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12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 폐막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의정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FIWOM)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가 9월 16일 폐막했다. 20개국 51편이라는 역대 최다 상영작과 풍성한 행사로 채워졌던 5일간의 일정은 박수 속에 마무리되었다.




  폐막식은 닷새간의 영화제 현장을 담은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주제가 있는 영화제', '소통하는 영화제', '즐기는 영화제', '행동하는 영화제',  '함께 만드는 영화제'라는 피움의 5가지 주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제를 만들어 낸 '피움족'들이 폐막을 선언하고, 폐막작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 상영으로 막을 내렸다.



  경쟁부문 수상작인 '피움상'으로 <자유로>가 선정되었다. 황슬기 감독이 연출한 <자유로>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낸 두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연대의 가능성과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환불>이 수상했다. <환불>은 갑작스레 입사취소를 받은 여성의 모습을 그리며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기업들의 행태 속에서 취업준비생의 현실을 보여준 영화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그 속에 사는 여성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시상을 맡은 유지나 영화평론가는 "리얼하게 그려낸 한국의 N포세대를 보며 현실을 깊이 느끼고, 배운 게 많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환불>의 송예진 감독은, "나도 <환불>의 주인공 수진이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고 있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영화를 그만둘 생각도 했는데,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게 되니 영화를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폐막식 현장을 찾은 다양한 관객들은 사회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영역을 가시화시키고 담론을 활발하게 만드는 여성인권영화제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여성인권영화제를 처음 찾았다는 한 관객은, "여성인권에서 출발해 다양한 주제로 확장시킨 상영작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인권에 대한 존중과 치열한 고민이 느껴진 영화제였다"고 말했다. 자원활동으로 영화제에 참여한 한 피움족은 "이번 영화제 이후 여성인권 관련 이슈들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었다.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주변 친구들과 영화제를 즐기고, 같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제에 왔다는 한 여성 관객은, "평소 아버지에게 잘 와닿지 않는 것 같았던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영화를 통해서 훨씬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피움의 여정은 그 슬로건 처럼 서로의 존재가 질문이 되고, 동시에 답이 될 가능성을 확인한 과정이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여성인권영화제는 앞으로도 폭력을 낳는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 계속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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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밥상이 마음에 안 들면 차버려!

 - <누가 소현씨를 울렸나><인사3팀의 캡슐커피><물물교환><자유로> GV 현장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현경


여자를 미워하는 건 쉬운 일이다. 특히 내가 여자라면, 여자를 미워하는 건 더 쉽다. <누가 소현씨를 울렸나>, <인사3팀의 캡슐커피>, <물물교환>, <자유로>에서도 다른 여자를 미워하는 여자들이 나온다. <누가 소현씨를 울렸나>에서 나라 주임은 출산 휴가를 앞둔 지현 대리에게 “매번 여자 휴게실에 가 있으면서 언제 다해요?”라고 비아냥거리며 프로젝트를 빼앗는다. <인사3팀의 캡슐커피>에서 수아 대리는 계약직 민주를 잘라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물물교환>에서는 동생과 단둘이 생활하는 일영이 구청에서 지원받은 생리대 택배 박스를 누군가 훔쳐 가고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의 친구들은 일영에게 등을 돌린다. <자유로>에서 택시기사인 여진은 싹싹하고 애교 많은 친구인 주희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한다. 


명절에 큰집에 모여 밥을 먹을 때, 남자 밥상과 여자 밥상은 다르다. 여자의 밥상은 거실 어느 구석에 펼쳐져, 작은 상 위에 남자의 밥상 조합과는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인사3팀의 캡슐커피>에서 수아는 애초에 자기 담당도 아니었던 남자 상사의 인사 업무를 떠안는다. 그 업무는 계약직 민주를 자르는 일이고 수아는 불합리한 일을 저질러야 한다. 계약직 민주는 대리인 수아가 기피하는 믹스 커피 타기와 술자리에서 부장 비위 맞추기 등에 자진한다. <물물교환>에서 생리대 박스를 잃어버렸다는 일영의 말에 구청 직원은 “학생이 생리대를 더 가져가면 다른 학생이 쓸 게 없잖아요.”라며 죄책감을 주는 핀잔을 놓는다. <누가 소현씨를 울렸나>와 <자유로>에서는 주인공과 다른 여성의 외모를 비교하며 평가하는 남성들이 등장한다.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여자들의 밥상에는 적은 양의 이상한 맛을 가진 음식이 놓여 있다. 우리는 그 좁고 별로 손대고 싶지 않은 밥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자유로>와 <인사3팀의 캡슐커피>에서 여진과 수아는 밥상을 뒤집어버린다. 그 방식은 당연하게도 연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여진, 수아, 소현, 일영이 그랬듯, 여성들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서로를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인 경우가 많다. 미움을 극복하고 연대로 구조에 균열을 내는 두 주인공의 시원한 행동을 보면, 내 지난날까지 돌아보게 된다.


9월 15일 12시 GV 현장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실감 나게 담아낸 감독들을 만나보았다. 감독들은 각자 왜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인사3팀의 캡슐커피>의 정해일 감독은 "처음부터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남성이 주인공이 되었을 때 회사 안의 권력다툼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었고, 여성 캐릭터가 회사 생활 등의 영화 내용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주인공으로 정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수아와 민주가 겪는 일이 단순한 권력다툼이 아님을 시사했다. <물물교환>의 김다영 감독은 "'깔창 생리대'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되었다"며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을 면밀히 알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누가 소현씨를 울렸나>의 이길우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제 또래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남성을 위주로 썼는데, 여성이 훨씬 더 걸림돌이 많은 것을 느끼고 여성으로 주인공을 바꾸게 되었다"고 밝혔다. 객석에서 함께 한 <누가 소현씨를 울렸나>의 임선우 배우는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 한 일이 되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이 영화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 여성이 대상화되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다뤄질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V를 통해 감독들의 생각과 경험을 들으며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며, 동시에 그 현실을 돌파해 나갈 상상력을 제공하는 피움 초이스의 미래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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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 가 전하는 말 

-피움톡톡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석희진


연결되어 있는, 여성의 삶 

9월 15일, CGV압구정 아트하우스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상영작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감독 제니퍼 타운젠드가 출연하고 동국대학교 교수 유지나가 진행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91년 개봉한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관람한 관객들의 인터뷰로 채워져 있다. 관객들은 25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강간범을 살해하고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두 여성을 그린 이 영화가 관객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보여준다. 


제니퍼 타운젠드 감독은 25년의 시간차를 두고 제작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들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고 영화로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나 “영화 <델마와 루이스> 관람 이후 변화한 관객들의 목소리를 그들의 입으로 ‘직접’ 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성이 진실을 말했을 때 남성중심적 사회가 이를 어떻게 묵살하는지도 알리고 싶었다”며 자신의 첫 데뷔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변하지 않는 이유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남긴 것은 단지 자매애 혹은 여성의 우정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삶에 대해 말했다. 다이앤을 비롯한 많은 출연진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여성적’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그것은 자신에게 연대이고 삶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25년이 지난 지금 되묻는다.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나요?” 

“여성의 삶은 바뀌지 않았어요.”


여성적인 것은 여전히 비주류적인 것,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은 여성들의 우정은 견제, 질투, 이기적 등의 부정적 단어로 채워졌다. 또한 여성의 현실 앞에 놓인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25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성차별과 강간문화는 남아있고,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 쉬운 취약한 구조에 놓여있다. 또한, 남성보다 더 많은 책임과 감정을 요구받는다.  


타운젠드 감독은 이렇듯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현실’에 관한 질문에 대해 미투운동이 일어났고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움직임을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연대를 통한 가부장제, 성폭력, 여성차별의 해소를 강조했다.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가

델마와 루이스는 당대를 살아가던,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닮아있다. 또한, 여성들에게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40대 주부라고 밝힌 한 관객은 20대 때 관람했던 <델마와 루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투영시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며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관객들의 열띤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감독님의 삶에도 영화 제작 이후 변화가 있냐”는 관객의 질문에 타운젠드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많은 여성과 만날수록 그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고, 경험을 생생히 전해 듣는 과정에서 이 일을 이제는 자신의 과업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 감상과 경험을 공유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지금/여기/함께

우리는 함께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여성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고백할 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델마와 루이스 다시 보기>는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폐막작이기도 하다. 9월 16일 오후 6시에 시작되는 폐막식은 서로의 질문과 대답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노력해야 할 바를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5년의 시간차 속에서 삶을 관통하는 질문을 놓지 않고 살아왔던 그/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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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우리는 분노하고 슬퍼하고 또 웃는다


:<웃어봐>,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여자1 여자2 여자3>, <수잔과 남자>, <루비 파샤의 전설> 피움톡톡 후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소원


2018년 9월 15일, 압구정 CGV 아트하우스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인 <웃어봐>,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여자1 여자2 여자3>, <수잔과 남자>, <루비 파샤의 전설>상영 후 피움톡톡이 진행됐다. 다섯 편의 영화가 모두 유쾌한 분위기인 만큼 해당 피움톡톡 역시 무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페미니스트 스탠딩 코미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나눔과 회원 윤희근이 진행을 맡았고,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Dora희년과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의 셀럽 맷이 관객에게 웃음을 전파하기 위해 무대에 섰다. 상영작들의 통쾌한 결말과 진행자들의 능숙한 아이스브레이킹 덕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페미, 믿습니까? 믿습니다!

무대에 선 첫 번째 주자는 Dora희년이였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의 자신은 '옛사람'이고 알고 난 후에 '새사람'이 되었다는 그는 아들 타령을 하는 부모님 앞에서 리모컨을 바지에 넣고 ‘아들이다!’라고 외친 유쾌한 ‘썰’을 풀며 코미디를 시작했다. 기독교 신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믿는 페미’에 속해 있기도 한 그는 페미니스트 기독교 신자로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른 기독교 신자와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어 ‘차라리 기독교에 페미니즘을 접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상상은 그 자체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옷까지 갈아입으며 페미니즘을 전파하는 목사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수잔과 남자>에서 랩 하는 수잔을 연상시켰다. 맨스플레인과 성희롱을 일삼는 남성을 랩으로 해치우는 것, 목사가 페미니즘을 설교하는 일은 현실에서 실행되기는 힘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이 많은 사람에게 공유될 때 ‘웃음’이라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웃음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 Dora희년의 공연은 그러한 상상력과 웃음의 힘을 몸소 보여준 시간이었다.


손쉽게 페미니스트가 되려는 남성에게

스탠딩 코미디 두 번째 주자는 셀럽 맷이었다. 그는 ‘고민 없이 손쉽게 페미니스트라 이야기하는 남성’을 중심으로 여러 페미니즘 이슈를 코미디로 풀어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 없이 여성을 ‘사랑’한다며, ‘딸이 있다’며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뻔뻔한’ 남성들의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출산력’을 비꼬며 정자에도 등급을 매겼으면 좋겠다는 ‘정자력’ 이야기는 현실 속 여성에게 강요되는 아들 출산의 압박을 연상시키며 속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셀럽 맷은 자신이 당했던 성희롱을 이야기하며 남성들이 쉽게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대신 자신을 더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진짜' 남성 페미니스트가 많아지길 바란다는 얘기로 끝을 맺었다. 입담이 좋아 한마디 한마디마다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 가운데는 뼈가 확실한 코미디였다.




우리는 웃을 것이다

<웃어봐>의 주인공은 웃어보라는 남성에게 침을 뱉는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의 주인공은 무대를 압도하는 마임을 선보이고, <여자1 여자2 여자3>의 여성들은 관객을 향해 '이제 여러분 차례'라고 말한다. <수잔과 남자>에서 수잔은 랩으로 남자의 머리를 폭발시키고, <루비 파샤의 전설>에서 루비는 약혼자의 가족을 죽인 후 세계적인 전설이 된다. 다섯 편의 영화는 모두 속 시원한 결말을 맞으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짐을 나눠서 지는 것만큼이나 함께 웃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현실을 버티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다섯 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피움톡톡이 진행되는 동안 극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함께 웃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다.


피움톡톡 시간에 ‘감사하다’는 말이 두 번 나왔다. 한 번은 무대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보여준 Dora희년이 힘을 얻고 갈 수 있어 감사하다는 얘기였고, 다른 한 번은 피움톡톡이 다 끝나갈 무렵 페미니스트인 자신의 가치관이 옳다는 확신을 주어 감사하다는 관객의 이야기였다. 이렇듯 웃음은 그 웃음을 주는 사람도, 그 사람 덕에 웃는 사람도 모두 힘을 얻어갈 수 있는 일종의 마법이다. 함께 웃었던 이 시간이 피움톡톡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에게 앞으로 다른 일들을 버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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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서로의 대답이 모여 더 풍성해진 축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난리피움’ 부대행사 현장취재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한지원


영화제는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들이 서로 공감하며 즐기는 ‘축제’이기도 하다.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우리가 서로의 대답입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느끼고, 감상을 공유하는 CGV 아트하우스 내부에서는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이벤트가 열렸다. 벽에 붙은 메모판에는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 포스트잇이 붙었고, 그 질문 주위로 각자의 손글씨로 쓴 다채로운 대답들이 이어졌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첫걸음,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는 유독 많은 포스트잇이 붙었는데, ‘불편한 것을 넘기지 않고 지.적.하.기.’, ‘탈코르셋, 욕망의 대상 되는 것 벗어나기’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나누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라는 질문에는 ‘밤에 산책하기’, ‘혼자 여행하기’ ‘남자는 개성 있게 생겨도 배우 하는데, 여자는 개성 있게 생기면 배우 못한다고 해서 포기했다’는 사연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서로가 있어서 괜찮아요’와 같은 따뜻한 대답들도 이어졌다. 



‘우리가 서로의 대답입니다’ 인증샷 이벤트의 일환으로 각종 SNS에는 #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질문과대답이되어 해시태그가 달린 영화제 풍경 사진, 기념품과 티켓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감독이라면!’, ‘당신의 취향에 답해드립니다!’, ‘먼지차별 근절 캠페인’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CGV 아트하우스 앞 광장에서는 다양한 부스 행사가 펼쳐졌다. 그중 여성영화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보는 ‘내가 감독이라면!’ 이벤트에 많은 관객의 참여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만약 감독이 된다면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로 ‘데스노트를 여자가 갖는 영화’, ‘여성 스승과 여성 제자가 서로의 세계를 박살 내는 영화’, ‘50대 비혼 여성들의 쿠바 여행기’ 등을 꼽으며 그동안 영화계가 좀처럼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성서사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또한 관객이 바닥에 적힌 질문을 읽고 YES 혹은 NO로 답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을 수 있는 ‘당신의 취향에 답해드립니다!’ 이벤트도 준비되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남초인 환경에서 지내며 불편했던 적이 있다’ 등의 질문에 모두 YES라면 유능한 여성이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영화 <넘버원>이 ‘취향 영화’로 나오는 식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사소하고 일상적이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먼지차별’의 경험을 고발하는 메모판에는 먼지 뭉치 모양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그렇게 화장 진하면 남자들이 싫어해’와 ‘오늘 화장 안 했어? 그러고 가면 알바 안 짤리냐?’처럼 모순적인 외모 지적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 격한 운동 아니야?’, ‘여직원들은 결혼하면 그만두지 않나요?’처럼 여성의 삶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해버리는 ‘먼지차별’의 폭로가 이어졌다. 이벤트 팀의 이유미 자원활동가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영화제에 와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답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60대 여성 관객분도 오셔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 것 같아서 뜻깊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죄? 무죄?’, ‘그런 가족은 필요 없다’


역시 광장에서 이어진 ‘유죄? 무죄?’ 이벤트에서는 여성폭력 사건에 대한 구형을 관객 스스로 내려보고, 실제 판결 결과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불법 촬영, 성폭행, 아동성범죄 등 심각한 여성 대상 범죄 사례가 있었지만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징역 기간이 매우 짧았고, 집행유예나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으로 지속적인 폭력으로 생사를 위협받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망케 한 경우에, 이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렸을 때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를 ‘성폭력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스 행사를 담당한 이벤트 팀의 최은미 자원활동가는 “심각한 여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무죄 혹은 집행유예 판결이 난다는 현실에 함께 분노해주셨던 관객분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바로 옆쪽에서는 ‘그런 가족은 필요 없다’를 슬로건으로 한 『가정폭력범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이혼 과정 중 가정폭력 가해 남편에 의한 여성살해 사건’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재수사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었다.


CGV 아트하우스 내부, 광장에서 펼쳐지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 출품된 영화의 명대사가 적혀있는 포토카드를 한 장씩 받을 수 있다. 이벤트는 영화제가 끝나는 16일까지 계속되니, 영화를 관람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영화제를 추억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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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우리가 후회하는 것들

<혐오 파괴자> <무지개 너머>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우정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다. 이들은 암을 이겨냈거나 암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죽음과 가까워진 경험을 통해 그들이 가장 후회한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참지 않을 것인지가 중요해요 / 혐오 파괴자 

 2017년 독일 베를린. 제3제국 이후 65년이 지났지만, 이곳에는 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를 찬양하며 외국인과 반대 세력을 향한 혐오를 표방하는 극우 테러리스트들이 여전하다. 이르멜라 슈람은 그곳에서 25년 동안 약 85,000장의 네오나치 스티커와 그래피티를 지워왔다. 어느 출근길, 그는 네오나치 스티커를 보고도 모른 척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나치 스티커를 없애지 않았지?” 자문하며 부끄러워했다. 슈람이 퇴근하고 와서도 그 스티커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바로 자신이 행동하는 한 사람이 되기로 한다. 열쇠로 스티커를 긁어내며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던 그 날은, 이후 25년의 시작이 되었다. 7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엄청난 기적이라는 암을 18년째 이겨내고 있는 슈람은 그것이 이 일과 자신의 강인함 덕이라고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저 거울 속의 나를 직면할 힘을 갖고 싶어요.”

 슈람의 행동은 국가의 지원은커녕 제재를 받고 있고 그의 집에는 위협의 메시지를 담은 우편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도 멈추지도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가 두려운 것은 그 누구의 위협보다도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삶을 사는 것이기에. 2016년 10월, 슈람은 그래피티를 지우려고 사용한 스프레이 때문에 공공기물파손죄로 기소되었고,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인가. 슈람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분명 거절당하겠지 하지만 두렵지 않아 / 무지개 너머 

  2015년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 레니는 사랑하는 여성들과 행복한 생일 파티를 보내고 있지만 그런 그도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어머니를 여의고 68세에 떠난 뉴질랜드 여행에서 만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레니는 그 사람이 자신과의 관계를 주변에 비밀로 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별을 고했다. 어릴 때부터 여성에게 사랑을 느껴왔지만 그 여성들은 모두 이성애자였고, 레니는 거절당할 것 같으면 자신이 먼저 마음을 접어버리곤 했다. 머리에 생긴 혹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레니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레즈비언으로서 마음껏 사랑하며 활짝 웃는다.


 “친구들은 가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답한다.”


 이젠 더 이상 거절이 두렵지 않다는 레니. 첫사랑과의 기억에 미소 짓는 레니에게 친구들은 그의 SNS 계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레니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도 누군가의 혐오나 비난이 두려워, 하고 싶은 일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져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이며 지금 행동하지 않았을 때 후회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후회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삶에서 후회란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어도 우리에겐 후회 ‘뒤’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무언가 후회하고 있다면, 후회 뒤에 오는 그들의 생생한 삶을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만나보자. 우리에게 너무 늦은 후회란 없다. 슈람과 레니가 우리에게 용기가 되어주었듯 우리도 누군가의 용기가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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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수많은 가정폭력 사건들, 정의롭지 못한 사법 현실

-  <살아남은 이유> 피움톡톡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김지은


9월 13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인 <살아남은 이유>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이하 고 대표)가 진행한 이 날 행사의 주제는 ‘인권보호보다 ‘가정보호’가 우선인 가정법원 파헤치기’였다. 출연자로 함께 한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는 직접 겪은 실제 판례들을 덧붙이며 본 행사를 더욱 풍부하게 꾸며주었다.

다큐멘터리 <살아남은 이유>에 등장하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은 그들이 겪은 미국의 성 편향적 사법제도를 폭로한다. 미국의 법원은 ’가정폭력을 주장하는 여성’과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를 주장하는 남성’ 사이에서 양육권 분쟁이 생기면, 대부분 학대하는 아버지의 손을 들어준다. 피해자의 심정이나 트라우마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비논리적이고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해버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판이다. 한국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남성적인 시각에 따라 가해자를 두둔하는 가정법원의 법체계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절대 보호하지 못한다.

 <살아남은 이유>의 상영이 끝나고 피움톡톡이 시작되었다. 현장은 너무도 참담한 사법 현실에 대한 토로로 가득 찼다. “참 답답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김 변호사는 <살아남은 이유>를 통해 세계 모든 여성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관객들 역시 각자가 경험했던 가정폭력과 관련된 문제들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그중 한 관객은 “지난 몇 년 동안 인권영화를 봤는데, 오늘 본 이 영화가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많은 여성들이 힘을 합해야만 이런 힘겨운 싸움들에서 이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가정폭력은 ‘사소한’ 문제?

고 대표는 <살아남은 이유>의 대사처럼, 가정폭력은 절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강조하였다. 아내를 남편의 ‘소유물’로 여기고,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묵인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팽배하다. ‘집안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를 밝히는 것은 가정을 깨는 파렴치한 짓이다’ 등의 편견 속에서 가정폭력은 항상 사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된다. 이로 인해 실제로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망설인다고 한다.

  또한 고 대표는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강압적 통제 등도 가정폭력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실제로 물리적 폭력처럼 언어폭력도 사람을 망가뜨리고 무력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언어적 폭력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사소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언어폭력은 그 자체로도 매우 심각한 폭력일뿐더러, 또 다른 종류의 폭력으로 향하는 전 단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주목이 필요하다.



인권보다 ‘가정보호’가 우선?

 가정폭력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만큼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에 대한 성 편향적이고 불합리한 사법 제도이다. 우리나라 가정폭력 처벌법의 목적조항에는 ‘가정보호’가 목적임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목적조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폭력 등의 문제로 ‘깨져야만 하는’ 가정조차 무조건 법적으로 유지할 명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가정법원은 대부분의 경우 이 목적조항을 근거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대면하여 면접이나 상담을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정을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남발되는 임시 방편들 속에서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된다. 가정을 유지하게 만들려는 사법 절차들은 긴 시간 동안 지난하게 이어지며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지치게 하고, 심지어는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고를 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중이더라도, 자녀면접교섭권 행사나 부부 상담을 구실로 ‘적법하게’ 접근한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김 변호사 역시 가정 유지의 전제조건은 개인의 권리이자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처벌법의 목적조항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고 대표는 피움톡톡을 마치며 가정폭력을 근절하고 여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 제도의 개선이 꼭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이는 <살아남은 이유>의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가정폭력 생존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다. 수많은 가정폭력 사건들을 불합리하게 바라보는 사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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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아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에로틱 부티크>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시유


성인용품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트지가 덕지덕지 발린 외관에 선뜻 발을 들일 수 없는 낡고 칙칙한 분위기일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성인용품들은 오로지 남성을 위한 물품들이다. ‘성욕’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 남성의 전유 욕구로서 여겨지며 오로지 남성에게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일쑤였다. 정말 성욕이라는 것은 남성만이 느낄 수 있는 욕구일까? 여성은 성욕을 느껴서도, 해소해서도 안 되는 것일까? 낙담하기엔 이르다. 여기,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성인용품점 ‘에로틱 부티크’가 있다. 



여성만을 위한 성인용품점, 에로틱 부티크

영화의 주인공 엠마는 남편과 두 명의 자녀를 둔 50대 무직 여성이다. 평생을 한 남자의 아내로서,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살아오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본 적 없었던 엠마. 그러던 어느 날 엠마의 남편은 갑작스럽게 이혼을 요구한다. 직접적인 수입이 없는 까닭에 이혼하게 되면 살아갈 길이 막막해질게 빤한 엠마는 우연히 성인용품점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접하고 망설임 없이 매니저로 취업을 하게 된다. 막상 성인용품점의 매니저가 되고 나니 가게는 어둡고 칙칙하며 가게를 찾는 손님마저도 남성이 전부이다. 엠마는 큰 결심을 한 듯 이 낡고 어두운 가게를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성인용품점으로 탈바꿈한다. 

엠마를 비롯한 단골손님들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성욕을 해소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엠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며, 스스로에 대해 깨달아가게 된다.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아 헤매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엠마는 그렇게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둘씩 깨달아나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연 엠마는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여성의 성욕 드러내기, 그 금기를 깨다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여성의 성욕은 마치 없는 것 또는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성욕이라는 것은 오롯이 남성에게만 허용된 것처럼 비쳤고 그러는 사이에 여성의 성욕은 지워지고 가려졌다. 동시에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 역시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여성은 점점 더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에로틱 부티크>는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을 소재로 내걸면서 이러한 금기들을 유쾌하게 깨버린다.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아 헤매는 엠마와 여성들을 보고 있으면 그 유쾌함에 웃음이 절로 난다. 

잃어버린 오르가즘을 찾고 싶은 당신 그리고 시원하게 여성의 성욕에 대해 말하고 싶은 당신, 또는 한바탕 유쾌한 웃음을 원하는 당신이 눈여겨봐야할 영화 <에로틱 부티크>를 반드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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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그들이 없으니, 더 잘 먹고 잘 산다

<위장기혼>과 <루나디가스>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리사


“남편과 아내는 법적으로 한 사람이다. 아내의 법적인 권리는 결혼과 동시에 중지되는 것이고 남편에게 통합된다. 따라서 아내가 다치면 남편의 동의 없이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다.”

  1765년 영국의 한 저명한 판사에 의해 쓰인 법학 교과서 중 한 부분이다. 아주 오래전 기혼 여성은 남성 배우자에게 귀속된 재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법은 남편이 자신의 재산(즉, 아내)을 도둑질(즉, 강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오랜 투쟁 끝에 여성이 투표권과 재산권을 얻고, 페미니즘 제2의 물결을 지나,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배우자 강간을 범죄화했다. 한국 또한 2013년 대법원이 종전 판례를 뒤집고 결혼 관계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법률상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실제 배우자에 의한 성폭력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현실이다. 영화 <위장기혼>은 한국과 같이 배우자 관계 내의 성폭력이 처벌받기 어려운 인도에서 한 여성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자신의 삶을 구해내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 <위장기혼> 中

  스미타는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한다. 하지만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것부터 집을 계약하는 것, 가스비를 내는 것까지 모두 남편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위장 기혼'이라는 기지를 발휘해 차근차근 혼자 일어설 준비를 시작한다. 그는 법이 구해주지 않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해냈고 앞으로도 온전히 혼자 힘으로 꿋꿋이 생존해나갈 것이다.

 


영화 <루나디가스> 中


 "정말 혼자 살 수 있을까?"


비혼과 비출산을 아무리 확고하게 결심했을지언정 간혹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스미타처럼 난관에 부딪히는 일도 많을 것이다. 아마 내가 이 집안의 첫 비혼 비출산 여성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 중년 여성의 삶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내 집 마련이나 재테크 등의 정보들은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정상가족을 꾸릴 것이라는 전제에 맞춰져 있다. 대학교수는 강의실에서 여대생들이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며 쓸데없는 참견을 한다. 시집을 잘 가야 하니까 교직 이수도 권한다. 엄마됨이 당연한 본분이며 본능이고 목표인 것처럼 말을 얹는다. 이쯤 되니 축 처지는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루나디가스>의 주인공이자 감독, 작가 니콜레타와 마릴리사

   

  <루나디가스>는 사회가 요구하는 본분, 본능, 목표인 엄마됨을 거부하고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들이 만든 영화다. 니콜레타와 마릴리사는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여성이자 이 영화의 감독과 작가이다. 두 사람은 1991년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사르데냐에서 처음 만나 동료가 되었다. 2017년 프랑스 인구 통계학 연구소는 1968년생의 유럽 여성 중 아이를 갖지 않은 비율("Childfree Women")은 평균 15%라고 발표했고, 그중 이탈리아는 20%로 독일, 스위스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Childfree Women"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니콜레타와 마릴리사는 이 15퍼센트의 여성들을 비롯한 자신들을 '루나디가스'라 스스로 이름 붙인다. 루나디가스는 사르데냐의 양치기들이 새끼를 배지 않는 양을 가리키던 말이지만 동시에 괴물, 괴짜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결혼하고 나니 지인들이 제 배를 주시했어요. 소식 없어? 하는 눈빛으로요. 황당했죠. 전 레지스탕스였고 고시도 치렀어요. 지금까지 충분히 했는데 왜 임신까지 해야 하죠?

 주변 사람들은 왜 애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 연륜 있는 여성들은 "나는 이만큼 해냈는데 뭘 더해?"라고 되물으며 유쾌하게 받아친다. 영화의 두 감독은 이제 예순을 넘었다. 그들이 여전히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계속 그려나가는 모습은 후세대의 루나디가스들에게 용기가 된다. 나는 나의 서른, 마흔, 쉰 이후의 삶이 얼마나 즐거울지 기대하며 적금을 하나 더 늘렸다! 걱정과 의심은 덜어내고 혼자서 잘 먹고 잘 살아갈 준비를 하나하나 해보려 한다.


 스미타와 니콜레타, 마릴리사로부터 용기를 얻고 싶다면 9월 14일(금) 15시 ART 2관, 15일(토) 20시 50분 ART 1관에서 두 영화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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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참지 않는 여자들

<웃어봐>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여자1 여자2 여자3> <수잔과 남자> <루비 파샤의 전설>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소원


  최근 상연된 연극 <비평가>는 두 여성 배우가 극을 이끌어갔다. 두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원작 희곡과 달리 이번에 공연된 <비평가>에서 두 여성 주인공을 볼 수 있었던 건 '젠더 프리 캐스팅' 덕이다. '젠더 프리 캐스팅'이란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연극판의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반드시 남성 또는 여성이 맡아야 하는 배역이 아니면 성별에 상관없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고전을 비롯해 무대에 오르는 극이 대부분 남성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 그 때문에 역량이 뛰어난 여성 배우가 있더라도 맡을 역할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껏 여성이 연극계에서 얼마나 소외되고 차별받아 왔는지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성이 어떤 직업을 가지거나 일하고자 할 때 차별받는 건 연극계만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로 여겨지던 금융계나 정치계, 과학계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 비율이 더 높은 출판계나 디자인계조차도 상위 관리자는 남성인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여성'으로 취급받아 온 결과이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여성이 일터에서 당하는 성차별은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합리화되어오곤 했다. 심지어 성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연극계의 '젠더 프리 캐스팅'을 비롯해 지난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투 운동' 등 최근 여러 가지 사회 변화는 더 이상 여성들이 부당한 일을 참고 있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이야기함으로써 침묵은 깨지고, 결국 세상은 바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여성의 분노에 공감한다면, 다음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웃어봐>

  웃을 기분이 아닌데, 눈치 없이 웃으라고 말하는 인간만큼 얄미운 게 없다. 게다가 그 웃으라는 이유가 ‘여성은 웃는 게 예쁘고, 찡그리면 주름살 생기니까’라는 말처럼 '여성'이라는 단서가 붙으면 더욱더. 엘레나도 그런 처지다. 웃고 싶지 않은데, 앞에 선 남자는 싱글싱글 웃으며 웃을 것을 강요한다.



  <수잔과 남자>

  면접을 보러 온 수잔은 계속해서 성희롱 발언에 시달린다. 끝도 없는 남자의 말을 듣다 못 한 수잔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를 궁지에 몰아놓는다. 부들부들 떨던 남자는 결국…. 자꾸만 헛소리를 일삼는 사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가. 이 영화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연극, 특히 남성이 주인공인 고전극에서 여성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은 한정적이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에서 주인공은 ‘맥베스’의 ‘맥더프 부인’ 역을 맡는다. 연출가는 맥더프 부인이 극 중 심하게 구타당하는 장면이 더 ‘생생하기를’ 바란다. 그 결과, 연출가와 연극은 좋은 평을 받지만 주인공의 몸은 온통 멍 자국으로 가득해진다. 공연을 계속할수록 주인공에게도 한계가 온다.



  <여자1 여자2 여자3>

  최근에 모 영화에서 여성이 ‘시체’ 역을 맡은 데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시체’역을 ‘여자시체’ 역으로 바꾸어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캐나다라고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캐나다에서 공공지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방송 29편 중 17편은 단 한 명의 여성 감독도 쓰지 않았고, 방영된 방송 293회 중 여성이 연출한 방송은 33회뿐이다. 영화와 TV 산업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 수치를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을 풍자하며 유쾌한 희망을 제시한다.



  <루비 파샤의 전설>

  루비 파샤는 결혼을 하는 대신 곤충학자가 되기로 한 파키스탄의 여성이다. 그는 파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약혼자의 가족에게 위협받는다. 보통의 영화라면 이 여성 앞에 펼쳐진 길은 가시밭길일 것이다. 그러나 루비 파샤는 참지 않는 여성이다. 그는 제목 그대로 '새로운 전설'이 된다.


  부당한 상황에 맞서 싸우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용기, 의지, 연대… 그중에서도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건 유머가 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우리가 그 유머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엎고 바꾸는 상상,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상상 말이다. <웃어봐> 외 4편의 영화는 유머를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단편들이다. 각 단편 속 다섯 명의 여성은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한 가지 힌트를 준다면, 이들은 모두 ‘참지 않는 여성’이라는 것이다. 어떤 상상을 하든, 관객들은 영화 속 기발하고 절묘한 상상력에 깔깔거리며 극장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단편들은 9월 13일 21:00, 9월 15일 20:30에 만나볼 수 있으며, 9월 15일에는 상영 후에 피움톡!톡! <코리안 페미니스트들의 스탠딩 코미디쇼>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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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