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FGM부터 한국의 여성기성형수술까지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6. 19:18

FGM부터 한국의 여성기성형수술까지

-영화 <자하의 약속> 피움톡톡-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리사, 지현



9월 16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자하의 약속>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FGM(여성기훼손)부터 한국의 여성기성형수술까지”를 주제로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재재가 진행을 맡았고,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정원이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하였다.




영화 <자하의 약속>은 여성기훼손(Female Genital Mutilation, 이하 FGM)이라는 악습에 반대운동을 하는 자하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자하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하는 아동 결혼으로 가게 된 미국과 자신의 고향인 감비아에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침묵의 문화인 FGM의 실상을 밝히고 더는 지속되지 않도록 맞서 싸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율권을 되찾기 위해 뿌리 깊은 여성 억압에 저항하는 자하의 삶과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의 아프리카예요.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딸과 자매와 어머니를 위해서 합니다. 

오로지 그뿐이에요”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자하에게, 그리고 그녀의 용기와 의지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 속에서 피움톡!톡!이 시작되었다. 진행을 맡은 재재는 <자하의 약속>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며, “소위 제1세계에서 FGM에 관한 영화가 많이 나오지만 FGM을 선정적이거나 타자화된 시선으로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선정을 하지 못했는데,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의 관점에서 구성된 점이 좋아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 관객도 “이제까지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서, 이 영화가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울컥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용기를 낸 자하를 보면서, 그리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간에 행동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뿌듯했고 경이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자하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다가 목표가 실현되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 쾌감을 느꼈고, 활동가들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인권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사안을 둘러싼 사회, 문화적 맥락과 ‘당사자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본 영화는 이슬람 종교를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하는데, 자하는 “나는 내 가족과 종교를 사랑하지만, FGM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맞다”라고 단언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말한 관객의 소감에 다른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FGM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슬람 문화권인 국가에서 FGM이 풍습이 아닌 곳도 많다. 특정 종교, 혹은 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팽배하고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인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자하는 FGM 수술을 받을 때, 피해자들이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피해 당사자의 맥락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관객은 “이 영화를 보고 와 닿는 게 너무 크고, 이를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비당사자로서 피해 당사자를 타자화할 것이 우려된다”며, “한국에서도 여성기 성형수술이 흔히 있고, FGM과 강도는 다르겠지만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데 어떤 연관점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이것은 살짝 다듬은 것이 아닙니다. '절단'입니다. 저는 클리스토리스를 절단당했습니다."


‘색깔이 검고 비대하게 늘어난 소음순’을 작고 예쁘게 고쳐준다는 성형수술 광고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정원 위원장은 이 같은 성형광고들이 할례를 완곡한 어법으로 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수술로 만들어진 성기의 모습은 미숙하고 털이 없고 핑크색의, 마치 유아적 이미지에 가깝지 않나. 남성의 취향에 맞게 성기를 절제한다. 당연히 의학의 관점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 질염의 위험이 높고 성관계 시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에 재수술을 원하는 여성 환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래서 FGM은 낯선 대륙이나 어떤 종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은 그 모습만 조금씩 다를 뿐 어느 문화권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결국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란 단지 남성을 유혹하는 목적이 내재된 오브제로 통한다. 자하의 투쟁은 자신의 몸이 오브제가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 속해있다는 외침이다.




이야기는 몸의 권리에 대한 기나긴 투쟁, 낙태죄 폐지 운동으로 이어진다. 윤정원 위원장은 과거 의대 재학 시절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들을 고발한 사건을 언급했다. “산부인과로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임신중절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직업 활동에 있어 내 신념을 지키는 것이 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윤 위원장은 과거 FGM 피해여성의 치료를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는 생각을 했던 적 있지만 한국에도 낙태죄 폐지 등 여성보건과 관련하여 할 일이 많아 가지 못했다며, 다가올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International Safe Abortion Day)’을 맞아 다음 날 29일 종로일대에서 진행하는 형법 제269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를 알렸다.


자하와 ‘Safe Hands For Girls’의 움직임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향하고 있다. 2020년까지 아프리카 연합(AU)에 결의안을 통과시켜 대륙 내의 모든 국가가 FGM을 불법화하는 것이 목표다. FGM과 낙태죄,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율성의 침해에 저항하는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