행사에 관해 이야기하는 피움톡톡이 이어졌다.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 코린과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선혜 소장이 진행을 맡았다. 먼저 키워드로 말하는 영화 관전 포인트와 감독의 제작 의도, 각 영화가 전달하는 여성인권 메시지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를 주제로 관객들이 4편의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감상과 궁금증을 나누었다. <아마레타>에 대해서는 주인공 아마레타가 마지막 장면에서 웃고 있었던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자기 모습에 대한 긍정혹은 우습게 여기는 것”, “뿌듯함등의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다. <파티전 거리>와 관련되어서는 왜 주인공을 뒤에서 촬영했는지, 시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에 관한 질문이 오갔다. 그리고 가정폭력을 다룬 <그녀>에 대해서는 딸로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엄마와 딸의 연대를 중심으로 감상을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이제 멈출 수는 없어를 소개하는 것으로 피움톡톡이 마무리 되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느낀점과 자신의 경험과 해석을 공유해주었고, 이를 통해 보다 깊이 있게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자원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김선령 씨는 여성 인권에 대해 공부하거나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나 혼자 힘으로 어떻게 (현실을) 바꾸나?’라는 막막함이나 부정적 감정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내가 택시를 모는 이유>를 보면서, 한명 한명이 시작을 하면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박정은 씨는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서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피움 톡톡에서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오고 싶다며 여성인권영화제 프리뷰 나잇에 관객으로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프리뷰 나잇에서 느껴졌던 뜨거운 열기에 이어, 102일 개막하는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에서도 여성인권영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