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회상> -

 

보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영화 <회상> 스틸 컷

이따금씩 비극을 빚어낸 무수한 동기들을 헤아려볼 때가 있다. 크고 작은 인과관계들을 하나씩 헤아려 볼 때면 이런저런 유약한 감정들이 사무치곤 한다. 그것은 트라우마와 분노,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되어 우리를 괴롭힌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대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것이다. 에스테르 로츠의 영화 <회상>은 폭력의 피해자가 된 한 여성의 시선을 통해 그 고통의 무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관객은 평화롭던 일상이 어느 사건으로 180도 바뀌어버린 한 여성의 내면 심리를 따라 그 날카로운 균열의 자국을 되짚어보게 된다.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주인공 미테는 둘째를 출산하며 휴직기에 들어선다. 남편의 출장이 겹치며 혼자 육아를 떠안게 됐지만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며 새로운 행복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휴직 신청을 위해 들른 직장에서 이전에 자주 상담소를 찾았던 데이트 폭력 피해자 미셸이 다시금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듣게된다. 미테는 그녀를 걱정하며 남편의 출장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무르길 권유한다. 이따금씩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미셸과 그녀를 찾는 프랭크, 그리고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까지. 평화롭던 미셸의 일상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며 점차 한 사건을 향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영화 <회상> 스틸 컷

영화는 출산 후 아이들을 돌보던 미테의 시간과 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는 미테의 시간을 뒤섞어 보여준다.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영화는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말을 아낀 채, 그저 미테가 되짚어보는 기억의 시간을 같이 따라갈 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영화는 한 여성이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폭력들을 함께 보여준다. 불쾌한 신체접촉부터 위협적인 언행과 행동까지, 위에서 내려다보는 커다란 남성의 시선 앞에서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끼는 여성의 공포를 세밀하게 드러낸다. 또한 주변 인물들이 피해자를 향해 쏟아내는 거침없는 대사를 통해 이들이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어떻게 그들이 타자화 되는지를 표현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안고 있는 연대의 메시지가 중간중간 녹아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영화 <회상> 스틸 컷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보여주듯이 진행되던 영화가 마침내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될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우린 파이터잖아요, 당신과 나. 고무로 만들어져 벌떡 일어나잖아요.” 용기 내어 함께 가해자에 맞서고 대항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희망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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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이제 멈출 수는 없어' 2019년 10월 2일(수)~10월 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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