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예산군 교사학습공동체 품앗이

할머니 배구단, 낙천주의자들!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13일 예산중학교 교사공동체 품앗이에서 진행한 '할머니배구단' 상영회 후기입니다.



우리 동아리는 예산군 여교사로 구성된 교사학습공동체로 주로 인문학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그 속에서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적 대안을 모색하고 발견하는 일을 주 활동으로 하고 있는데 종종 책 이외에 영화 등에서도 인문학적 토론거리들을 찾아 함께 나누곤 한다. 참여자들이 모두 여성이다 보니 그간 활동해 오면서 과거와 현재의 여성의 삶을 조명한 영화와 책들을 텍스트로 삼은 일들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연령과 경험들이 어우러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동료애를 넘어서 ‘여성’이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기도 했었다.


   이번 ‘여성인권영화제’의 ‘찾아가는 상영회’에 응모하면서 어떤 작품을 고를까 많은 고민이 되었는데 마침 그 달 토론 텍스트가 <은퇴절벽, 문진수>이었던 것이 생각나 할머니들의 유쾌하고 건강한 노후를 다룬 것으로 보이는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할머니 배구단, The Optimists.2013>을 골랐다. 11명 중 과반 수 이상이 50대인 우리 동아리 구성원들에게도 은퇴란 막연히 두렵고, 노후는 지나치게 막막한, 그렇지만 어느덧 뒤꿈치를 밟힐 만큼 가까이 다가올 현실이기 때문에 그 날의 독서토론 분위기가 마냥 밝지만은 않았고 그게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함께 감상한 다큐 속 할머니들의 삶은 우리에게 다가올 그것과는 현실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아흔여덟의 암환자 고로할머니가 새 달력을 넘기며 가지는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아무리 각박한 현실에 핑계를 대더라도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 날에 대한 기대,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며, 긍정 혹은 낙관 역시 그러한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날 문득 무엇을 깨달아 보상으로 얻어지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내 것’으로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 기를 수 있는 능력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보태자면 나는 이 다큐에서 실력에 상관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안부를 묻고, 멤버를 교체해서 게임에 참여하게 해주는 할머니들의 ‘연대의식’에서 <은퇴절벽>을 이야기하며 불안했던 노후의 한 짐을 덜 열쇠 하나를 얻을 수 있었고,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수 년 간 함께 근무하며 같은 책을 읽고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소소한 대소사를 공유하고 지금 내 옆에서 영화를 함께 본 내 동료 선생님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함께 영화를 본 동아리 구성원들 중 일부의 소감은 아래와 같다.


강희선 : 매주 연습은 꾸준히 해왔지만, 지난 30년간 시합에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66세부터 최고령 98세까지의 여성으로 구성된 배구단, ‘낙천주의자들’. 


처음 영화 시작에서 할머니들이 소개될 때 배구를 시작한지 거의 수십년 이상이라는 자막을 통해 배구실력이 엄청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할머니들의 운동장면은 반전이었다. 그러나 스웨덴 남자 배구단 ‘화약남’과 경기일정이 잡혀 연습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  고로라는 할머니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해에는 무슨일이 일어날까?’하면서 기대감을 갖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개 우리는 나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할머니 ‘고로’는 암환자이면서도 암을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낙천주의자’라는 배구단의 이름에 걸맞게 영화 속 할머니들은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을 보여주어 영화보는 내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우리 할머니에게 능동적인 삶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할머니니까, 나이가 들었으니까 못할거야.’라고.  


이 영화를 보고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는 영화 ‘은교’의 대사처럼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건강한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부양의 대상’,  ‘안쓰러움’ 이라는 단어대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떠오르면서 나의 건강하고 신명나는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권혜경 : 인생을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 쉬운 것일까? 가능할 것인가?


‘할머니 배구단’의 원제는 ‘The optimist’ 낙관주의자였다. 60 세 중반부터 98세의 고로 할머니까지 인생을 살 만큼 살아온 사람들, 더구나 여자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유쾌한 도전과 행복감이 우리에게 ‘아이쿠 저런....’의 행복감과 웃음을 전파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저들의 반만큼이라도 경제적으로 넉넉해지고 정신적으로 주체적이고 정서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을까. 늙음이 낯섦이나 차별(지나친 우대도 차별이다)이나 뒤처짐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는 편안함과 여유. 이런 노년을 꿈꿔 본다. 


  * 인상적인 몇 장면

 1975년부터 사용해 왔다는 주방오븐의 생명력(2012년이 배경이었으니 도대체 몇 년인가?)


 독특한 1인용 눈썰매를 타고  나란히 줄을 서서 눈길을 헤쳐 나가는 모습, 칼라 비닐 봉투로 비닐 가방을 만드는 할머니의 재활용 정신과 솜씨, 공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해도 서 있는 것만으로 격려와 위로를 받던 89살의 할머니 선수.... 할머니 배구단을 기쁨으로 진지하게 지도하던 젊은 지도자들의 모습  등등


 송은미 : 이제 나이가 50대가 되면서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계획을 세워야 할 이 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잔잔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주었다. 


마을 주민들과 늘 만나고 대화하면서 운동을 즐기며 사는 그들의 삶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나라의 노년의 삶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집에서 연금 생활을 하면서 의료케어를 정기적으로 받고 사는 노르웨이의 복지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98세의 고령에도 꼿꼿한 허리에 똑똑한 의식을 가지고 요리, 뜨개질, 집안 관리, 운동까지 다 할 수 있는 암환자 할머니가 우리나라에 몇 분이나 계실지 의문이 든다. 나의 98세가 그 할머니처럼 밝고 활기차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런 할머니들의 스웨덴 팀과의 배구경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고 그런 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나와 주고 공연을 해 주는 사회적 관심들이 과연 그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선진국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고 부럽기도 하였다. 


나의 여생도 여건이 허락하는 데 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건강을 잃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오진영 : 지금의 나와는 먼 나라에서 먼 시간을 살고 있는 귀여운 할머니들의 바람직한(?) 생활을 통해 삶의 소소한 즐거움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는 여유가 부러웠다. 나도 배구단 할머니들처럼 긍정적이고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고운 할머니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배태은 : 할머니 배구단을 보니까 제 삶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나이가 많다 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삶 자체에서 묻어나는 여유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행복이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마음가짐' 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에서 100점짜리 단어는 무엇일까? (알파벳 a=1점,b=2점, c=3점......이라고 했을때)

love도 아니오...happy도 아니요... 바로 attitude!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활기찬 삶을 시작해야겠다.


 이인숙 :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끌려가는 삶이 아니고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존엄성을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고로 할머니의 씩씩함과 밝은 웃음이 아름답다. 암에 걸려서도 당당하게 함께 어울리며 견디어 나가고 죽음에 대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닮고 싶은 부분이다. 노르웨이의 복지와 사회적 분위기가 부럽다. 개인적 노력과 함께 사회적 인식, 국가적 시스템이 함께 갖춰진다면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도 많이 해결될 것이다.


 하은숙 : 노인들의 여자배구단

처음에 98세 노인분이 배구를 한다. 창단한지 30년 된 배구단. 여러 가지 조합으로 경력과 실력이 겸비된 팀이 배구를 할 것이라 생각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엉성하고 규칙도 잘 모르시고 서로 웃어가며 즐겁게 체육관에서 운동 겸 친목 행사를 치르는 모습 이었다. 처음으로 스웨덴 남자배구팀과 시합하기 위해 유니폼을 맞추고, 지원금을 요청하고 연습 과정에서 실수해도 비난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칭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나이 듦'에 대해 새로운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강월규 : 할머니배구단?! 여성인권영화제 출품작으로 다큐멘터리 형태로 제작된 영화라는 선생님의 추천에 우선 가슴이 설렜다. 어떤 감동이 있을까? 뭉클하여 울음을 터뜨리나? 손수건을 준비해야하나? 영화에 대한 기대는 물론 사랑하는 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의 만남에 또한 기대를 갖고 서둘러 도착한 예산도서관 시청각실! 영화신청부터 현수막, 저녁식사 등 신경을 너무 많이 쓰신 흔적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영화가 시작되고 주름진 얼굴 속에 총명하게 반짝이는 눈망울로 공을 좇는 최소66세, 최고98세의 할머니들이 화면 가득 한 분 한 분 비춰졌고, 시작부터 진행되는 내내 웃음과 활력이 넘쳐 놀랐다.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시작해도 40년을 넘게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벅찬 감동이 있었고 '이 나이에 뭘 그런 걸...' 이라 생각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함께 보게 해주시고 식사와 좋은 담화까지 나누도록 애써주신 박선생님, 수석교사 강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동아리도 좋은 책, 좋은 영화40년 넘게 나눠보는 그런 동아리로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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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태백가정폭력상담소

헌팅 그라운드, 움직임의 시작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12일 태백가정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헌팅 그라운드' 상영회 후기입니다.



-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속상하였다.


- 미국 같은 잘 사는 선진국에서는 잘 대처하는 줄 알았는데, 권력이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화가 났다.


- 젊은 시절 성폭력에 의해 결혼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고, 지금은 남편의 학대에서 벗어 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였고, 현재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성폭력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힘 있는 사람에 의해 덮으려는 사람들과 일반적인 사람들의 피해자들의 약한 모습들이 겹쳐지는 것들이 힘들었고, 그들이 젊은이 들을 대변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 어떻게 사회가 가해자가 살아가기에 더 쉬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더 화가 났다.


-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성폭력피해자, 가해자라는 말보다 정말 생존자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 성폭력을 대학에서 대처하는 것 보다는 국가에서 대처하는 것이 더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 어린학생들이 대단하다. 처음 시작은 한명의 약한 어린 피해자에서 시작하였지만, 여러 명이 모여서 작은 힘을 보여준 것 같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용기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졸업을 하고서도 연계하여 다른 사람들을 돕는 시너지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본받을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람들 돕는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여겨진다. 내가 피해자라고 해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과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아팠다.


- 문제가 대두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편하게 쉬쉬 한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면 관심을 두지 않는 일이 주변에서 많았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였다는 미안함을 느꼈다.


-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염병은 누구나 걸린다. 폭력은 전염병과 같이 국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염병을 치료하듯이 폭력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움직임은 시작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그런 시간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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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

'내 몸'의 권리를 위한 싸움, 파도 위의 여성들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11일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의 해바라기 문화모임에서 '파도 위의 여성들' 상영회 진행 후기입니다.




낙태 합법 vs 불법, 찬성 vs 반대에 대한 실상을 전세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자, 여러 국가의 여성의 힘, 생생한 목소리와 연대감을 보여주는 뜻깊은 작품이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의 직원들이 관람한 덕분에 소감의 내용도 다채로웠는데 일부를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사후피임약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는데, 임신중절약은 처음 듣는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적잖은 충격도 있었고, 과연 우리나라 국민의 알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남자로서 임신한 여성의 입장을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태아의 생명은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당연히 중요하다 생각했었는데, 산모의 존재가 새로이 각인되어 생명의 소중함이 곱절의 무게로 느껴졌다.


약의 부작용에 대한 부분이 염려스러웠고, 이 영화에서 소개된 중절약이 우리나라 약국에 보편적으로 취급될 시의 부작용 (제약회사 영리추구에 급급하게 된다던지, 소비자의 무분별한 남용 발생 등) 이 우려된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등 안전하고 인증 받은 기관을 중심으로 저변을 늘려갈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원치 않는 아이의 임신은 여성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양육부담으로 인한 가족문제, 사회문제의 불씨가 된다. 또한 안전하지 않은 전통적 낙태방법으로 소중한 여성의 생명을 잃느니 ‘파도위의여성들’과 같은 운동이 적극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다큐형식의 영화라 극적인 사건전개나 흥미를 이끄는 요소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지식전달의 내용도 아니라서 전반적으로 밍밍한 느낌이다.


‘파도위의 여성들’ 단체 활동가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오랜 항해와 낯선 이국, 배타적인 시위대들에도 굴하지않는 그들의 씩씩함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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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일본군'위안부'세미나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후기, 우리가 서로의 용기다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9일 일본군 '위안부' 세미나의 '헌팅그라운드' 상영회 진행 후기입니다.






#1

통계로 보면 미국의 대학에서 여성 1/5이 성폭력 경험이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사회는 적어도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안전하지 않다. 


미국 역시 강간사건이 발생하면 대개의 경우 가해자를 추궁하기 보다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단속하려고 든다.  피해자 여성에게 '얼마나 저항했나' 묻는다.  


대학이라는 시스템은 물의 자체를 싫어한다(부정한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심각하게' 취급하겠다하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가해자 처벌 역시 솜방망이 수준(하루 근신하거나, 방학 동안 정학을 결의하거나, 벌금 75달러를 물거나...)이다.  대학은 주로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조치를 취하며,  결국 피해자를 '침묵하도록' 만든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제기하는 사건들 가운데 실제로 가해자 학생을 퇴학하는 경우는 1/10~1/50 정도이다.  그 가운데 검사가 기소하는 사건은 다시 1/5 정도로 떨어진다.  왜 이렇게 대학사회는 가해자를 보호하는가? 


'강간문화'는 보편성을 띠지만 미국의 특수성도 작용한다.  미국 대학내 남성사교클럽의 산업적인 측면은 어마어마하다.  해마다 엄청난 금액을 대학에 기부하는 동문들이 바로 남성사교클럽 출신이다.  또한 그들은 사교클럽의 기숙사를 학생들에게 따로 제공하며(대학은 해당 기숙사의 운영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남성사교클럽이 신입생들에게 '강간클럽'으로 불려도 통제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나와도 어떤 식으로든 '조용한 해결'을 도모한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자체도 끔찍하지만 이후 믿었던 학교로부터, 가해자들로부터, 가해자들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거짓말쟁이'로 취급당한다.  어쩌면 이 뒤의 경험이 훨씬 끔찍할 것이다.  


그래도 변화는 '용기있는' 피해자들의 행동으로부터 나온다.  그들은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경험의 당사자들을 찾고, 같이 이야기나누며, 사례를 수집한다.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대학내 성폭력을 없애기 위한 긴 싸움을 시작한다.   


피해자 여성들의 용기있는 증언과 행동도 눈부시지만, 그들의 슬픈 표정과 눈빛 자체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지금 바로!" 

"우리가 서로의 용기다!!"



#2

  영화를 감상하기 이전에 찾아본 영화 내용에서 이 영화가 미국 대학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그래도 한국하고는 다르겠지’였다. 한국의 매스컴을 통해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 피해자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는 문제들이 미국에서는 심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생각은 틀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미국 대학에서의 성폭력 문제들은 한국의 경우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남자 사교클럽이나 학생선수와 관련된 케이스에서는 미국 대학 내 성폭력 문제가 한국보다도 심각한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미국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씁쓸함과 함께 착잡함을 동시에 느꼈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곳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학 내부는 폐쇄적이었고, 그 안에서 발생한 문제는 대학의 평판 등에 의해서 그 죄를 제대로 묻지 못한 채 은폐되었다. 이것은 성폭력 문제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또한 대학 밖 사회와 마찬가지로 여성은 대학 내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겪은 상처에 사건 처리가 진행되면서 또 다른 상처를 입어 이중고를 겪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더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피해 여성들의 움직임이었다. 영화 속 상처를 입은 여성들은 죄를 제대로 묻지 않는 대학들에 대하여 용기를 내어 항의하였고, 대학 밖으로도 목소리를 내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여성들의 용기에 의해 국가가 움직였고, 영화에 따르면 현재 100여 곳에 가까운 미국 대학들이 조사를 받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노력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한 여성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또 다른 것은 왜 사회는 이들에 대해 진작 관심을 가지지 않았냐는 것이다. 


  대학을 포함하는 사회가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건이 일어난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하였다면, 상처를 입은 이들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사회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개개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사회라는 구조적인 상황이 일개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단순히 타락한 개인의 이야기로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개개인을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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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페미회로X오프코르셋 

성평등을 코딩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6일 과학기술중점대학 중 4개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의 동의 하에 출범한 연합단체로, 평등한 과학을 지향하기 위해 페미니즘적 가치를 지지하고 이공계 내 소수자로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미회로' 연대단체인 UNIST의 오프코르셋에서 진행한 '성평등을 코딩하라'상영회 후기입니다.





지난 7월 6일 페미회로X오프코르셋X한국여성의전화X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한 <성평등을 코딩하라> 페미회로 릴레이 상영회, 그 1회차를 울산과학기술원에서 개최하였습니다.


페미회로 연대체인 카이스트 여성주의 모임 마고에서 릴레이 상영회 포스터를 제작하여 7월4일 화요일부터 홍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일에는 페미회로 및 오프코르셋 회원의 기부로 음료 및 다과를 준비했으며 연대 단체의 소개 팜플렛 및 스티커 등을 전시하였습니다. 


<성평등을 코딩하라> 상영에 앞서 각 단체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진행한 후 바로 상영하였습니다. <성평등을 코딩하라>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편견이 어떻게 여성의 ICT 계열 진출을 막고 여성의 성과를 저해하는 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찰할 계기를 주었습니다. 과학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누구든지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관념이 만연한 과학기술원에서 그런 선입견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관객 관람평


나는 미술을 전공했던 여성임에도 이 다큐에 매우 큰 공감을 했다. 여성들이 잘 하는 것 이라고 여겨지는 업계이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역시나 큰 일, 과감하고 멋진 작업은 남성들이 주로 한다는 뿌리 깊은 차별이 박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다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 만의 성차별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성차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사회적인 편견이 여성의 능력 하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원래는 프로그래밍이 여성들이 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이었다가, 그 일이 중요성이 커지면서 점점 남성에게로 주 노동원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공계열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것. 모든 전문분야에서 여성의 힘이 과소평가되고 있고, 편견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한계를 낮게 잡아 꿈을 펼치지도 못 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영회에 남성인 이공계 전공자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궁금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과 나온 여학생 시절, 인형만 강요받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여러 번 울컥했어요. ‘여자는 조립을 못 한다’고 말하는 상사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 분에게 이 작품을 꼭 같이 보자고 말해야 겠어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다양성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세상을 바꾸듯이 과학과 기술하는 여자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세상의 차별과 고정 관념과 나를 다시 볼 수 있는 시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컴퓨터 과학공학을 배우고 있어서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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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사단법인 한마음 부설 한마음상담소 

가정폭력상담원 양성과정 “가정폭력 이해하기”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6일 사단법인 한마음 부설 한마음상담소에서 진행된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상영회 후기입니다.





가정폭력에 대해 이해하기 위하여 가정폭력에 대한 기초적 이해 설명 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영화 감상을 통하여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감상 후 첫째, 등장인물 중 누구의 입장에 초점을 두고 시청하였는지 둘째, 가정폭력피해자의 심정은 어떨 것 같은지 셋째,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영상물 속의 피해자라면 어떻게 할지 넷째, 동영상을 보고 느낀점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입장에 초점을 두고 보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분노의 소리와 한숨 등을 내쉬며 감상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상담사로써 공부중이여서 인지 상담사에 초점을 두어 상담사가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떠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본인은 어떤 일(경험)이 있었는지 초점을 두고 시청한 분들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자신도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구호활등을 하는 킷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사람도 있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심정은 어떠할까. 두려움, 절망, 아픔, 배우자에게 느낀 배신감, 참담함, 수치스러운, 비참함, 우울한 감정 등과 더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쩌지 못하는 엄청난 고통과 가족(남편) 이라는 애증의 관계에서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들을 피해자가 느낄 것이라고 함께 나누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영상물속의 피해자라면 우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싶음에도 적극적이지 못한 사회적 제도로 인해 화가 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돕고자 노력할 것 같다.” “분리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라는 굳은 다짐을 보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동영상을 보고 사회적 인식에 아직 민감하지 못하고 아픔을 아는 자가 아픔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가정폭력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며 해결을 하려고 노력을 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거 같다.” 


“피해자의 아픔이 느껴지고 만약 막상 상황에 닥친다면 나도 벗어날 수 있을까, 도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피해자를 돕는 상담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고 피해자 본인의 마음가짐도 상황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시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학력, 고소득층의 사람들은 가정폭력을 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느꼈고 어떠한 경우에라도 폭력은 허용되어도 인정되어도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죽음과 맞닿은 고통의 순간이 되어서만 발견되는 가정폭력의 위험성과 법적 처벌의 미비한 부분이 공분과 사회적 인식을 위한 모두의 필요성을 느꼈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아직도 약한자를 보호할 만한 완벽한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정폭력이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되는 것 같고 어디가 부러지거나 장기가 파멸되는 등의 증상을 입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은 가벼운 범죄로 취급되는 것에 화가 났다.”


 “하루 빨리 법 개정이나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꼈다.” 등 모두 가정폭력에 대하여 이해하고 함께 마음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 문제가 아닌 명백한‘범죄’다. 

폭력은 사라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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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심’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인터뷰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여성인권영화제 이번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저희 영화제의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여성인권영화제가 10회를 맞기까지, 관객부터 스탭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왔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이 영화제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단순한 진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분명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진심이요. 이 진심이 지금까지 영화제를 이끌어왔던 것처럼, 잘못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분들의 '진심'또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개막작 <테레즈의 삶>과 프로그래머 추천작

 <임브레이스>, <폴리티컬 애니멀>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선정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재 개막작 <테레즈의 삶>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폴리티컬 애니멀>


<테레즈의 삶>은 올해의 주제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인만큼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는데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테레즈 클레르크는 68혁명 이후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투쟁을 격렬하게 이어 온 인물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그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전의 삶이 무엇이었든, 뜻한 바대로 과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 나가고, 누구에게나 낯설 '죽음'을 담대히 맞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 그 자체이지요. 이 사람의 삶이 전하는 응원을 관객 여러분들께서 꼭 느끼시길 바랍니다.


<임브레이스>는 전세계의 여성 모두가 갖고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명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힘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폴리티컬 애니멀>은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하는 법과 제도를 쟁취해낸 역사를 보여줍니다. 모두 당사자의 목소리가 갖는 힘, 그리고 그들이 이뤄낸 놀라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너무 좋을 수밖에요.



#2016년은 영화제 10주년이기도 하지만

 여성혐오를 둘러싼 담론이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해이기도 합니다. 

영화제 준비나 주제 선정에 있어서 작금의 한국사회 현실을 

어떤 식으로 담아내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정 섹션 외에, 그 해의 주제를 담는 섹션이 있습니다. 피움 줌인, 피움 줌아웃 섹션인데요. 올해의 피움 줌인은 '단순한 지혜'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뜨거웠던 논쟁에 대한 적절한 답은 역시 페미니즘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페미니즘 투쟁사, 다양한 가족구성권, 진정한 성평등을 실현할 법과 제도 등 현재 페미니즘의 지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포럼 주제가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인데요, 

10주년 포럼에 특별히 이 주제를 고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류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편견과 통념에 기반하여 묘사된 여성과 여성 폭력은 실제와 크게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지난 시간 동안 여성인권영화제가 꾸준히 지적하고, 바꿔내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같은 통념이 바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자, 성차별의 현실이며, 생존자의 삶에 대한 실제적 위협이라는 것입니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 포럼>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스크린, 브라운관, 프레스 속의 여성 재현, 이대로 좋은가





 


일시 16.10.04(화) 장소 KT&G상상마당 4F 대강의실



여성과 여성에 대한 폭력은 미디어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 폭력이나 강간이라는 소재가 갖는 선정성만을 소비하는 데 그치거나, 이야기 속 개인을 왜곡하여 재현함으로써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도리어 현실과는 먼 일처럼 만들기도 한다. 동시에 그 안에 놓여있는 여성들의 삶과 투쟁은 쉽게 지워지기도 한다.


편견과 통념에 의한 묘사를 넘어, 과연 여성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그려낼 수 있는가. 통념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은 불가능한가, 혹은 안 하는가. 여성인권영화제는 지난 10년간 여성에 대한 폭력의 현실과 이에 대한 인식의 괴리,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구조와 현실을 탐구하는 작품들에 주목해왔다. 이번 10주년 기념 포럼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미디어가 여성 폭력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그 대안으로서의 여성인권영화제의 의미,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발제자  정민아 영화평론가 ㅣ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ㅣ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토론자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ㅣ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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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당신은 웃고 울고 화내고, 다시 웃을 것이다

- 인도 여성들의 자매애를 다룬 영화 <분노의 여신들> -

 

지원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인도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분노의 여신들>은 사진작가 프리다가 그의 깜짝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인도 각지에 흩어진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일곱 여성의 다채롭고 풍성한 삶의 경험은, 그 자체로도 인도의 가부장적 문화를 꿰뚫는 페미니즘의 눈과 귀가 된다. 음악과 노래가 어우러진, 인도 영화 특유의 흥과 유쾌함은 덤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이 영화에서 세 가지 관람 포인트를 뽑아보았다.

 

약자, 그러나 약하지 않은 그녀들

영화의 제목에도 드러나듯,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는 인도의 여신 숭배 문화이다. 악이 세계를 지배하면 여신 두르가가 사나운 모습으로 변신해 악을 무찌르는데, 그가 바로 인도에서 가장 분노한 여신 칼리이다. 그는 인도의 이상적 여성상이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종속적여신들과는 사뭇 다르게 어딘가 잔혹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드라, 불가촉천민 등 억압받는 자들은, 칼리와 같은 여신이 그들을 대신해 끔찍한 운명과 억압적인 현실을 응징하고 약자들을 보호해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분노의 여신들>의 여성들은 자신의 운명을 대신 싸워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억압적인 체제의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운명과 악에 맞서는 칼리다. 영화 중반에서 프리다의 친구 마드가 여신 칼리의 그림을 꺼내 보일 때, 7명의 여성이 모두 칼리의 모습을 자처하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둠이 밀려오는 그 순간, 그녀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분노의 여신으로서 다시 태어나 악을 응징한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그녀들의 변신을 기대할 만하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분노의 여신들> 스틸컷


 

폭력에 맞서는 자매애

두 남자 주인공의 우정을 다루는 영화 버디 무비(buddy movies)는 줄곧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버디 무비가 많지 않을뿐더러, 영화 속에서 여성은 대부분 미미한 존재에 머무르고 역할도 제한적이다. ‘버디는 동료, 친구, 동지애를 지닌 관계인데, 여성의 역할은 주로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려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연대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여성들이 서로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다고 보는 통념이 진리인 양 퍼져있다. “여자의 적은 망할 여자들이야!” 이 영화에서조차, 여성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할 때 누군가 언성을 높여 이렇게 소리치니, 보는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여성들은 누구인가? 7명의 여성은 모두 직업도, 살아가는 환경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투톱의 남성배우가 티격태격하는 듯싶다가 결국 힘을 합쳐 영웅적인 활약을 해내는 버디 무비의 대본처럼, 그녀들의 차이는 그들을 단순히 으로 만들지 않는다. 프리다와 친구들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짧은 시간만을 함께하지만, 결국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고, 세상에 맞설 힘을 보탠다. 그녀들의 주위에 도사린 어둠에 정면으로 맞설 때 서로가 먼저 총대(?)를 메기 위해 앞 다투지만, 결국엔 싸움을 함께 이어가는 명장면도 놓치지 말자.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설 때, 그녀들은 차이를 넘어서서 동료가 된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분노의 여신들> 스틸컷

 

음악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

인도 영화답게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는 관객들이 장면과 인물의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자연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건배를 들고 춤사위를 선보이며 기쁨을 나누는가 하면, 꽁꽁 묻어놓은 사연이 울음과 함께 터져 나오면서 슬픔에 젖기도 한다. 100분간의 상영시간 동안 수차례 전환되는 감정의 파도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음악이 전하는 분위기에 몸을 맡겨보자. 멜로디와 가사가 당신을 지루할 틈 없는 특별한 경험으로 이끌 것이다. 특히, 영화의 주제곡인 진다기(Zindagi, 삶이여)’의 가사는 세상을 향해 정면승부를 내거는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더욱 애착이 간다. “네게 맞춰 살지 않으련다. 내 운명을 스스로 써내려가련다, 그래도 너와 함께 걸어가련다.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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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1관 2016-10-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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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1관 2016-10-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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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우리는 이미 뭔가를 건너왔다

페미니즘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


지혜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붉은 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초록색 오픈카 한 대가 평원을 가로지른다. 카메라는 익스트림 롱쇼트로 자동차의 질주를 담아낸다. 오픈카에는 두 젊은 여성,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수잔 서랜든)가 타고 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후 멕시코를 향해 도망가는 중이다. 사뭇 들뜬 그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는 동안, 경찰차 한 대가 화면에 잡힌다. 경찰차는 경적을 울리며 오픈카를 추격하고, 카메라는 두 여성의 당황한 표정을 다시 클로즈업한다. 시동을 끄고 정지한 자동차, 다가오는 경찰, 차에서 내리는 루이스, 상황을 지켜보는 델마. 이제 무슨 일이 생길까.

 잠시 후, 초록색 오픈카는 다시 평원을 질주한다. 어찌된 일인지, 경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델마와 루이스는 조금 전보다 더욱 상기된 표정이다. 그날 밤, 델마는 루이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뭔가를 이미 건너왔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

(Something’s, like, crossed over in me and I can’t go back.)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궤도를 벗어나는 여성들

 우리의 삶에는 전환점이 존재한다. 전환점은 흔히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계기, 또는 그런 고비’를 의미한다. 살다 보면 지금까지 달려오던 궤도를 이탈하거나 새로운 궤도에 진입할 때가 있다. 첫 남자친구이자 첫사랑이던 남편을 위해 일평생 순종적인 여자로 살아가던 델마는, 친구 루이스와의 휴가에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는 처음으로 총을 만지고, 일탈을 시도하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델마에 비해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역시 레스토랑에서 접대를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며 타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태였다. 카메라는 이 두 여성의 변화를 광활한 그랜드캐니언의 모습과 함께 차분한 호흡으로 담아낸다. 벌써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 이야기다. 


  <델마와 루이스>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따라서 로드무비로서, 혹은 페미니즘 영화로서 이 영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2016년 서울에서 열리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우리가 이 영화를 보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여전히 건너오지 못한 것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올 한해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입소문을 탄 영화가 있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2016)다. 대놓고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인 손예진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나, 표백되지 않은 여자 중학생들의 모습에서 페미니즘적 가치를 짚어낸 관객이 많다. 손예진은 지난 6월 <비밀은 없다> 개봉 시점에 진행된 JTBC 뉴스룸인터뷰에서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자들이 이끄는 영화를 하고 싶다”며 “남성 위주의 영화가 많아서 여자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적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한정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유명한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여성의 역할은 성녀와 창녀, ‘민폐’ 캐릭터, ‘못생긴’ 여자, 그리고 자애로운 어머니 중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남성 캐릭터의 보조적 역할을 거부하고, 능동적으로 판단하며 자신의 욕망에 따라 그랜드 캐니언을 가로지르는 델마와 루이스의 궤적은 25년이 지난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특별하다. 문제는 델마가 그리 비장하게  “난 뭔가를 이미 건너왔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라고 말한 지가 언젠데, 많은 것들이 25년 동안 제자리라는 것.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흥행한 한국 영화 10편 중 ‘성평등 지수’를 측정하는 ‘백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겨우 두 작품에 불과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하는 영화는 정말 적고, 그중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더욱 드물다. 나 역시 2016년인 현재까지도 ‘페미니즘’과 ‘영화’를 연결지어 언급할 일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년)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1991년)를 참고자료로 가져오곤 한다. 그나마 최근의 대중적인 작품으로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4년 개봉) 정도가 있다만, 선택의 여지는 그리 풍부하지 않다. 올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가 여자 배우를 주연으로 앞세워 흥행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남성적 시선(male gaze)’으로 레즈비언을 그려냈다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델마와 루이스>는 많은 페미니스트 팬들에게 귀중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귀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랜드캐니언을 향해 달린다

 어릴 적 <델마와 루이스>를 볼 때는 무례한 성희롱과 심한 장난을 일삼는 트럭 기사를 혼내는 델마와 루이스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왜일까, 근래 들어 다시 본 <델마와 루이스>는 내게 미묘한 슬픔을 주었다. 트럭이 폭발하며 매캐한 먹구름같은 연기가 그랜드 캐니언을 가득 덮고, 카메라는 그 광경을 익스트림 롱쇼트로 잡아낸다. 그 새카맣고 커다란 먹구름이 일종의 징후로 느껴졌다.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멋진 델마와 루이스의 미래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징후.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라는 무장 군인들과 경찰차, 헬리콥터의 추격씬을 담아낸다. 나는 그 모든 장면의 나열이, 단순한 범죄물의 추격씬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범죄자이기 이전에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점점 수가 많아지는 경찰차들을 보며, 여성이 가부장제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찾는 과정은 상상만큼 간단하거나 멋있지 않고, 저만큼이나 험난한 추격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기게 달라붙으며 성희롱을 멈추지 않는 트럭 기사처럼, 가부장제의 규범을 벗어나려는 여자들을 이 세상이 그냥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마의 대사는 내게 언제나 위안을 준다. 여성 인권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나아지는 광경은 보진 못했어도, 점진적인 변화는 지금도 목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백델 테스트’라는 개념이 고안된 것도, ‘여성인권영화제’가 생겨난 것도, ‘국민 대표 여자 배우’ 손예진이 <델마와 루이스>를 찍고 싶은 영화의 표본으로 꼽는 것도 일종의 변화가 아닐까? 우리는 이미 뭔가를 건너왔고,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 


 무장 군인들과 경찰차, 헬리콥터의 추격을 뒤로 하고 그랜드캐니언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향하는 두 여성의 마지막 대사에서, 나는 묵묵히 살아갈 힘을 얻는다. 



“계속 가자!”

(Keep Going,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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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 픽션 <열정의 끝>, 애니메이션 <집에 오는 길> -


류희정


 <열정의 끝>, 10대의 자신의 세계. 그녀의 사소하지 않은 열정을 만나다.



 주인공 미란은 체육대회 단체 줄넘기를 연습하다가, 자꾸만 줄에 걸린다. 연습을 감독하던 담임선생님은 더 잘하는 반 친구와 그녀의 자리를 바꾸기를 원한다. 순식간에 그녀의 자리를 뺏겨버린 미란은 더 잘할 거다, 연습해오겠다고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미란은 매일같이 줄넘기 연습을 한다. 이전보다 그녀의 실력은 빼어나게 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단체 줄넘기의 걸림돌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그녀의 종목을 바꾸라고 권유하다, 이내 화를 낸다. 선생님의 눈에 미란의 줄넘기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탓에 반 친구들은 좋은 줄넘기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고, 이는 곧 체육대회 전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줄넘기는 과연 ‘고집’이었을까. 미란의 세계에서 줄넘기는 분명 ‘열정’의 조각이었을 것이다. 10대 소녀인 미란의 세계는 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학교,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학교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욕심들. 학교가 전부인 10대 소녀에게 그것은 동시에 그녀의 세계가 된다. 그 속에서 단순한 ‘줄넘기’라는 행위는 학교 내에서-그 세계의 중심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된다. 그녀가 매일 밤 줄을 넘을 때, 좌절했던 그 날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비록 타인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넘기’일지라도, 그녀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넘어야만 하는 가장 열정적인 행위-‘열정의 끝’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없는 단체 줄넘기와 체육대회가 시작하면서, 줄넘기에 대한 열정은 ‘끝’이 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없이 줄을 넘으려고 했던 미란이라면, 또 다시 그 좌절의 벽을 넘어서는 열정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그것이 소녀가 소녀 자신의 세계에서 나아갔던 법이기 때문이다.


 <집에 오는 길>, 20대 그들의 세계. 일상적인 것들에 치여 사는 그녀의 세상을 사랑하다. 



 서울에는 수많은 단칸방이 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 단칸방에서 청춘을 시작했던 세대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있다. 대학은 졸업했고, 새로운 일자리도 구했지만 여전히 단칸방 인생이다. 이렇게 사는 청춘이 이 집, 저 집 서울의 야경을 채우는 불빛만큼이나 가득하다. 

 20대 주인공의 삶은 그 청춘의 삶 중에 하나의 모습이다. 팍팍하다. 작은 방에서 시작해서, 더운 날 볕 아래서 인형탈을 쓰고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다. 출근길에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닥친다. 타인의 시선에서 그녀의 삶은 어쩌면 초라할지도 모른다.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는 그녀는 취업난 속에서 마케팅이라고 말하는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다. 꿈은 한 뼘 접혔고, 그럼에도 아등바등 살아가야만 하는 서울이라는 땅 위에서 그녀는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내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영화를 보고서 10대에 꿈꾸었던 20대의 모습은 어땠을까. 주인공에게도, 내게도 묻고 싶어졌다. 아마 지금의 모습보다는 더 위풍당당하고 화려한 삶이었을 것 같다. 10대 시절 책상 앞에서 꿈꾸던 것들을 직접 이루어내고, 주목받는 멋진 어른. 그러나 잘 알고 있다. 내 삶이 그렇지 않은 것을.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쓰고 나면, 모아둘 푼돈 하나 없이 한 달 한 달을 지내 가는 삶, 취업 준비에 막막해서 미래를 그려보기 힘든 삶. 

 그러나 주인공은 그 날 일상을 마치고서, 들어선 집에서 말한다. “그래도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해.” 타인의 눈에는 빛나지 않는 것들만 가득한, 치열한 우리네 20대의 삶을 그녀는 포근히 쓰다듬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허물을 벗은 그녀의 말이었다. 출근길 사람 가득한 서울의 지하철도, 더운 날 고생에 살이 빠져서 일석이조가 되었다는 그녀의 일자리도, 단칸방 작은 그녀의 공간도 사랑한다고. 

 처음 20대의 삶을 만났을 때, 그녀도 그 때의 나만큼이나-혹은 그보다 더 크게 좌절했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10대의 우리들이 꿈꾸어왔던 세상과 실제 세상은 너무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 꿈의 한 꺼풀을 벗겨내고 만난 삶과 보금자리는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만큼이나 소중하고, 아리도록 아름답다. 

 그것은 그녀의 삶이고, 동시에 우리네 20대의 삶이다. 10대의 당신이 끝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데에 열정을 쏟았다면, 한없이 달려온 20대의 당신에게는 따뜻한 위로 한마디를 던져도 좋을 것 같다. 이젠 자신의 세계를 충분히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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