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 픽션 <열정의 끝>, 애니메이션 <집에 오는 길> -


류희정


 <열정의 끝>, 10대의 자신의 세계. 그녀의 사소하지 않은 열정을 만나다.



 주인공 미란은 체육대회 단체 줄넘기를 연습하다가, 자꾸만 줄에 걸린다. 연습을 감독하던 담임선생님은 더 잘하는 반 친구와 그녀의 자리를 바꾸기를 원한다. 순식간에 그녀의 자리를 뺏겨버린 미란은 더 잘할 거다, 연습해오겠다고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미란은 매일같이 줄넘기 연습을 한다. 이전보다 그녀의 실력은 빼어나게 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단체 줄넘기의 걸림돌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그녀의 종목을 바꾸라고 권유하다, 이내 화를 낸다. 선생님의 눈에 미란의 줄넘기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탓에 반 친구들은 좋은 줄넘기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고, 이는 곧 체육대회 전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줄넘기는 과연 ‘고집’이었을까. 미란의 세계에서 줄넘기는 분명 ‘열정’의 조각이었을 것이다. 10대 소녀인 미란의 세계는 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학교,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학교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욕심들. 학교가 전부인 10대 소녀에게 그것은 동시에 그녀의 세계가 된다. 그 속에서 단순한 ‘줄넘기’라는 행위는 학교 내에서-그 세계의 중심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된다. 그녀가 매일 밤 줄을 넘을 때, 좌절했던 그 날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비록 타인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넘기’일지라도, 그녀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넘어야만 하는 가장 열정적인 행위-‘열정의 끝’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없는 단체 줄넘기와 체육대회가 시작하면서, 줄넘기에 대한 열정은 ‘끝’이 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없이 줄을 넘으려고 했던 미란이라면, 또 다시 그 좌절의 벽을 넘어서는 열정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그것이 소녀가 소녀 자신의 세계에서 나아갔던 법이기 때문이다.


 <집에 오는 길>, 20대 그들의 세계. 일상적인 것들에 치여 사는 그녀의 세상을 사랑하다. 



 서울에는 수많은 단칸방이 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 단칸방에서 청춘을 시작했던 세대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있다. 대학은 졸업했고, 새로운 일자리도 구했지만 여전히 단칸방 인생이다. 이렇게 사는 청춘이 이 집, 저 집 서울의 야경을 채우는 불빛만큼이나 가득하다. 

 20대 주인공의 삶은 그 청춘의 삶 중에 하나의 모습이다. 팍팍하다. 작은 방에서 시작해서, 더운 날 볕 아래서 인형탈을 쓰고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다. 출근길에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닥친다. 타인의 시선에서 그녀의 삶은 어쩌면 초라할지도 모른다.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는 그녀는 취업난 속에서 마케팅이라고 말하는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다. 꿈은 한 뼘 접혔고, 그럼에도 아등바등 살아가야만 하는 서울이라는 땅 위에서 그녀는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내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영화를 보고서 10대에 꿈꾸었던 20대의 모습은 어땠을까. 주인공에게도, 내게도 묻고 싶어졌다. 아마 지금의 모습보다는 더 위풍당당하고 화려한 삶이었을 것 같다. 10대 시절 책상 앞에서 꿈꾸던 것들을 직접 이루어내고, 주목받는 멋진 어른. 그러나 잘 알고 있다. 내 삶이 그렇지 않은 것을.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쓰고 나면, 모아둘 푼돈 하나 없이 한 달 한 달을 지내 가는 삶, 취업 준비에 막막해서 미래를 그려보기 힘든 삶. 

 그러나 주인공은 그 날 일상을 마치고서, 들어선 집에서 말한다. “그래도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해.” 타인의 눈에는 빛나지 않는 것들만 가득한, 치열한 우리네 20대의 삶을 그녀는 포근히 쓰다듬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허물을 벗은 그녀의 말이었다. 출근길 사람 가득한 서울의 지하철도, 더운 날 고생에 살이 빠져서 일석이조가 되었다는 그녀의 일자리도, 단칸방 작은 그녀의 공간도 사랑한다고. 

 처음 20대의 삶을 만났을 때, 그녀도 그 때의 나만큼이나-혹은 그보다 더 크게 좌절했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10대의 우리들이 꿈꾸어왔던 세상과 실제 세상은 너무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 꿈의 한 꺼풀을 벗겨내고 만난 삶과 보금자리는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만큼이나 소중하고, 아리도록 아름답다. 

 그것은 그녀의 삶이고, 동시에 우리네 20대의 삶이다. 10대의 당신이 끝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데에 열정을 쏟았다면, 한없이 달려온 20대의 당신에게는 따뜻한 위로 한마디를 던져도 좋을 것 같다. 이젠 자신의 세계를 충분히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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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성폭력의 사회적 배경과 개선의 방향

-<7년간의 투쟁>-

스티어 프레드릭

 



범죄가 한 사건일 때는 개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반복적으로, 한 단체 중심적으로 향하거나, 정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시회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돕고자 호주에서 온 봉사활동가인 샬롯 켐벨 스테판 (Charlotte Campbell Stephen)이  케냐에 도착한지 2개월만에[각주:1] 당한 집단 강간은 하나의 단일 범죄였다. 그러나 강간, 아동 성 학대와 기본적 생활의 필수품을 얻기 위한 생존 섹스 (survival sex)를 포함한 케냐에서의 수많은 성폭행 사건들을 모두[각주:2]살펴볼 때,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재판 때 한 피고 측 변호사가 증거물을 숨기거나 바꾸는 행위는 법정 모독이자 사법 방해죄였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면허를 잃거나 재판에 제외조차 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포기하도록 지속적으로 재판을 방해할 수 있었다는 체계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는 샬롯이 대처해야 했던 상황이며, <7년간의 투쟁>은 그의 투쟁을 다루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나이로비의 빈곤한 근교에서 사는 케냐의 여성의 이야기도 해준다. 이들의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게끔 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가 있음은 물론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계속 방해되고 연기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새로운 판사에게 욺겨지기도 하고 재판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때도 있다. 피해자들이 또 다시 증언해야 하며 또다시 지독한 비극을 재경험해야 한다는 의미다. 케냐의 재판 절차가 기본적으로 느린 게 아니라,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재생하면서 절망을 느끼고 포기하게 하는 피고측의 의도적인 전략이 과정 내내 개입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방해들이 너무나 많아서 샬롯이 집당 강간을 당했음을 신고했을 때 경찰은 “케냐에서 강간 사건 재판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라고 경고할 정도였다. 실은 케냐에서 강간을 당했더라도 대부분의 피해자는 신고조차 하지 않고, 신고해서 가해자를 기소하더라도 그들이 증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샬롯은 포기하지 않고, 정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기로 했으며 증언 과정에서 가해자를 직접 대면함으로써 많은 피해 여성에게 희망을 주었다.

<7년간의 투쟁>은 매우 충격적인 방식으로 시작한다. 샬롯은 범죄 장소에 다시 돌아가서, 8시간 동안 남자 4 명한테서 강간을 당했던 침대에 다시 누워서 그 경험을 상세하게 진술한다. 다른 피해자들과 탈출하는 과정에서 살해도 당할 뻔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섬뜩했는데도 카메라 앞에서 끔찍한 범죄를 재생하면서 사실 대로 털어놓은 침착한 말투에 나는 참 놀랐다. 그리고 그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사소해보이는 일들이 나에게 제일 충격적이었다. 예를 들어 가해자 중에 한 명이 십자 목걸이를 쓰고 있었는데, 샬롯은 그 목걸이를 잡고 좀 전에 총을 입 안에 넣었던 가해자에게 “너는 무슨 기독교 신자이냐”라고 고발하면서 계속 도전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이 다큐멘터리는 샬롯의 집단 강간 사건 재판을 중심적으로 다루었으나 강간에 대한 고발과 처벌을 방해하는 법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탐구를 하기도 하며 깡패 예방 세미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 단체, 주민을 위한 법 설명회 등 사회 발전을 위해 투쟁하는 운동가의 이야기도 다룬다. 범죄와 얽힌 사회 배경에서부터 뇌물, 부패, 그리고 법적 전략까지 여러 단계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7년간의 투쟁>은 이 문제를 대처하고 정의, 개혁, 그리고 평등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케냐라는 공동체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7년간의 투쟁> 상영 후에 관람한 미국의 학내 성폭력을 다루는 올해의 개막작인 <헌팅 그라운드>, 그리고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가정폭력에 대한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을 같이 보면 여러 공통점을 살펴볼 수 있다. 여러가지의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한[각주:3] 차별적 상황에서 여성은 더 많은 피해 입기도 한다는 것, 또한 이 상황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해결하기에 어떤 방해들이 있는지를 고려하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몇 가지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우선 법의 문제들이 있다. 이는 부당한 사건을 예방하는 법률, 또한 사건 발생시 처벌 법률이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률 혹은 그런 법을 시행하는 기관이 비효과적이거나 아예 부재하는 상황들이다. <7년간의 투쟁>에서 나오는 운동가에 의하면 케냐에는 상당히 강한 성범죄처벌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피고측 변호사를 증거물을 반납하지 않거나 기록을 바꿀 때 고발되지 않는 것과 같이 재판 절차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다. 이 변호사는 자꾸 재판에 몇 시간 씩 늦게 도착하지만 재판에서 제외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7년간의 투쟁>에서 집단 강간 범죄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대신 '무장 강도'를 근거로 유죄가 결정됐으며, 무장 강도는 사형으로 처벌되지만 (자동적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다) 강간은 최대 20년 징역이데다가 실제로는 2년 징역이나 봉사활동 같은 아주 경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개혁이 필요하더라도, 강간 범죄를 고발하고 처벌하는 법률 제체와 기관이 존재한다. 한 운동가는 성범죄처벌법의 힘을 강조했으나 누구도 신고하지 않고 법이 시행되지조차 않으면 어떤 법률이 아무리 강해도 무력한 법률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불평등의 두 번째 이유가 포함되어 있다. 즉 법 실행의 문제이다. 경찰이 피해자의 케이스를 무시하거나, 신고를 기록하는데도 범인을 잡거나 증거를 찾지 않는 경우도 있다. 뇌물, 부패 그리고 특히 노동 문제에 포함된 보복이나 블랙리스트도 이 단계에 포함된다. <7년간의 투쟁>에서는 샬롯이 만난 모든 경찰, 기소측 변호사, 그리고 판사들이 성실하고, 정의로운 존재로 묘사되지만,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에 빠져 있을 때에는 경찰소에서 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가해자가 경찰이나 군인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치 기관이 없다는 사건이 흔히 언급된다.

그러나 강간 범죄를 신고하기 힘든 이유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문화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임을 알게 되면 공동체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피해자들은 피해자인데도 자책하기도 하고 강제로 당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명예로 받아들이기도 하다. <7년간의 투쟁>에서는 그러한 문제들이 자꾸 언급된다. 많은 피해 여성들이 부끄러워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임을 알게 되면 다시 성폭력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는 게 끔찍하지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독하고 비극적인 것은, 때로는 가해자가 가족이라면 가족 내에서도 신고하는 것을 막는다. 비뚤어지게도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가해자를 보호하면서 (주로 여성인)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케냐뿐만 아니라 <헌팅 그라운드>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학교의 명예 혹은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서 교직원들 그리고 다른 학생까지도 피해자를 탓하고 위협하기도 한다. 가해자는 더욱 더 심했다. 법적 제도가 아무리 발전되었어도 이러한 문화적인 요소는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고발하지 못하게끔 하는 꼭 바꿔야 하는 문화다.

각 단계에서의 자세한 문제는 각 문화와 법적 제도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를 살펴보면 운동가들이 더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화에서 비롯된 불편등을 법적으로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불평등에 대한 문화적, 대중적인 반발이 강할 때 관리할 법적 제도가 없으면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7년간의 투쟁>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한국에 거주하는 백인으로서 흥미롭던 점은, 샬롯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선택해서 소수민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국을 떠나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법원이나 수업에서 영어를 사용하지만 많은 사람이 있는 곳, 그리고 특히 샬롯이 근무하는 빈곤한 근교에서, 스와힐리어를 사용한다), 도처에 보이는 소수민족되고, 그리고 케냐처럼 생활 수준에 큰 차이가 나는, 나라로 이동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아주 어렵다. 한 장면에서 샬롯은 양이 많고 멀리서 보이는 언덕이 있는 들판에 앉아 있다. 그 경치를 보고 진정하고, 안심을 느끼고, 다른 데에서 살지 못하겠다고 고백한다.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감정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감정이었다. 봉사활동, 즉 이타적인 의도로 케냐로 갔는데도 2개월만에 집단 강간을 당하게 됐단 사실을 살펴보면 그녀는 케냐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만큼 인상적이다. 케냐를 원망하지 않고, 빈곤, 억압, 그리고 차별에 시달리는 케냐의 사람들을 계속 도우려고 노력한다. 너무나 괴로운 상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까지 투쟁해서 자신의 고통을 용기와 힘으로, 자신의 개인적 비극을 사회적 희망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불만족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특히 민족간의 관계를 충분히 탐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고측 변호사는 인종 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비난했다고 샬롯을 단 한 번 (거짓으로) 고발했고, 케냐 여자들은 백인 여자도 강간 당할 수 있음에 놀랐단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 외에는 인종 차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대중, 법체제가 부당한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샬롯을 계속 지원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와 다르단 점을 살펴보면 샬롯이 (상대적으로) 돈이 많은, 백인 호주 주민인 여성이기 때문에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피부보다도 경제적으로 강대국인 호주 (이 다큐멘터리를 지원한 나라) 에서 왔다는 게 더 중요했을 수도 있지만 <7년간의 투쟁>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분명히 다큐멘터리가 이슈에 접근하면서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 방식은 케냐 사람을 타자화할 위험을 적게 만들기는 하지만 교수와 민권 운동가인 미셸 알렉센더 (Michelle Alexander)가 주장했다시피 탈인종화된 (post-racial) 사회가 되고 싶은 목적만으로는 구조적인 불평등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7년간의 투쟁>은 전반적으로 잘 촬영한, 생각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인 샬롯은 지독한 경험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정의를 이루고자 부당한 제체와 끝까지 투쟁하는 강하고 대단한 인물이다. “강간 사건 재판에 이기는사람이 없”는 나라에서 샬롯 켐벨 스테판은 불가능한 것을 실현했으며 그녀의 성공을 통해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수많은 피해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이 다큐는 재판을 다루는 것 외에서도 전염병인 강간을 허락하는 사회 배경을 탐구하기도 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조직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7년간의 투쟁> 은 문제를 파악하는 뿐만 아니라, 개선 방향을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희망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1. Davey, M. ‘I will not be silenced’: fight for justice that gave Kenyan Rape victims a voice The Guardian 2015/03/12 [본문으로]
  2. 영화에 나오는 한 성폭력 예방 수업에서 아는 사람 중에 강간을 당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모른다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본문으로]
  3. 여기서 정의롭지 못한 상황은, 범죄나 피해 그자체보다도 범죄를 고발하거나 피해를 보상하지 못하게 하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체계에 대해서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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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학내에서 ‘학내 성폭력’을 외치다
- 다큐멘터리 <헌팅 그라운드> -

 

 21세기 대학은 기업이다.

 대학이란 어떤 공간인가. 지식의 상아탑, 학문의 전당. 사람들에게 각인된 대학의 이미지는 이와 같은 고고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사회가 시장 자본주의 속에서 돈과 경쟁으로 물들어 버린대도, 대학은 언제까지나 정결하게 제 자리를 지킬 것만 같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미지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이라는 ‘이미지’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이야기 해보자. 진짜 우리 사회의 대학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가.

 치열한 입시 경쟁과 ‘인 서울’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서열화된 대학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 입학하고자 노력해야만 한다. 해당 대학이 어떤 학문을 어떻게 가르쳐주는가 보다는 해당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를 얻을 수 있는지가, 사람들의 더 큰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21세기 우리 사회의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기보다는 대학의 이름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업화된 대학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그/그녀들의 일이 끝나는 것이라면 문제는 없다. 대학은 그들의 이미지를 굳건히 유지하고,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유지/상승하는 데에 힘쓰면 된다. 그러나 대학은 상품이면서 동시에 해당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울타리가 된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그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기 때문이다.

 대학의 울타리는 그들에게 놓인 높은 벽이었다.

 이처럼 학생들은 대학 속에서 살아가고, 이 대학 속에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또한 학부모들은 대학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학의 이미지는 언제나 정의로웠고 고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들에게 놓인 대학을 보며 깨닫는다. 그들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대학의 울타리는 타인에게 높은 만큼이나 그들 자신에게도 한없이 높은 벽이었다는 것을.

 대학이 가진 명예로운 이미지라는 틀 속에 갇힌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학내 성폭력의 생존자임을 밝힐 수도 없게 만들었다. 대학은 명백한 피해자인 그들에게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도리어 비난하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 생존자를 보호하는 데에 앞장서기는 커녕 학교에 더 많은 기부금을 끌어올 수 있는 촉망 받는 가해자의 대변을 하기에 바빴다. 영화 속에서 논해진 대다수의 미국 대학은 성폭력 사건을 인정함으로써 학내 학생들을 가해자의 사냥터(헌팅 그라운드)에서 보호하기 보다는, 현재의 명예 유지와 기부금을 끌어올 수 있는 재원-가해자를 택했다. 생존자들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겪은 경험조차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대학의 벽 앞에서 더욱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상영작 헌팅그라운드 스틸 컷>

 

 “당신이 겪기 전까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Till it happens to you, you don't know.)”

 대학의 울타리 속에 은폐된 학내 성폭력 문제는 자신이 성폭력 생존자임을 외쳤던 두 명의 여학생들에 의해 미국 사회는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피해자를 외면하는 학교 당국과 함께 그들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은 ‘거짓말’이라며 외면했던 사회에게, 그들은 말했다. 가장 사적이고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이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며, 어느 날 성폭력을 당했다. 나는 성폭력의 생존자다.’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이해해보려 노력하지도 않았던 그 하나의 울림은 미국 전역의 아우성이 되었다. 생존자들은 연대했고, 생존자들이 아닌 이들도 연대했다. 학내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던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만약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10만 명의 학생들이 내년에도 학교에서 성폭행을 당할 것입니다.”

 대학은 자신의 명예로움을 지키기 위하여 생존자들의 고백에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귀를 열었을 때 정작 불명예스러운 것은 성폭력 생존자들의 고백이 아닌 귀를 막았던 대학 자신이었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건 가장 불명예스러운 부정(不正)한 대학의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생존자들의 연대와 지지는 그들의 대학을 바꾸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원동력을 추동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고백과 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지지였다.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어떠한가. 최근 ‘고대 의대생 사건’와 같이 수면위로 드러난 학내 성폭력 문제조차 대학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불명예스러운 일로 학교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를 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10만 명의 학생들이 내년에도 학교에서 성폭행을 당할 것입니다.” 라는 영화의 문구처럼 한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학내 성폭력이 그저 가끔의 특별한 이슈로만 드러났던 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조건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제 고개를 들어 살펴보자. 이제 미국의 그(녀)들이 고백의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생존자들의 고백에 귀 기울여 보자. 대학의 벽을 넘지 못한 학내의 목소리에 따뜻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자.

 그녀들의 고백과 우리들의 따뜻한 연대가 만날 때 우리 사회의 변화도 시작될 것이다.

글. 류희정_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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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미국 수녀들은 왜 교황청과 싸웠는가?

[2015 제9회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④] <주님은 페미니스트>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현실과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2006년에 시작된 영화제입니다. '고백의 방향'을 주제로 한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어떤 영화, 어떤 이야기,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극장에서 19개국 29편의 영화로 만나게 될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기자 말


* 필자 이미영은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주님은 페미니스트> 스틸컷



지난 2015년 4월 16일,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교황청과 미국 여성수도자 대표기구인 여성수도자지도자회의(Leadership Conference of Women Religious, 이하 LCWR)가 싸움을 끝내고 화해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 아니 가톨릭 신자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대부분의 사람은 그 기사가 무슨 의미인지는커녕 그동안 미국 여성 수도자들이 교황청이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관심 있게 본 이는 한국의 여성 수도자들, 그리고 몇몇 가톨릭 여성신학이나 여성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초청작 <주님은 페미니스트(Radical Grace)>는 ‘버스를 탄 수녀들(Nuns on the bus)’이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세 수녀, 시몬(Simone Campbell), 진(Jean Hughes), 크리스(Chris Schenk)의 활동을 통해 이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미국 여성 수도자들은 왜 조사를 받았는가?


2009년, 교황청은 미국 여성 수도회의 70~80% 정도가 가입한 대표기구인 LCWR이 심각한 교리적 일탈 등을 보인다는 미국 내외 여러 주교들의 고발에 따라 조사를 시작하였다. 고발자들은 미국 수녀들이 동성애와 피임, 낙태, 여성사제 운동 등 가톨릭교회에서 금지하는 교리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인다며, 이들의 수도 생활이 가톨릭 신앙과 어울리지 않고 교도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년여에 걸친 조사 이후, 교황청은 2012년부터 미국 주교 3명을 임명해 최대 5년에 걸쳐 LCWR의 전면 개조를 진행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미국 수녀들에 대한 교황청 조사와 제재가 시작된 결정적 계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 당시 미국 주교회의는 이 법안이 피임과 낙태를 조장하는 법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고, LCWR은 대다수의 가난한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을 지지하며 주교단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주교단의 결정이 교회의 공식 입장인 가톨릭교회의 제도 안에서, 교도권을 지닌 주교회의와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는 것은 제도로서는 크게 위협을 받는 일이었을 것이다. 왜 수녀들은 주교단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수도복을 벗고 사람들 한가운데로 들어간 수녀들


영화는 그 이유를 버스를 탄 수녀 중 한 명인 진 수녀의 활동을 통해 설명한다. 진 수녀는 수도복을 입지 않고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고, 출소하는 이들을 도우며, 성인이 되도록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 교사이기도 하다. 수도복을 입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 수녀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특정 종교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장벽 없는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편견이나 격의 없이 다가올 수 있도록 수도복을 벗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흰색이나 회색 또는 검은색 수도복을 입고 두건을 쓴 수녀의 모습이 일반적이지만, 미국의 수녀들은 대부분 보통 사람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평상복 차림으로 활동한다. 50년 전 폐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문을 열고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세상 한가운데서 섬기는 교회가 되겠다고 선포한 것을 실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수도복을 벗은 미국의 수녀들은 목소리 없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사회의 변화를 요구했고, 존중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그들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지난 40여 년을 미국 수녀들은 정의, 평화, 인권 활동에 앞장서 왔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강보험개혁법이 추진될 때, 교도권과의 대립을 무릅쓰고도 이 법의 제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주님은 페미니스트> 스틸컷



버스를 탄 수녀들, 세상과 교회를 움직이기 시작하다


그러나 이 일로 미국 주교회의와 부딪치면서 교황청 고발과 조사가 시작되자, 수녀들은 당황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몸 바쳐 온 교회로부터 자신의 활동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실망하고, 가톨릭교회 교리에 어긋난다고 파문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녀들은 교회의 제재에 침묵하며 따르기보다는, 이 문제의 발단이 된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에 대해 알리는 ‘버스를 탄 수녀들’ 캠페인을 시작한다. 사회정의 활동을 하던 시몬 수녀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이 법안이 가톨릭 사회교리의 정신에 부합하다는 사실을 설득하였다. 신자나 비신자 여부를 떠나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버스를 탄 수녀들을 응원하고 격려하였고, 그동안 수녀들이 낮은 곳에서 함께 해주었듯이 교황청 조사로 위기에 처한 수녀들을 지지하며 함께하였다. 


하지만 보수적인 종교 분위기 안에서 수녀들이 공공연하게 교도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 정치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두고 한쪽에서는 교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라며 반대하였다. 아동 성추행이라는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보다 수녀들이 하는 일이 동성애와 낙태를 조장하기에 더 나쁘다는 한 남성 반대자를 만나고 난 후, 시몬 수녀는 오랫동안 할 말을 잃고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진 수녀는 평생 그리스도교 신앙에 충실하게 살아온 수녀들을 조사하는 교회,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교계제도의 현실을 보며, 현재 가톨릭교회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회의하게 된다. 과연 이 제도가 옳은 것인지를.


가부장적인 종교 제도에 의문을 품다


한국 사회에서는 천주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여한 역사와 전통 덕분에 가톨릭교회를 비교적 진보적인 종교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 유럽이나 미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이다. 이혼, 피임, 낙태, 동성애 등 가정과 성 윤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또한 가톨릭은 세계 주요 종교 중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종교이다. 


크리스 수녀는 이 제도가 과연 예수의 정신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질문하며, 가톨릭 교회의 역사적 중심지인 로마로 떠난다.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여성들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직분으로 봉사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유적지를 찾아다니면서, 크리스 수녀는 예수 그리스도가 결코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이 아니었고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은 그 정신을 올곧이 살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간 로마에서 새 교황의 선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삼은 첫 번째 교황의 선출은 미국 수녀들 앞에 놓인 미래에 희망의 징표로 여겨졌다. 실제로 교황청은 2014년 말, 미국 여성수도회와의 대화를 통해 귀를 기울이는 걸 배울 수 있었다며 LCWR의 입장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올해 4월, LCWR에 대한 미국 주교단의 조처를 마무리하도록 한 것이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주님은 페미니스트> 포스터



끝나지 않은 여정


싸움은 끝났다. 건강보험개혁법도 통과되었고, 미국 주교단의 감독도 끝났다. 그러나 수녀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예전처럼 가난한 이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살 것이지만, 가톨릭교회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수녀들은 지난 40년 동안 가난한 이들 한가운데서 이들을 보살피고 돌보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갈 뿐 아니라, 그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 역시 평등하고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살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했다. 그것은 과격한(radical) 것이지만, 은총(grace)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사실, ‘주님은 페미니스트’라는 제목보다 원제의 ‘래디컬 그레이스’가 더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잘 담아낸다고 보인다. 래디컬(radical)이란 말은 ‘급진적’이란 뜻뿐만 아니라 ‘근본적’이라는 뜻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예수의 복음 정신은 결코 남녀를 차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고 소외되었던 이들, 여성들에게 더 열린 신앙이었다. 그 근본적인 정신으로 돌아가는 노력은 현재의 교계제도에 질문을 던지고, 설득하고, 함께 바꿔나가야 할 일이라 과격하지만,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은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득 지금의 한국 천주교회 현실을 떠올려보게 된다. 급진적인 저항은커녕 여성에 대한 이야기조차 사라진 오늘의 현실에서, 이 영화가 어떤 울림을 전할 수 있을까? 2015년은 가톨릭교회가 ‘봉헌생활의 해’로 보내면서, 우리 시대의 수도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 특히 여성수도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지금 우리 시대의 수도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톨릭교회 안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지, 공의회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끝>


주님은 페미니스트 Radical Grace 

레베카 패리쉬 Rebecca Parrish

2015 | Documentary | 78' | Italy, USA

09. 17. Thu. 13:20 피움 톡!톡! Fiwom Talk!Talk! 7관

09. 20. Sun. 14:00 1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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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온전한 ‘나'로서의 엄마가 되기 위해서

[2015 제9회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①]  픽션 다큐멘터리 <10개월> 



 글쓴이_갱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10개월> 스틸컷



출산은 ‘나'로서의 끝인 걸까. 아니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과정인 걸까. 친정엄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후자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소중한 이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나의 두려움은 늘 전자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기였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임신이 어려운 편에 속했고, 그 때문에 파트너와 난임 클리닉을 오가며 임신을 기다렸다. 물론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을 때 기뻤고 행복했으나, 확실히 오랜 시간 공들여 아기를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해서 임신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10개월>의 주인공인 올리비아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의 상황을 불안해하고 힘겨워한다고 해서 그녀가 아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불안감에는 묘한 죄책감이 깃든다. 아기를 뱃속에 두고 나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 엄마로서 결코 느껴서는 안 되는 불경함 같았기 때문이다. 불안감과 죄책감 사이에서 나는 안정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히스테릭해졌다. 올리비아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거동을 극히 삼가야 하는 산모였기에, 근 두 달간을 밖에 나가지 못하면서는 점점 우울함에 빠져들었다.


그런 때에는 “아기를 위해 견뎌야지." 혹은 “지금은 아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어쩌고, 아기만?” 이라는 말이 울컥 올라왔으나, 그 말을 목구멍 밖으로 뱉었던 건 겨우 한 번이었다. 고작 한 번이었지만, 내 말은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고 당황한 사람들은 에둘러 이렇게 얘기해주었다. “아기가 곧 너지. 아기 생각하라는 게 너를 생각하라는거지 뭐.”



나에게 허락된 것들


그들의 말은 오래 마음속에 남아 내 마음을 휘저었다. ‘아기가 곧 나’라는 말에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내 안에 그만큼이나 모성이 없는 걸까 싶어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나 아직 얼굴조차 보지 못했고, 살결 하나 만져보지 못한 아기를 단지 배 속에 있다는 추상적인 느낌만으로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건 너무 과한 요구가 아닐까.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10개월> 스틸컷



집에 머무르는 올리비아의 시선은 늘 테라스 바깥을 향한다. 그러나 그녀가 바깥을 바라보더라도, 늘 같은 장소, 같은 시선일 뿐이다. 다른 각도로 바깥을 바라볼 수조차 없다. 그저 하나의 앵글만이 그녀에게 허락된 최대의 시선일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또한 오직 파트너 한 사람뿐이다. 임신부 카페에 가입해보면 알겠지만, 많은 임신부가 이 시간을 힘겨워한다. 밖을 원활히 나갈 수 있었고,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있었으며, 해야 할 일들이 있었던 시간과 강제로 분리되어 홀로 집에 남겨졌을 때 그녀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기껏해야 ‘태교 바느질', ‘태교 음악 감상', ‘태교 영화' 정도가 있을 뿐이다. 많은 임신부가 자신을 ‘남편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강아지'라고 표현한다. 올리비아도 이 시간을 끔찍이 힘들어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건 응당 그녀 혼자의 몫인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올리비아에게 친구들이 꽃을 바치는 장면이 나온다. 축하의 의미였겠지만, 올리비아의 시선으로는 그것이 관에 누웠을 때 사람들이 다가와 추모의 꽃을 바치는 것과 유사하게 그려진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강요하는 모성성은 한편으로 올리비아라는 자아에 고하는 사형 선고인 것이다.


임신부에게 정말 필요한 것


그러므로 임신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태교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와 앞으로 생겨날 엄마라는 정체성, 그리고 아기에 대한 관계성을 사유하는 일이다. 모성이라는 단어는 이 복잡한 문제를 너무나 쉽게 하나로 봉합해 버린다. 생각해보라. 단지 임신을 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엄마'로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다. 파트너와 연애를 하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반려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맞추어 나가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처럼 엄마와 아기에게도 그러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나는 아직 아기를 낳지 않았고, 따라서 바깥출입이 아직까지 거의 불가능하다. 앉아있는 것조차 할 수 없었기에 늘 누워만 있어야 했다. 누워서 온갖 책들을 읽었지만 배가 불러옴에 따라 그조차도 힘들어졌고, 숨이 가빠져 쉬이 잠들 수조차 없었다. 이 시간 동안 ‘엄마'라는 정체성은 내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고통의 시간을 더욱 버겁게 만들어주는 단어일 뿐이었다. 


이런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건 많은 언니들이었다. 언니들은 내 고통에 공감해주었고, 내 고민에도 귀를 기울여주었다. 아기용품을 보내주면서 ‘사실 너의 임신을 축하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서두를 연 한 언니의 편지는 오히려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녀들도 모두 같은 시간을 견뎌냈고, ‘내게 과연 모성이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과 더불어 가끔 아기가 심하게 보챌 때마다 아기가 미워지게 되는 그녀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해주었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10개월> 스틸컷



결국, 엄마가 되어서도 나는 ‘나'다. 엄마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강해지거나,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 호르몬의 영향으로 더욱 불안해지고 강박적이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설명해주곤 했다. 따라서 임신부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런 신성성보다는 오히려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보장이 더 필요한,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온 ‘나' 그 자체다. 심리적인 영역에서도 그렇지만, 다시금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회적 보장 역시 절실하다. 올리비아가 다시 연극 무대에 설 수 있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들이 모여 불안감은 증폭되기에 이른다. 


지금 내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내 아이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언젠간 나와 같은 시간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그때 나는 자신 있게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엄마는 너를 위해 ‘나'를 포기하지 않았노라고, 그러나 너를 사랑하는 것만은 틀림없으며, ‘나'로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음을 네게 보여주고 싶었노라고 말이다. 


<끝>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정보

10개월 Olmo and the Seagull

페트라 코스타, 레아 글롭 Petra Costa, Lea Glob

2015 | Documentary | 82' | Denmark

09. 17. Thu. 17:30 12관

09. 20. Sun. 13:40 피움 톡!톡! Fiwom Talk!Talk!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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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고백’의 힘'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고백의 방향’ 개막



*강수희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매번 다른 슬로건을 선보였던 여성인권영화제가 올해는 ‘고백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찾아왔다. 말하기는 목소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오프닝은 소리 댄스 프로젝트(명지혜, 이민숙)의 춤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고백하기 직전의 숨소리, 이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이며 이리저리 까딱이는 발. 소리 댄스 프로젝트의 동작 하나에 500여 명의 관객이 숨죽여 공연에 집중하는 가운데, 9월 16일 7시, 서울시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 19개국 29편의 영화를 상영하게 될 여성인권영화제 고미경, 손명희, 오영란 집행위원장은 ‘전화로, 이메일로, 맨얼굴로 전해 온 뜨거운 고백 덕분에 조금씩 나아져 온 여성인권의 현실’과 더욱 퍼져나갈 고백의 힘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 고백이 가져왔던, 가져올 변화를 탐구하고자 한다’는 말로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개막을 축하하는 축사는 특별한 손님이 함께했다. 가정폭력 생존자인 ‘수지 엄마’ 윤필정은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비상구와 같은 역할을 해준 여성의전화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참고 견디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도 많은 아픔을 겪고 있는 수많은 여성분이 소중한 나를 찾길 바란다”며 뜻깊은 축사를 전했다.





개막작 헌팅그라운드는 미국 대학 내 성폭력의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성폭력이란 사건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힘 있게 드러내는 영화였다. 생존자들의 단단한 고백의 목소리들이 연대하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올해 여성인권영화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고백의 방향”과 맞닿아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성폭력 상담원교육 수료를 받은 지인을 따라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관람객 유진(27)은 "성폭력 상담원 교육의 과정이나 실제 사례에 대해 전해 들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력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며 개막작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날 진행을 도운 영화제 스태프 정민(25)은 "많은 분이 오셔서 개막식에 참여하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게 보람 있었다 "원래 영화제 스태프 활동만을 생각했으나,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서 더 많은 사람이 여성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제가 있는 영화제, 소통하는 영화제, 즐기는 영화제,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제, 그리고 행동하는 영화제라는 다섯 가지 모토를 가진 여성인권영화제는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서울극장에서 진행된다.


 www.fiwo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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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국가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은 복잡 다양하다.’

“나는 아직도 국가폭력의 연장선 속에 살고 있다”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철의시대 피움톡톡

 

 

10일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국가 폭력에 관한 두 편의 영화인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와 철의시대를 상영하였다. 두 편의 영화가 끝나고 한국여성의전화 정춘숙 대표와 명지대 권인숙 교수와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피움톡톡 시간을 가졌다.

 

권인숙 교수는 “두 영화 모두 국가폭력아래 개인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권인숙 대표는 첫 번째 영화 라이엔바흐로 돌아가기에서는 독일 나치시대를 유태인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국가폭력에 가담했던 독일여성의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영역에서의 고통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서 권인숙 교수는 “독일은 국가폭력에 대해 거리두리를 통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리두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분석과 해석은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춘숙 대표는 철의 시대 영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들이 광주 5.18 제대로 직면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전했다. “철의 시대에서 국가폭력이 당신에게 무엇을 남겼다는 질문에 ‘나는 아직도 폭력의 연장선에 살고 있다’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이것은 우리 사회의 전체 구조가 그 고통을 말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권인숙 교수는 유태인의 경우 역사적으로 선악의 판단이 명확했고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개인이 숨 쉴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못해 개인이 과거를 들추어내기가 힘든 것 같다고 전했다. 권인숙 교수는 “국가폭력은 개인의 입장에서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그러나 철의 시대 영화 속에서 엄마가 딸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에 대해 광주항쟁마저도 드러내기가 힘들어 선을 그어버리는 상황을 보면서, 직면의 어려움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스틸컷

 

이에 대해 한 관객은 “빨갱이와 연관된 다큐멘터리 할매꽃을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왔는데 도대체 언제 말할 때가 된다는 것인가 답답하였고 힘들지만 경험에 대해 직면하고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인숙 교수는 “개인의 경험을 드러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것, 고문과 같은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내 삶의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국가와의 경험이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것과 아닌 것에 대한 선명한 구분을 가져다주었지만,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그것에 대한 직면이다.”고 말했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철의시대> 스틸컷

 

영화를 관람한 한 관객은 라이엔바흐로 돌아가기에서의 독일인과 유태인처럼 과거의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권인숙 교수는 “국가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명확히 드러나지만,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복잡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을 이해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인간의 약함, 욕망, 부족함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이해할 수 있을 때 개인이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권인숙 교수는 “사람들이 사회를 볼 수 있는 시선이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의 복잡한 삶 속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것을 이해하려는 시각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춘숙 대표는 엄청난 국가폭력 앞에서 개인은 무기력해질 수 있는데 이것에 맞서 싸우는 것이 개인에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개인에게 맞서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면서, 이 안에서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권인숙 교수는 “개인들은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 같다. 나는 피해자라는 과도한 의존성 또는 피해만이 나의 정체성의 전부다라는 태도는 격려 되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개인은 문제의식이 약한 자, 직면을 편하고 당당하게 하는 자, 사소한 경험에도 삶이 좌우되는 자 등 기질에 따라 다양하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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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영화를 풍부하게 보는 법, <피움 톡톡>

 

<피움 톡톡>은 여성인권영화제가 자랑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심도 있게 파헤쳐 보는 일종의 토크쇼이다. 올해는 총 9개의 <피움 톡톡>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 내용을 기반으로 여성주의 상담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특별한 피움 톡톡도 준비 중이어서, 평소 여성주의 상담에 관심 있는 분들 혹은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한 분들의 궁금증을 일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옆집 아이」). 그 밖에 범죄자이며 피해자이기도 한 여성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 프로그램(「회색지대; 철창 안의 페미니즘」), 미디어와 지배이데올로기(「걸 파워」, 「순결학개론」), ‘국민 되기’와 인종차별(「흑백가족사진」), 폭력의 구조와 악순환(「오리엔테이션」, 「가장자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성별에 대한 진한 성찰(「돌아보는 사람들」), 기억과 망각(「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철의 시대」), SNS의 영향력과 표현의 자유(「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 「푸시 라이엇」)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주요 출연자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김대환 청년좌파 대변인

권인숙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나영정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첫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영화와 여성주의 상담과의 이색적인 만남

-여성주의 상담으로 풀어보는 다큐, 그 이상의 이야기

 

∎ 영화: 옆집아이

∎ 시간: 11월8일(금) 10:00

∎ 내용:

영화와 여성주의 상담과의 이색적인 만남. 가정폭력가해자인 아버지, 생존자인 어머니와 자녀들, 그러나 그들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동일하지 않다.

2가구 중 1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한국사회에서, 소중한 이웃에게 힘이 되고픈 당신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시간.

∎ 출연

단아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

김영자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 연구위원

 


두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여성 범죄자는 범죄자인가

-범죄자이기 이전에 피해자이며, 생존자인 여성재소자들에게 필요한 교정 프로그램은?

 

∎ 영화: 회색지대: 철장 안의 페미니즘

∎ 시간: 11월8일(금) 11:50

∎ 내용:

가정폭력피해여성들은 왜 철장 안에 있는가. 아이러니한 질문이지만 현실이다. 어찌되었건 피해자인 그녀들은 현재 감옥에 있다. 그러나 피해의 트라우마를 회복할 수 있는 교정프로그램은 전무하다. 그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나눠보자.

∎ 출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

김수희 여성신문 기자

박정민 청주YWCA 통합상담소 소장

 


세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순결’은 ‘순결’한가

-미디어와 통념에 휘둘리지 않는 ‘순결’한 ‘나’되기

 

∎ 영화: 걸 파워, 순결학개론

∎ 시간: 11월8일(금) 14:00

∎ 내용:

미디어에 나오는 ‘섹시’하다는 외모에 부합하기 위해, ‘처녀막’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당신. 당신에게 너무나 폭력적이었던 사회의 시선을 제거하고 ‘나’의 힘과 욕망을 화끈하게 풀어내보자.

∎ 출연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정현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서포터즈

문채수연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네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성별’이 별 거네요

-‘여성되기’, ‘남성되기’의 지겨움과 무거움

 

∎ 영화: 돌아보는 사람들

∎ 시간: 11월8일(금) 18:50

∎ 내용: ‘성별’이 한 인간의 삶에 차지하는 무거움과 그 무게에 대한 의구심들.

∎ 출연

나영정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김현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다섯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국민’의 조건

-‘국적’이 있다고 모두 국민이 되는 건 아니다, 2등 국민 대토론

 

∎ 영화: 흑백가족사진

∎시간: 11월9일(토) 10:00

∎ 내용: ‘순혈’과 ‘혼혈’이라는 허상으로 자행되는 차별과 그 속에서 던져지는 ‘국민’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여성이 국민인가’라는 낯설지 않은 질문과 함께 찾아보는 ‘국민’의 조건.

∎ 출연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한정숙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이다솜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여섯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가짜 키보드 워리어는 가라, 진짜가 왔다

-대안매체로서의 인터넷, 그 성과와 한계, 대안 전격탐구

 

∎ 영화: 금지된 목소리 :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

∎ 시간: 11월9일(토) 17:30

∎ 내용:

한국사회에서 금지된 목소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목소리는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가? 대안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대안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보자.

∎ 출연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최선혜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일곱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세상을 바꾸는 발칙함의 힘

-직면과 예술과 변화의 적절한 배합은?

 

∎ 영화: 푸시 라이엇:펑크 프레이어

∎ 시간: 11월9일(토) 20:00

∎ 내용: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서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간 페미니스트 펑크 밴드, 푸시 라이엇! 그녀들은 감옥에 있지만 그녀들에 의해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예술의 힘’은 무엇일까? 그리고 단지, ‘예술의 힘’일 뿐일까?

∎ 출연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양효실 서울대학교 강사 (사진)

 


여덟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다시 받는 오리엔테이션

- 폭력과 소외를 악순환 시키는 사회구조를 꿰뚫어라

∎ 영화: 오리엔테이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장자리

∎ 시간: 11월10일(일) 12:00

사회의 위계구조 속에서 당신은 당사자(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목격자가 되기도 한다. 꿰뚫지 않으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폭력의 구조를 넘어서는 해법 대탐구.

∎ 출연

김대환 청년좌파 대변인

김소영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윤민지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아홉 번째, 피움 톡톡 Fiwom Talk Talk

폭력과 기억과 망각의 역사, 그 묵직한 다시보기

 

∎ 영화: 라이헨바흐로 돌아가기, 철의 시대

∎ 시간: 11월10일(일) 14:20

∎ 내용:

국가가 개인에게 행하는 폭력의 역사, 엇갈리는 기억의 서술, 우리 저마다의 진실.

∎ 출연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권인숙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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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가장 파격적이고 용감한 그녀들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피움톡톡

 

 

 

7회 여성인권영화제 셋째 날 마지막 상영된 <푸시 라이엇>은 러시아에 있는 페미니스트 펑크락 그룹 푸시 라이엇이 대성당에서의 공연 이후 기소가 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개념예술(완성된 작품 자체보다는 제작상의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로 보는 반미술적 제작 태도)과 퍼포먼스 그리고 펑크락을 접목해 부당한 정부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이 담긴 <푸시 라이엇>을 보고,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와 양효실 서울대학교 미학과 강사가 관객과 함께 피움톡톡을 진행하였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의 포스터(좌)와 스틸 컷(우)

 

먼저, 양효실 서울대학교 강사는 영화에 대해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 점. (푸시 라이엇이) 양심의 가책이나 도덕적인 반성이라는 부분에서 고개를 까딱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듯이 얘기하는 것이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고 버르장머리 없이 폭동을 일으키는 여자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 점이 재미있고 후련했다.”라고 하며 지금까지 개념예술 혹은 퍼포먼스에서 어떤 남성 미술가보다도 가장 급진적인 그룹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각종 장소에서 복면을 쓰고 성차별주의, 독재정권, 동성애 혐오, 종교 부패라는 사회문제를 모두 가사에 담아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낯설지만 어느새 그녀들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양효실 강사는 푸시 라이엇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강도를 연상시키는 복면을 쓰고, 총 대신 기타와 가사지를 들고 혁명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귀여운 큐트걸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예술이 가지고 있는 혁명적인 힘, 즉 일시적으로 폭발하는 충격의 힘을 보여줬다는 데에서 소련의 개념미술의 범위를 확장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유쾌하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체포 된 푸시 라이엇은 절대 침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공연할 때도, 체포당할 때도, 재판을 받을 때도, 그녀들은 항상 유쾌하게 웃었고 부당한 정부를 향해 비웃는 것 같았다. 한 관객은 푸시 라이엇을 보고 여성저항의 측면에서 초점을 맞추고 봤을 때, ‘제정 시기 말기 러시아 여성 정치범들의 전통이 살아나는 구나하고 확인했다. 1905년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여성 정치범 사진을 봤는데 정면으로 혀를 내밀고 조롱하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푸시 라이엇 멤버들의 표정을 떠올렸다.”라고 말했다.

 

푸시 라이엇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들게 해준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충격적이기도 하고, 한 분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예술·정치·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풍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이 영화를 어떻게 포커스를 두고 보느냐에 달라질 것 같다.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만났을 때 저렇게 강한 전략을 사용하는 페미니스트 액티비스트들이 있었다니! 우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한국 여성운동을 반성해보게 되었다.”지금까지 여러 면의 다양한 측면에서 한 사건을 보고 있는데, 직면의 방식이 그런 것 같다. 볼 때 한 방향으로 직면한다고 다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방향에서 뭔가를 봤을 때 직면이 완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효실 강사도 그런 체험들을 늘 하곤 하지만, 그 때 그 느낌과 돌아선 다음의 느낌이 다를 때가 있다. (예술에 대한 것들이) 계속 머리속에 남는다. 그러면 (비평을) 아 다시 써야겠구나 하는 느낌을 또 받는다. <푸시 라이엇>도 그랬다. 이 영화 자체가 정말 풍부한 텍스트인 것 같다.”며 다양한 방향으로 <푸시 라이엇>을 볼 수 있음을 시사하며 피움톡톡 시간을 마무리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최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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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혁명가들

<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 피움 톡톡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 스틸컷

 

9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하는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는 <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을 상영하고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와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관객과 소통하는 피움 톡톡을 진행했다. <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은 쿠바와 이란, 중국에서 정부의 인권 유린과 언론 탄압에 맞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세 여성들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이들을 반체제인사로 규정하고 가택에 감금하거나 해외출국을 금지하고, 인터넷과 전화를 끊고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등 억압하는 정부의 모습을 비판한다.

 

여성인권영화제에 게스트로 초대된 점에 대해 근데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왜 하필 날 불렀지?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네요.”라는 트윗을 올렸던 진중권 교수는 영화를 보고나니 나를 왜 불렀는지 알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이 영화만큼 억압적인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측면도 있다. 나는 영화를 보고 80년대 학생운동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때는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기술은 없었지만 가리방 등사기와 롤러로 유인물을 만들어 여자 후배와 데이트 하는 척 손을 잡고 인천 공단에 배포하곤 했었다. 오늘날은 그런 모든 활동을 인터넷으로 대신 하는 셈이다. 예전에 인터넷이 있었으면 전두환 정권 금방 무너졌을 텐데.”라며 소감을 말했다.

 

피움톡톡 현장스케치 : 사회자 - 최선혜 활동가/게스트 - 진중권 교수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이에 여성인권영화제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룬 영화가 많다. <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은 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 여성들을 그린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하며 객석에 마이크를 건넸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진중권 교수에게 국정원과 사이버 수사대, 일일 베스트 게시판 등 인터넷 공간에서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식 있는 개인 네티즌들이 어떻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가질문해 인터넷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서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진 교수는 온라인은 오프라인 없이는 찻잔 속의 태풍일 뿐, 과거엔 말할 것이 있어도 전파할 수단이 없었지만 지금은 있다. 인터넷은 쌓이고 쌓였던 것들이 터질 시점에 변화의 촉매가 되고 스파크가 된다. 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회가 또 다시 활성화될 거라 믿는다. 그 때까진 고양이랑 놀면서 기다려 보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객은 SNS와 블로그 등 뉴미디어가 사회개혁을 이끌어낸다는 긍정적 측면을 다룬 <금지된 목소리: 혁명을 시작한 블로거들>과 대조적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로 인해 파멸되어가는 사람들과 SNS의 폐해를 다룬 최근 개봉작 <디스커넥트>를 언급하며 SNS의 역효과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진 교수는 비행기와 더불어 추락도 발명됐다는 폴 비릴리오의 말을 인용하며, “모든 것은 역효과를 가지기 마련이다. 러다이트 운동도 아닌데 뉴미디어를 모든 불행의 원인으로 생각해 때려 부숴야 한다는 식의 논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뉴미디어를 바라보는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점점 더 발전하는 기술,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사회관계와 정치의 장이 기대된다. 그래서 나는 뉴미디어에 대해 진보적인 편이다.”라고 응했다.

 

관객과 게스트가 영화로 소통하는 피움 톡톡은 여성인권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우리 사회에서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드러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최선혜 활동가의 마무리와 함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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