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피움뷰어

[피움뷰어] ‘왜’라는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9. 10. 2. 04:12

라는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 <최강레드!> -

 

민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성폭행 피해자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한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괴로운 기억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꺼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한다. 그런 피해자에게 왜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끊임없이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사건에서 피해자와 관련된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되어 정작 중요한 맥락은 묻히기도 한다.

영화 <최강레드!> 스틸 컷 / 사진 제공_ro-co films

<최강레드!(Roll Red Roll)>는 가해자와 사건을 둘러싼 배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오하이오주 스튜번빌을 뒤흔든 실제 사건을 다룬다. 2012, 마을의 미식축구팀 선수들이 파티에서 한 여학생을 강간한 사건이 발생한다. <최강레드!>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피해자는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증언 대신에 SNS 글이나 동영상에 남은 객관적 자료들, 그리고 가해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스튜번빌의 자랑

다큐멘터리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마을의 폐쇄성이라고 지적한다. 스튜번빌은 구성원이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리고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분위기로, 미식축구팀에서 뛰는 남학생들은 단연 마을의 자랑이 된다. 코치를 포함한 어른들은 아무도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피해자의 고발이 남학생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인다. 마을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그런 상황에서 열에 아홉은 여자애들도 책임이 있다거나 학교에서 징계받고 끝날 일을 너무 키운다고 말한다. ‘전도유망한 선수들의 앞길을 막고, 우리 마을 자체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 조차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사람들은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영화 <최강레드!> 스틸 컷 / 사진 제공_ro-co films

 

개인의 목소리가 사회의 목소리로

마을 사람들과 반대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했다. 아마추어 범죄 블로거인 알렉스 고더드가 대표적이다. 스튜번빌 출신으로서 마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던 알렉스는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포착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린다. 메인 언론사에 사건을 제대로 파헤쳐달라는 제보가 들어오고, 알렉스의 블로그도 점점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블로거부터 기자, 그리고 사건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까지.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함께 분노하고 진실을 밝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덕에 사건은 개인의 이슈에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된다.

영화 <최강레드!> 스틸 컷 / 사진 제공 ro-co films

더 썩기 전에

알렉스는 스튜번빌 사건을 썩은 양파로 비유했다. 한 껍질을 벗기면 또 썩은 부위가 나오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우리 사회는 스튜번빌과 닮아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년부터 이어져 온 미투 운동처럼 피해자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여야 한다. 가해자에게 왜 그랬냐, 사회에 왜 방조했냐고 책임을 물어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2019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인 <최강레드!>를 통해 스튜번빌 사건의 발단부터 판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 보자. ‘이제 멈출 수 없는변화의 물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