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두려움은 우리의 용기가 되어!

- 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캣콜링: 길 위의 성폭력> -

 

채원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영화 <캣콜링: 길위의 성폭력> 스틸 컷

브라질 '파울리스타역'에서부터 '마르셀로 거리'까지.

카메라는 도심 속 보통의 길거리들을 비춘다.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절 부르더니 맛있게 생겼다고 했어요

술에 취해 우버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그 상황을 이용해서 일부러 절 넘어뜨리고 제 음부를 만졌어요

공원에선 남자들이 절 핥고 싶다고도 했죠

거리를 따라 화면을 비추며 나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저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일상적인 길거리 모습 가운데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로 우글거리는 오프닝은 관객들에게 과연 여성을 위한 도시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바로 이것이 영화<캣콜링: 길 위의 성폭력>에서 주목한 여성들의 현실이다.

원래 여자한테 그렇게 말해요? 괴롭힌다고 생각 안해요?”

하루의 시작 혹은 끝이 되는 일상적인 거리에서 남자들의 극에 치닫는 무례함조차 일상이 되어버린 수많은 이들 중 여기, 불안에 그치지 않고 변화를 위해 분노하기 시작한 이들이 있다.

간호사를 꿈꾸는 '라켈'과 트렌스젠더 운동가인 '로사', 역사교사인 '테레사'. 사는 지역도 나이도 꿈꾸는 것도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이지만, 모두 사회의 불평등한 기준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브라질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렇다고 그들이 마냥 두렵고 무섭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뚱뚱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도, 버스에서도 꾸준히 낯선 남자들에게 조롱 섞인 '캣콜링(Catcalling)'을 받아온 라켈은 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인적없는 길을 지날 때 '아무도 없어서가 아닌 나를 해칠 누군가가 있을까봐 무섭다'는 로사는 항상 불안하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테레사는 남자들의 주목이 무섭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점차 사회와 남자들을 향한 분노로 바뀌고 그 분노는 자기 자신 그리고 나아가 여성들을 위한 변화를 이끈다.

영화 <캣콜링: 길위의 성폭력> 스틸 컷

"내가 뚱뚱해도 신경 안써요. 사회의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죠." - 라켈

"내가 입고 싶으면 그게 뭐든 입어야 해요." - 로사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은 무섭지만 내가 원하는 길로 갈 줄 알아야 해요." - 테레사

 

브라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여성살해 비율이 높고, 게다가 국민의 86%가 공공장소에서 성희롱을 겪는 나라이다. 여성의 위치가 이리도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이들은 여성으로서의 자신에게 주어진 기존의 규범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고발한다.

캣콜링, 여성들은 그것을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고 재확인하려는 태반이라고 말한다. , 캣콜링 또한 성희롱 그 자체라는 것이다. 반면 남성들은 성희롱과 캣콜링 사이에 차이를 둔다. 성희롱은 원치 않는 말로 상대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이며, 캣콜링은 우아한 칭찬, 상대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말을 거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캣콜링을 겪지 않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인 것인가. 낯선 남자들이 던지는 말들을 여성이 원치 않는 말로 느낄지 혹은 칭찬으로 느낄지 어떻게 그리 확신할 수 있나. 결국 남성 자신들의 기준대로 느끼는 이 생각의 차이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라켈과 로사, 테레사는 사회운동과 예술, 시 등과 같은 저마다의 방법을 통해 길 위에서의 여성폭력에 대항하고 이 도시, 공적 공간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들을 통해 브라질의 페미니즘 기류를 비추는 영화<캣콜링: 길 위의 성폭력>은 페미니즘의 대표적 구절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를 떠오르게 한다. 여성들이 겪는 길 위에서의 위태로움은 페미니즘이라는 정치적 태동을 만들었고, 이는 도시의 정의를 다시 정립하는 그 첫 시작점을 마련한다.

두려움의 침묵 속에서 분노의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이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이 도시 안에서 우리는 그저 우리의 자리를 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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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여성인권영화제 '이제 멈출 수는 없어' 2019년 10월 2일(수)~10월 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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