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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가 말하는 가족의 재발견, <사회학자와 곰돌이>

한국여성의전화 2016. 10. 13. 11:16

곰돌이가 말하는 가족의 재발견, 

<사회학자와 곰돌이>



김순남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사회학자와 곰돌이 La sociologue et l’ourson(SOCIOLOGIST AND POOH)>는 결혼과 친족체계가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통해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고, 우리의 생각 또한 어제와 다르다는 것 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동성결혼법안 이 통과되는 프랑스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성애결혼만이 정상이었던 할머니 세대를 거쳐, 혼외자식을 낳으면 사회로부터 배제되었던 시대들을 경유해, 남성과 여성의 결혼만이 정상이라는 규범을 질문하는 오늘날 의 시대를 보여준다. 영화는 결혼을 둘러싼 가치는 시대마다 언제나 해체되었고 또 다른 의미로 재구성되어 왔음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성애를 중심으로 한,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결혼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신화는 다양한 가족들의 삶을 비밀로 묻어두거나, 배제하였다.


현재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프랑스, 영국, 미국, 스웨덴, 스페인 등 19개 국가이며, 결혼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결합을 인정하는 시민결 합이 시행되는 나라는 16개국이다. 동성결혼에 대한 공론화가 그 의미를 이성애와 동일한 권리의 획득이라는 혹은, 이성애와 동일하게 ‘사랑 할 권리’라는 의미로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모방’이 가능한 ‘동일한’ 고 정적인 이성애규범적인 결혼, 가족제도는 없다는 것. 그리고 사랑의 방 식 또한 언제나 사회적으로 구성되어왔고, 변화되어 왔음을 공론화 하는 것과 연결된다. 현재 이성애자라면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결혼 을 중심으로 한 가족 형태가 백인 부르주아 계급이나 재산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흑인과 백인과의 결혼이 금지되었던 시 대를 지나 탄생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여성 간 결혼'이 가능한 누에르족의 삶은 '생물학적'인 남자, 여자만 결혼이 가능한 결혼 제도 역시 모든 문화마다 동일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는 결혼관계 안에서도 여성의 삶이 전업주부로 국한되는 것에 저항한 여성들의 ‘거친’ 68혁명 투쟁의 역사들이 오늘날 성평등한 결혼관계의 가능성을 형성해온 중요한 발자취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렇듯, 결혼제도를 흔들고, 가족관계의 다양성을 만들어 온 마이너리티 의 삶들은 국가가 규정하는 이상적인 개인, 관계, 시민권에 개입해온 역사와 연결된다.


한국 사회의 이성애 규범적인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역사는 1930년대 부모의 강제결혼에 저항했던 시기, '여자도 남자와 같이 돼라.'는 신여성들의 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강력했던 시대, 동성동본 결혼을 금지했던 시기 등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인 상황을 통해서 재구성되어 왔다. 최근, 한국 사회는 동거에 대해, 이성애 비혼 인구에 대해 '사회적 불인정' 낙인을 찍으며 '문제화'할 뿐이다. 게다가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 자체를 봉 쇄하는 혹은 혐오하는 집단의 활동을 거세게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사회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슬로건이 그대로 ‘이성애 결혼/가족규범을 둘러싼 저항이 정치적’이라는 슬로건에 무색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결혼, 가족제도의 변화 속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가 동성결혼에 대한 인정/불인정 구도 속에서 제도로의 ‘진입’을 통한 평등권의 논의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더 주요하게는,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 의 삶을 정상화하는 젠더규범을 비틀고, ‘정상적인’ 시민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고, 규율화 할 수 있다는 규범에 개입하는, 그러한 규범을 공론화하는, 그러한 규범에 말을 거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학자와 곰돌이>는 프랑스 동성결혼 운동에 기반을 두 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젠더규범, 사회 적인 불평등, 재생산의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가족을 정치화할 수 있는 연대의 가능성이나 대 안적인 가족문화, 관계문화를 공론화 할 수 있는 만남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