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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으로 여성과 여성폭력을 말하다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2016. 10. 5. 21:10


단순한 진심으로 여성과 여성폭력을 말하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기념 포럼-




지원_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우리는 종종 미디어의 눈을 통해 ‘여성’을 만나게 된다.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영화에서 수위 높은 노출을 감행하는 캐릭터로, 때로는 언론에 보도되는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로. 주류 미디어가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므로, 여성과 여성폭력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 방식은 매우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다.


올가을, 10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FIWOM)를 기념하여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 스크린, 브라운관, 프레스 속의 여성 재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란희 수석 프로그래머는 “주류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편견과 통념에 기반 하여 묘사된 여성과 여성폭력은 실제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포럼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영화제 사무국 주최로 KT&G상상마당 4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이날 포럼은 미디어 속에서 여성이 재현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적인 재현의 가능성을 함께 찾아보는 자리였다.


발제자로는 정민아(영화평론가), 김선영(대중문화평론가),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토론자로는 송란희(여성인권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윤정주(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경환(법무법인 태평양)이 참여했고, 다양한 예시와 영상물이 재미와 이해를 더했다.



영화, 드라마, 언론이 비춘 ‘여성’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2012년 이후 흥행영화 키워드를 분석하면서 운을 뗐다. 사회의 안정성과 국가 시스템이 의심받는 가운데, 영화는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과 남성의 서사에 집중했다. 이들 영화에서 여성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한편, ‘걸크러쉬’ 현상의 대중화와 여성영웅, 여성 퀴어 영화의 흥행은 달라진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기도 한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의 급부상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한국영화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되는 대목이다.


멜로드라마의 경우, ‘나쁜 남자’ 판타지의 기원과 변천사 속에서 여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에게 억압적인 가부장적 남성인물을 기반으로 탄생한 ‘나쁜 남자’ 판타지는 외환위기 이후 전성기를 맞는다. 강한 권력을 가진 지배자로서의 남성과 희생자, 약자로서의 여성이라는 ‘나쁜 남자’ 판타지의 기본 구도가 강화되면서 여성인물형은 더욱 퇴행적으로 굳어갔다. 김선영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들어 몇몇 드라마와 시청자의 반응을 통해 이러한 판타지가 수명을 다해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 캐릭터의 변화를 모색함과 동시에 지금의 여성인물형의 한계를 인지하고 개선하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언론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묘사가 가장 직접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성정치인, 개그우먼, 탈북여성과 장애 여성에 대한 비하를 그대로 내보내는 방송사와 이러한 문제 제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방송심의기관을 총체적으로 지적하였다. 특히 성폭력 보도는 더욱 심각한 인권침해의 실태를 보여줬다. 사건이 보도되자마자 피의자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여과 없이 싣는다거나, 지나치게 구체적인 삽화를 통해 피해자가 겪은 폭력의 상황을 불필요하게 상상하게 만드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 폭력을 단순히 묘사·재연해 보도하는 것은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을뿐더러, 피해자에겐 심각한 2차 가해이다. 이 날 발제와 토론은, 기자와 방송사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비판하며,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 등의 규정이 적절한 규범력과 강제력을 갖는 방안으로 맺어졌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자는 ‘단순한 진심’



세 분야의 공통된 관심사는 미디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이다. 여성폭력은 폭력의 자극적인 이미지와 여성에 대한 섹슈얼한 시각이 맞물려 단지 ‘선정적인 소재’로 소비되곤 하였다. 이는 여성폭력의 현실에 대한 왜곡이며 폭력의 생존자에겐 실질적인 위협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르노와 다름없이 연출하고 소비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그 대안적인 재현의 길을 찾는 것은 요원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은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성찰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여성폭력에 대한 묘사가 쾌락의 도구에 그치지 않는 다양하고 대안적인 방식의 재현을 상상해볼 차례이다.


“극장에서 단 두 시간 만이라도 여성인권에 대해 생각해보자”라는 단순한 생각을 시작으로 10회를 맞은 여성인권영화제는 그 가능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할 것이다. 까다로운 기준을 통해 엄선된 영화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드러내는 동시에 ‘왜?’라는 질문을 남긴다. 또한, 편견에 의해 박제된 여성이 아니라 일상적인 투쟁의 나날을 살아가는 입체적인 여성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당신이 보는 여성’을 넘어서는 방법은 어쩌면, 우리 그대로의 여성,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준 여성의 현실이 스크린, 브라운관, 프레스에 넘쳐흐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고통받는 여성들과 함께하겠다는 단순한 진심,성차별적인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심이 올가을, 관객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으로 남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