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난세포> -

재인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가족계획연구소에서 장치를 머리에 연결하여 임신중단을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몇 분간 봐야 한다. 그 후에 임신중단 의사를 밝힌 여성에 한해서 임신중단이 이루어진다. 가상현실 속 짧은 미래를 마주한 후 주인공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영화 <난세포> 스틸 컷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죄책감

어렸을 때부터 여성들은 임신중단을 제약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성장해 왔다. 이는 임신중단을 하면 안 되는 것, ‘로 여기도록 강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난세포>에서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학창 시절에 한 번쯤 보았던 다큐멘터리 <소리없는 비명>*에 나오는 고통스러운 태아를 보게 하는 것 대신, 임신중단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태어났을 아이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여성에게 죄책감을 부여한다.

이처럼 <난세포> 속 미래에서 여성에게 죄책감을 부여하는 방식은 현실보다 훨씬 더 교묘하며 잔인하다. 임신중단의 과정 속 태아가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한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죄책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보던 영상과는 다르게 가상현실에서는 별다른 완충지대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영화 <난세포> 스틸 컷

임신중단을 스스로선택할 수 없는 여성들

현실을 가리고, 가상현실을 보여주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미래의 모습은 여성에게 여전히 폭력적이다. 영화가 제작되었던 미국에서는 현재 임신중단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를 다시 범죄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낙태죄를 통해 여성을 압박하는 현재와는 다르게, 영화 속 미래는 더 교묘한 방식으로 여성의 재생산권을 침해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난세포>에서 오늘날의 현실을 마주하는 기시감을 지울 수는 없다. 짧은 가상현실 체험 후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가상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난세포>에서 이를 확인해볼 수 있다.

 

* 해당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인 임신중단 시기보다 훨씬 늦은 임신 24주 이후의 태아의 모습을 담았고, 수술 도구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영상을 빠르게 재생하며 임신중단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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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이제 멈출 수는 없어' 2019년 10월 2일(수)~10월 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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