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여성의 연대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일궈낸 변화 <폴리티컬 애니멀>


이소연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다! 낙태죄를 폐기하라!” 


여성의 임신중절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보신각에 울려 퍼졌던 10월 15일 토요일,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일궈낸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폴리티컬 애니멀>이 상영됐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외침과 몸짓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요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 눈여겨보자.




사회를 바꾸는 여성의 연대

난공불락일 것만 같았던 미국 사회가 “사랑은 사랑일 뿐”이라고 말하기까지, 티끌들의 투쟁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폴리티컬 애니멀>은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일궈낸 투쟁의 역사를 기록했다. 변화는 1994년, 레즈비언 ‘실라 쿠셀’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당선된 순간부터 시작됐다. 첫 동성애자 정치인이 1994년에야 등장했다는 사실은 괄목할 만한 변화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동성애자의 삶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않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비존재의 지대에 갇혀 있는 동성애자의 삶을 공론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동성애자의 존재를 드러냈고, 그 다음에는 그들이 겪는 불평등을 이야기했으며, 끝내는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했다. 그 결과 차별금지법, 시민결합Domestic partner registration, 동성결혼 법제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한국 사회가 마주했던 작은 변화

<폴리티컬 애니멀>의 상영을 마치고, 정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진행에 따라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와의 피움톡톡이 이어졌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한국에도 이미 18대 총선 당시 최초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정치인 최현숙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선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이 선거 이후로 동성애자에 관한 질문의 양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선거 전에는 동성애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주된 질문이었다면, 2008년 선거 뒤로는 동성애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질문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질문에서 이들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으로 나아갔다는 것 자체가 작은 변화인 셈이다.


변화를 위한 전략

좋은 영화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 관객석에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변화의 전략은 무엇인지” 물었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박하고 분노할 줄 아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미국 사회를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들이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당해왔던 차별에 분노할 힘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자가 어딜 감히 나서”, “여자가 드세면 안 돼”라는 생각이 여전히 통용되는 한국 사회에서 분노하는 여성들은 손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 권김현영 연구자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분노하는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계속 분노하다 보면 이 사회가 여성들의 정당한 분노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끝으로 정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우리는 잃을 것이 없고, 다름 아닌 우리의 일이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했다. 영화 <폴리티컬 애니멀>은 ‘미래의 모든 폴리티컬 애니멀에게 바친다’는 문구로 끝난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우리가 바로 ‘폴리티컬 애니멀’이다. 변화는 우리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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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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