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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무법자>&<페미걸즈>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2018. 9. 13. 02:27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10대 여성들의 이야기

<생리 무법자>&<페미걸즈>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김지은

  페미니스트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이 싸움이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기대작인 <생리 무법자>와 <페미걸즈>는 그중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차별적인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한 10대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생리 무법자>

고등학생 리안은 생리대를 사지 못해 휴지로 대신하다가 수업 발표 중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를 흘리게 된다. 리안은 파격적인 반항으로 자신을 놀린 학생과 선생님, 자신의 요구를 가로막는 사회적 낙인에 맞서 싸운다.


‘생리 빈곤층’을 가시화하고 전복의 주체로 만든다

  ‘젠장!’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하게 학교 화장실에서 월경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리안의 욕설로 시작한다. 그녀는 월경용품을 사지 못해 급한 대로 휴지를 둘둘 말아 속옷 위에 덧댄다. 화장실에 놓인 월경용품 자판기는 그리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자판기가 있어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리안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수많은 10대 여성들이 있다. 2016년 한 기사를 통해 알려진 국내 생리 빈곤층의 현실은 ‘깔창 생리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리안은 이러한 현실에 그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월경용품을 유상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학교 시스템에 대해 강력하고 재치 있게 저항한다.


월경에 대한 편견을 전복한다

  월경용품을 대신해서 속옷 위에 올려놓았던 휴지 뭉치는 흐르는 피를 막아주지 못했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지목으로 반 앞에 서서 발표를 하던 리안의 다리에는 빨간 월경혈이 흘러내리고 만다. 그 모습을 본 반 학생들은 폭력적인 말들로 리안을 조롱한다. 그러나 리안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놀리는 학생들에게 강하게 대응한다. 

  이 짧은 단편은 리안이라는 캐릭터의 행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출로 전복을 꾀한다. 특히 영화는 화면 곳곳에서 붉은색의 월경혈을 등장시킨다. 속옷에 묻은 월경혈, 리안의 다리에서 흐르는 월경혈,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월경혈, 손에 묻은 월경혈...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그 붉은 피를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월경에 대한 편견과 터부를 전복시킨다.   



<페미걸즈>

다섯 명의 10대 여성들은 각자 삶의 터전에서 성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운다. 

케냐, 페루, 요르단, 방글라데시 그리고 인도까지 사는 곳도, 투쟁하는 방식도 다양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만은 같다. <페미걸즈>는 이 소녀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들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페루의 10대 여성, 조시

  조시는 10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현실에 대한 예방법을 고민한다. 다른 10대들과 함께 호흡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조시의 강연을 함께 들어보자.



방글라데시의 10대 여성, 라티파

  라티파는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던 아동 결혼 근절을 위한 또래 모임을 조직하고 행동한다. 아동 결혼의 당사자인 여성들과 그 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여러 마을을 돌아다닌다.



요르단의 10대 여성, 가잘

  가잘은 예술과 삶의 관계성을 고민하는 예술가이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예술 작업을 펼쳐나가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한다.



인도의 10대 여성, 아이샤

  아이샤는 가라테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 있는 가라테 선수이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을 모아 호신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아이샤의 수업을 통해 강해짐의 감각을 얻는다.



케냐의 10대 여성, 미셸

  미셸은 여성 항공 공학자를 꿈꾸는 대학생이다. 그녀는 여성 멘토링 교육을 통해 다른 여성들이 자신감과 잠재력을 뿜어낼 수 있도록 용기를 전파한다.


이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자신의 터전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싸우는 10대 여성들의 삶을 함께하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한국의 10대 페미니스트들도 억압적인 환경을 바꾸기 위하여 스쿨 미투, ‘#청소년페미가_겪는_학교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역시나 페미니즘이 전 지구적인 흐름임을 읽어낼 수 있다. 이처럼 투쟁하는 10대 여성들의 삶과 연대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생리 무법자>와 <페미걸즈>를 추천한다. 이 두 작품은 CGV 압구정에서 개최되는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