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지금, 당신의 속도로' 상영작 소개 시리즈 첫 번째. 
전설적인 플라밍고 댄서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라 차나'를 소개합니다.

혁신적인 스타일과 숨 막히는 리듬으로 전세계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플라멩코 댄서 '라 차나'. 그러나 1970년대, 최정상의 위치였던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3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영화는 감춰졌던 비밀을 밝히며, 한 여성댄서의 일대기를 감각적으로 담아냅니다.

9/22(금) ART2관 19:45
9/23(토) ART2관 20:30
9/24(일) ART3관 13:30

진정한 ‘나의 삶'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 다큐멘터리 <라 차나> -

춤추는 동안 가장 행복하다 느끼고, 댄서로서의 삶을 꿈꾼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은 예술가가 성취할 수 있는 최정상의 단계로 그녀를 이끈다. 그러나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는 뜻하지 않은 암울한 사건을 일으킨다. 일상을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행복과 꿈을 방해한다. 그녀가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는 ‘나의 삶’을 꿈꾸는 이상, 그의 일상은 곧 투쟁이다. 피움의 특별한 섹션 ‘일상과 투쟁의 나날들’의 추천작, 루시아 스토예비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라 차나>를 소개한다.

 
 
한 편의 공연과 같았던 삶
스페인 남부지방에서 발달한 플라멩코는 ’정열의 나라'라는 수식어답게 빠르고 강한 리듬의 기타 연주, 노래, 춤을 선보이는 예술적 표현이다. 플라멩코 특유의 격렬한 발놀림으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 발놀림의 주인공, ‘라 차나'로 알려진 플라멩코 댄서 안토니아 산티아고 아마도르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사랑했던 안토니아는 기타를 연주하는 삼촌의 권유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반대한다. 당시 예술을 하는 여성은 나쁜 평판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촌은 자신이 “항상 안토니아의 옆을 지키고 그녀가 어디 가지 못 하도록 가둬두겠다”는 말로 아버지를 ‘안심'시켰고, 댄서 라 차나의 삶이 시작된다. 놀라운 재능, 개성 넘치면서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빠른 박자로 그녀는 대중들을 열광시켰고, 인기는 빠르게 치솟았다. 무대에서의 실제 영상과 사진, 당시를 회고하는 안토니아의 인터뷰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예술가 라 차나의 삶을 찬찬히 되짚어본다. 관객은 83분의 러닝타임 동안 플라멩코의 매력에, 그리고 댄서 ‘라 차나'의 매력에 자연스레 빠지게 될 것이다.
무엇이 여성의 꿈을 빼앗는가

그런데 1970년대에 인기의 절정에 있었던 그는 갑작스레 은퇴하고 자취를 감춘다. 스스로를 “춤추기 위해 태어났다(I‘m born to dance)”고 표현한 그녀는 어떤 사건에 의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수년간 춤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춤을 시작했다. <라 차나>는 당시 밝히지 못했던 지난 삶의 이야기를 그녀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춤출 때만큼은 자기 자신이 된 것 같았고, 가장 자유롭다고 느끼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품에 담긴 그의 증언과 회상으로, 그가 당시 겪었을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그가 활동했던 시대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규칙은 단 하나, ‘남성의 명령에 침묵하고 복종하라'였다고 그녀는 말한다. ‘공적' 영역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뤘음에도, 그녀는 가부장제 사회가 가하는 억압과 차별을 쉽게 피해갈 수 없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사적’인 얼굴을 하고 무던히도 그녀를 괴롭혔다.

이 작품은 플라멩코 댄서 라 차나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여성 예술가’ 안토니아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비단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고 싶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여러 고난을 겪는 이들의 역사가 있고 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누군가의 통제 아래 놓인 삶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춤을 추며 진정한 삶을 살고자 했던 라 차나. 그녀가 3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무대가, 차별을 마주하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자기 삶을 꿈꾸는 많은 여성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길 바란다.


리뷰 작성 : 지원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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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지금, 당신의 속도로
Keep going on with your pace

2017.9.20.()-24(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당신이 꼭 만나봐야 할 영화 여섯 편

여성인권영화제가 매번 선보이는 다섯 가지 섹션 별로 엄선한 영화를 추천합니다

[개막작] 뼈아픈 진실 Home Truth

2017 | Documentary  | 72' | USA


1999년 콜로라도제시카의 어린 세 딸이 전 남편에 의해 유괴되어 살해당했다. 그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한편이 비극적인 아픔과 싸워야만 했던 또 한 명의 생존자아들 제시와의 관계는 썩 순탄치 못하다.



 9년에 걸쳐 촬영된 <뼈아픈 진실>은 한 여성의 정의와의 오랜 사투를 다룬 연대기이자사회가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모습그리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세대에 걸쳐 주는 아픔을 조명한 작품이다.

 

9. 20. Wed. 19:00 개막식 CGV 압구정 1관 본관
9. 23. Sat. 12:00 ART 3관 피움 !! Fiwom Talk!Talk! 
9. 24. Sun. 15:10 ART 2관 피움 !! Fiwom Talk!Talk!

부치, 젠더질서의 교란자
Gender Troubles: The Butches

2016 | Documentary | 55' | USA

 

부치는 소위 '여성스러운', '약한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다그렇다고 남성을 모방하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의 자아에 충실한 여성들이다누군가는 그것을 문제라 할 수도 있겠지만.

9. 21. Thu. 19:10 ART 1
9. 23. Sat. 18:35 ART 1관 피움 !! Fiwom Talk!Talk! 
9. 24. Sun. 15:30 ART 1

라 차나 La Chana

2016 | Documentary | 83' | SPAIN, ICELAND, USA

혁신적인 스타일과 숨 막히는 리듬으로 전세계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플라멩코 댄서 '라 차나'. 
1970년대최정상의 위치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던 그녀가 3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영화는 감춰졌던 비밀을 밝히며한 여성댄서의 일대기를 감각적으로 담았다.

9. 22. Fri. 19:45 ART 2
9. 23. Sat. 20:30 ART 2
9. 24. Sun. 13:30 ART 3관 피움 !! Fiwom Talk!Talk!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

2016 | Documentary | 76' | USA, CONGO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특별한 센터, ‘시티 오브 조이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다큐멘터리
전쟁의 한복판에서 끔찍한 강간과 폭력을 겪은 여성들과 
이 여성들이 새로운 삶을 이끌어갈 터전을 꿈꾼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이다.

9. 21. Thu. 15:00 ART 2
9. 23. Sat. 16:40 ART 3관 피움 !! Fiwom Talk!Talk! 
9. 24. Sun. 12:00 ART 2

여성해방으로 좌회전 Left on Pearl

2016 | Documentary | 55' | USA

1971년 보스턴세계 여성의 날행진 대열이 여성 센터 설립을 요구하며 하버드 소유의 건물을 점거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긴박한 전개를 통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수백 명의 여성이 왜그리고 어떻게 하여 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한 행동을 결정했는지 조명한다.

9. 23. Sat. 18:20 ART 2관 피움 톡!! Fiwom Talk!Talk! 
9. 24. Sun. 12:00 ART 3

[폐막작] 거룩한 질서 The Divine Order

2016 | Fiction | 96' | SWITZERLAND

1971젊은 주부이자 엄마인 노라는 평범하고 작은 스위스의 마을에서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그녀가 사는 이 시골 마을은 68혁명의 격변도 비껴간 곳이다노라의 삶 역시 마찬가지로그녀는 모두가 좋아하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1971년 2월 7여성 참정권이 국민투표에 부쳐지면서 그녀의 공개적인 투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9. 21. Thu. 19:30 ART 1
9. 23. Sat. 18:55 ART 3
9.24. Sun 18:00 폐막식 ART 3관

지금, 당신의 속도로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지금, 당신의 속도로' 공식 트레일러

올해로 11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당사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지금, 당신의 속도로입니다. 여성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분명히 바뀔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향해 당신의 속도로 충분히 나아가고 있다는 격려와 지지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12개국 35편의 상영작을 함께 관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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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지금, 당신의 속도로'

2017.9.20-24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상영작 하이라이트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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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지금, 당신의 속도로'

2017.9.20-24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공식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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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페미회로X오프코르셋 

성평등을 코딩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6일 과학기술중점대학 중 4개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의 동의 하에 출범한 연합단체로, 평등한 과학을 지향하기 위해 페미니즘적 가치를 지지하고 이공계 내 소수자로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미회로' 연대단체인 UNIST의 오프코르셋에서 진행한 '성평등을 코딩하라'상영회 후기입니다.





지난 7월 6일 페미회로X오프코르셋X한국여성의전화X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한 <성평등을 코딩하라> 페미회로 릴레이 상영회, 그 1회차를 울산과학기술원에서 개최하였습니다.


페미회로 연대체인 카이스트 여성주의 모임 마고에서 릴레이 상영회 포스터를 제작하여 7월4일 화요일부터 홍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일에는 페미회로 및 오프코르셋 회원의 기부로 음료 및 다과를 준비했으며 연대 단체의 소개 팜플렛 및 스티커 등을 전시하였습니다. 


<성평등을 코딩하라> 상영에 앞서 각 단체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진행한 후 바로 상영하였습니다. <성평등을 코딩하라>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편견이 어떻게 여성의 ICT 계열 진출을 막고 여성의 성과를 저해하는 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찰할 계기를 주었습니다. 과학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누구든지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관념이 만연한 과학기술원에서 그런 선입견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관객 관람평


나는 미술을 전공했던 여성임에도 이 다큐에 매우 큰 공감을 했다. 여성들이 잘 하는 것 이라고 여겨지는 업계이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역시나 큰 일, 과감하고 멋진 작업은 남성들이 주로 한다는 뿌리 깊은 차별이 박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다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 만의 성차별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성차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사회적인 편견이 여성의 능력 하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원래는 프로그래밍이 여성들이 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이었다가, 그 일이 중요성이 커지면서 점점 남성에게로 주 노동원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공계열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것. 모든 전문분야에서 여성의 힘이 과소평가되고 있고, 편견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한계를 낮게 잡아 꿈을 펼치지도 못 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영회에 남성인 이공계 전공자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궁금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과 나온 여학생 시절, 인형만 강요받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여러 번 울컥했어요. ‘여자는 조립을 못 한다’고 말하는 상사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 분에게 이 작품을 꼭 같이 보자고 말해야 겠어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다양성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세상을 바꾸듯이 과학과 기술하는 여자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세상의 차별과 고정 관념과 나를 다시 볼 수 있는 시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컴퓨터 과학공학을 배우고 있어서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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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여성인권영화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심’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인터뷰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여성인권영화제 이번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저희 영화제의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여성인권영화제가 10회를 맞기까지, 관객부터 스탭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왔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이 영화제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단순한 진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분명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진심이요. 이 진심이 지금까지 영화제를 이끌어왔던 것처럼, 잘못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분들의 '진심'또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개막작 <테레즈의 삶>과 프로그래머 추천작

 <임브레이스>, <폴리티컬 애니멀>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선정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재 개막작 <테레즈의 삶>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폴리티컬 애니멀>


<테레즈의 삶>은 올해의 주제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인만큼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는데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테레즈 클레르크는 68혁명 이후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투쟁을 격렬하게 이어 온 인물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그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전의 삶이 무엇이었든, 뜻한 바대로 과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 나가고, 누구에게나 낯설 '죽음'을 담대히 맞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 그 자체이지요. 이 사람의 삶이 전하는 응원을 관객 여러분들께서 꼭 느끼시길 바랍니다.


<임브레이스>는 전세계의 여성 모두가 갖고 있는 '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명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힘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폴리티컬 애니멀>은 네 명의 레즈비언 정치인이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하는 법과 제도를 쟁취해낸 역사를 보여줍니다. 모두 당사자의 목소리가 갖는 힘, 그리고 그들이 이뤄낸 놀라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너무 좋을 수밖에요.



#2016년은 영화제 10주년이기도 하지만

 여성혐오를 둘러싼 담론이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해이기도 합니다. 

영화제 준비나 주제 선정에 있어서 작금의 한국사회 현실을 

어떤 식으로 담아내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정 섹션 외에, 그 해의 주제를 담는 섹션이 있습니다. 피움 줌인, 피움 줌아웃 섹션인데요. 올해의 피움 줌인은 '단순한 지혜'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뜨거웠던 논쟁에 대한 적절한 답은 역시 페미니즘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페미니즘 투쟁사, 다양한 가족구성권, 진정한 성평등을 실현할 법과 제도 등 현재 페미니즘의 지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포럼 주제가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인데요, 

10주년 포럼에 특별히 이 주제를 고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류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편견과 통념에 기반하여 묘사된 여성과 여성 폭력은 실제와 크게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지난 시간 동안 여성인권영화제가 꾸준히 지적하고, 바꿔내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같은 통념이 바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자, 성차별의 현실이며, 생존자의 삶에 대한 실제적 위협이라는 것입니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 포럼>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

-스크린, 브라운관, 프레스 속의 여성 재현, 이대로 좋은가





 


일시 16.10.04(화) 장소 KT&G상상마당 4F 대강의실



여성과 여성에 대한 폭력은 미디어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 폭력이나 강간이라는 소재가 갖는 선정성만을 소비하는 데 그치거나, 이야기 속 개인을 왜곡하여 재현함으로써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도리어 현실과는 먼 일처럼 만들기도 한다. 동시에 그 안에 놓여있는 여성들의 삶과 투쟁은 쉽게 지워지기도 한다.


편견과 통념에 의한 묘사를 넘어, 과연 여성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그려낼 수 있는가. 통념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은 불가능한가, 혹은 안 하는가. 여성인권영화제는 지난 10년간 여성에 대한 폭력의 현실과 이에 대한 인식의 괴리,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구조와 현실을 탐구하는 작품들에 주목해왔다. 이번 10주년 기념 포럼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미디어가 여성 폭력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그 대안으로서의 여성인권영화제의 의미,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발제자  정민아 영화평론가 ㅣ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ㅣ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토론자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ㅣ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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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당신은 웃고 울고 화내고, 다시 웃을 것이다

- 인도 여성들의 자매애를 다룬 영화 <분노의 여신들> -

 

지원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인도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분노의 여신들>은 사진작가 프리다가 그의 깜짝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인도 각지에 흩어진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일곱 여성의 다채롭고 풍성한 삶의 경험은, 그 자체로도 인도의 가부장적 문화를 꿰뚫는 페미니즘의 눈과 귀가 된다. 음악과 노래가 어우러진, 인도 영화 특유의 흥과 유쾌함은 덤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이 영화에서 세 가지 관람 포인트를 뽑아보았다.

 

약자, 그러나 약하지 않은 그녀들

영화의 제목에도 드러나듯,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는 인도의 여신 숭배 문화이다. 악이 세계를 지배하면 여신 두르가가 사나운 모습으로 변신해 악을 무찌르는데, 그가 바로 인도에서 가장 분노한 여신 칼리이다. 그는 인도의 이상적 여성상이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종속적여신들과는 사뭇 다르게 어딘가 잔혹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드라, 불가촉천민 등 억압받는 자들은, 칼리와 같은 여신이 그들을 대신해 끔찍한 운명과 억압적인 현실을 응징하고 약자들을 보호해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분노의 여신들>의 여성들은 자신의 운명을 대신 싸워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억압적인 체제의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운명과 악에 맞서는 칼리다. 영화 중반에서 프리다의 친구 마드가 여신 칼리의 그림을 꺼내 보일 때, 7명의 여성이 모두 칼리의 모습을 자처하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둠이 밀려오는 그 순간, 그녀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분노의 여신으로서 다시 태어나 악을 응징한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그녀들의 변신을 기대할 만하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분노의 여신들> 스틸컷


 

폭력에 맞서는 자매애

두 남자 주인공의 우정을 다루는 영화 버디 무비(buddy movies)는 줄곧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버디 무비가 많지 않을뿐더러, 영화 속에서 여성은 대부분 미미한 존재에 머무르고 역할도 제한적이다. ‘버디는 동료, 친구, 동지애를 지닌 관계인데, 여성의 역할은 주로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려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연대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여성들이 서로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다고 보는 통념이 진리인 양 퍼져있다. “여자의 적은 망할 여자들이야!” 이 영화에서조차, 여성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할 때 누군가 언성을 높여 이렇게 소리치니, 보는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여성들은 누구인가? 7명의 여성은 모두 직업도, 살아가는 환경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투톱의 남성배우가 티격태격하는 듯싶다가 결국 힘을 합쳐 영웅적인 활약을 해내는 버디 무비의 대본처럼, 그녀들의 차이는 그들을 단순히 으로 만들지 않는다. 프리다와 친구들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짧은 시간만을 함께하지만, 결국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고, 세상에 맞설 힘을 보탠다. 그녀들의 주위에 도사린 어둠에 정면으로 맞설 때 서로가 먼저 총대(?)를 메기 위해 앞 다투지만, 결국엔 싸움을 함께 이어가는 명장면도 놓치지 말자.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설 때, 그녀들은 차이를 넘어서서 동료가 된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분노의 여신들> 스틸컷

 

음악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

인도 영화답게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는 관객들이 장면과 인물의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자연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건배를 들고 춤사위를 선보이며 기쁨을 나누는가 하면, 꽁꽁 묻어놓은 사연이 울음과 함께 터져 나오면서 슬픔에 젖기도 한다. 100분간의 상영시간 동안 수차례 전환되는 감정의 파도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음악이 전하는 분위기에 몸을 맡겨보자. 멜로디와 가사가 당신을 지루할 틈 없는 특별한 경험으로 이끌 것이다. 특히, 영화의 주제곡인 진다기(Zindagi, 삶이여)’의 가사는 세상을 향해 정면승부를 내거는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더욱 애착이 간다. “네게 맞춰 살지 않으련다. 내 운명을 스스로 써내려가련다, 그래도 너와 함께 걸어가련다.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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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1관 2016-10-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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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1관 2016-10-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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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우리는 이미 뭔가를 건너왔다

페미니즘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


지혜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붉은 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초록색 오픈카 한 대가 평원을 가로지른다. 카메라는 익스트림 롱쇼트로 자동차의 질주를 담아낸다. 오픈카에는 두 젊은 여성,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수잔 서랜든)가 타고 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후 멕시코를 향해 도망가는 중이다. 사뭇 들뜬 그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는 동안, 경찰차 한 대가 화면에 잡힌다. 경찰차는 경적을 울리며 오픈카를 추격하고, 카메라는 두 여성의 당황한 표정을 다시 클로즈업한다. 시동을 끄고 정지한 자동차, 다가오는 경찰, 차에서 내리는 루이스, 상황을 지켜보는 델마. 이제 무슨 일이 생길까.

 잠시 후, 초록색 오픈카는 다시 평원을 질주한다. 어찌된 일인지, 경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델마와 루이스는 조금 전보다 더욱 상기된 표정이다. 그날 밤, 델마는 루이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뭔가를 이미 건너왔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

(Something’s, like, crossed over in me and I can’t go back.)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궤도를 벗어나는 여성들

 우리의 삶에는 전환점이 존재한다. 전환점은 흔히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계기, 또는 그런 고비’를 의미한다. 살다 보면 지금까지 달려오던 궤도를 이탈하거나 새로운 궤도에 진입할 때가 있다. 첫 남자친구이자 첫사랑이던 남편을 위해 일평생 순종적인 여자로 살아가던 델마는, 친구 루이스와의 휴가에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는 처음으로 총을 만지고, 일탈을 시도하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델마에 비해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역시 레스토랑에서 접대를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며 타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태였다. 카메라는 이 두 여성의 변화를 광활한 그랜드캐니언의 모습과 함께 차분한 호흡으로 담아낸다. 벌써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 이야기다. 


  <델마와 루이스>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따라서 로드무비로서, 혹은 페미니즘 영화로서 이 영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2016년 서울에서 열리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우리가 이 영화를 보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여전히 건너오지 못한 것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올 한해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입소문을 탄 영화가 있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2016)다. 대놓고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인 손예진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나, 표백되지 않은 여자 중학생들의 모습에서 페미니즘적 가치를 짚어낸 관객이 많다. 손예진은 지난 6월 <비밀은 없다> 개봉 시점에 진행된 JTBC 뉴스룸인터뷰에서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자들이 이끄는 영화를 하고 싶다”며 “남성 위주의 영화가 많아서 여자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적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한정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유명한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여성의 역할은 성녀와 창녀, ‘민폐’ 캐릭터, ‘못생긴’ 여자, 그리고 자애로운 어머니 중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남성 캐릭터의 보조적 역할을 거부하고, 능동적으로 판단하며 자신의 욕망에 따라 그랜드 캐니언을 가로지르는 델마와 루이스의 궤적은 25년이 지난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특별하다. 문제는 델마가 그리 비장하게  “난 뭔가를 이미 건너왔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라고 말한 지가 언젠데, 많은 것들이 25년 동안 제자리라는 것.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흥행한 한국 영화 10편 중 ‘성평등 지수’를 측정하는 ‘백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겨우 두 작품에 불과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하는 영화는 정말 적고, 그중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더욱 드물다. 나 역시 2016년인 현재까지도 ‘페미니즘’과 ‘영화’를 연결지어 언급할 일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년)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1991년)를 참고자료로 가져오곤 한다. 그나마 최근의 대중적인 작품으로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4년 개봉) 정도가 있다만, 선택의 여지는 그리 풍부하지 않다. 올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가 여자 배우를 주연으로 앞세워 흥행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남성적 시선(male gaze)’으로 레즈비언을 그려냈다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델마와 루이스>는 많은 페미니스트 팬들에게 귀중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귀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랜드캐니언을 향해 달린다

 어릴 적 <델마와 루이스>를 볼 때는 무례한 성희롱과 심한 장난을 일삼는 트럭 기사를 혼내는 델마와 루이스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왜일까, 근래 들어 다시 본 <델마와 루이스>는 내게 미묘한 슬픔을 주었다. 트럭이 폭발하며 매캐한 먹구름같은 연기가 그랜드 캐니언을 가득 덮고, 카메라는 그 광경을 익스트림 롱쇼트로 잡아낸다. 그 새카맣고 커다란 먹구름이 일종의 징후로 느껴졌다.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멋진 델마와 루이스의 미래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징후.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라는 무장 군인들과 경찰차, 헬리콥터의 추격씬을 담아낸다. 나는 그 모든 장면의 나열이, 단순한 범죄물의 추격씬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범죄자이기 이전에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점점 수가 많아지는 경찰차들을 보며, 여성이 가부장제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찾는 과정은 상상만큼 간단하거나 멋있지 않고, 저만큼이나 험난한 추격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기게 달라붙으며 성희롱을 멈추지 않는 트럭 기사처럼, 가부장제의 규범을 벗어나려는 여자들을 이 세상이 그냥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마의 대사는 내게 언제나 위안을 준다. 여성 인권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나아지는 광경은 보진 못했어도, 점진적인 변화는 지금도 목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백델 테스트’라는 개념이 고안된 것도, ‘여성인권영화제’가 생겨난 것도, ‘국민 대표 여자 배우’ 손예진이 <델마와 루이스>를 찍고 싶은 영화의 표본으로 꼽는 것도 일종의 변화가 아닐까? 우리는 이미 뭔가를 건너왔고,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 


 무장 군인들과 경찰차, 헬리콥터의 추격을 뒤로 하고 그랜드캐니언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향하는 두 여성의 마지막 대사에서, 나는 묵묵히 살아갈 힘을 얻는다. 



“계속 가자!”

(Keep Going,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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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여성인권영화제 '단순한 진심' 2016년 10월 10일(월)~10월 16일(일)

 

 소녀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까지

- 픽션 <열정의 끝>, 애니메이션 <집에 오는 길> -


류희정


 <열정의 끝>, 10대의 자신의 세계. 그녀의 사소하지 않은 열정을 만나다.



 주인공 미란은 체육대회 단체 줄넘기를 연습하다가, 자꾸만 줄에 걸린다. 연습을 감독하던 담임선생님은 더 잘하는 반 친구와 그녀의 자리를 바꾸기를 원한다. 순식간에 그녀의 자리를 뺏겨버린 미란은 더 잘할 거다, 연습해오겠다고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미란은 매일같이 줄넘기 연습을 한다. 이전보다 그녀의 실력은 빼어나게 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단체 줄넘기의 걸림돌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그녀의 종목을 바꾸라고 권유하다, 이내 화를 낸다. 선생님의 눈에 미란의 줄넘기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탓에 반 친구들은 좋은 줄넘기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고, 이는 곧 체육대회 전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줄넘기는 과연 ‘고집’이었을까. 미란의 세계에서 줄넘기는 분명 ‘열정’의 조각이었을 것이다. 10대 소녀인 미란의 세계는 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학교,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학교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욕심들. 학교가 전부인 10대 소녀에게 그것은 동시에 그녀의 세계가 된다. 그 속에서 단순한 ‘줄넘기’라는 행위는 학교 내에서-그 세계의 중심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된다. 그녀가 매일 밤 줄을 넘을 때, 좌절했던 그 날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비록 타인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넘기’일지라도, 그녀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넘어야만 하는 가장 열정적인 행위-‘열정의 끝’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없는 단체 줄넘기와 체육대회가 시작하면서, 줄넘기에 대한 열정은 ‘끝’이 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없이 줄을 넘으려고 했던 미란이라면, 또 다시 그 좌절의 벽을 넘어서는 열정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그것이 소녀가 소녀 자신의 세계에서 나아갔던 법이기 때문이다.


 <집에 오는 길>, 20대 그들의 세계. 일상적인 것들에 치여 사는 그녀의 세상을 사랑하다. 



 서울에는 수많은 단칸방이 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 단칸방에서 청춘을 시작했던 세대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있다. 대학은 졸업했고, 새로운 일자리도 구했지만 여전히 단칸방 인생이다. 이렇게 사는 청춘이 이 집, 저 집 서울의 야경을 채우는 불빛만큼이나 가득하다. 

 20대 주인공의 삶은 그 청춘의 삶 중에 하나의 모습이다. 팍팍하다. 작은 방에서 시작해서, 더운 날 볕 아래서 인형탈을 쓰고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다. 출근길에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닥친다. 타인의 시선에서 그녀의 삶은 어쩌면 초라할지도 모른다.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는 그녀는 취업난 속에서 마케팅이라고 말하는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다. 꿈은 한 뼘 접혔고, 그럼에도 아등바등 살아가야만 하는 서울이라는 땅 위에서 그녀는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내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영화를 보고서 10대에 꿈꾸었던 20대의 모습은 어땠을까. 주인공에게도, 내게도 묻고 싶어졌다. 아마 지금의 모습보다는 더 위풍당당하고 화려한 삶이었을 것 같다. 10대 시절 책상 앞에서 꿈꾸던 것들을 직접 이루어내고, 주목받는 멋진 어른. 그러나 잘 알고 있다. 내 삶이 그렇지 않은 것을.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쓰고 나면, 모아둘 푼돈 하나 없이 한 달 한 달을 지내 가는 삶, 취업 준비에 막막해서 미래를 그려보기 힘든 삶. 

 그러나 주인공은 그 날 일상을 마치고서, 들어선 집에서 말한다. “그래도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해.” 타인의 눈에는 빛나지 않는 것들만 가득한, 치열한 우리네 20대의 삶을 그녀는 포근히 쓰다듬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허물을 벗은 그녀의 말이었다. 출근길 사람 가득한 서울의 지하철도, 더운 날 고생에 살이 빠져서 일석이조가 되었다는 그녀의 일자리도, 단칸방 작은 그녀의 공간도 사랑한다고. 

 처음 20대의 삶을 만났을 때, 그녀도 그 때의 나만큼이나-혹은 그보다 더 크게 좌절했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10대의 우리들이 꿈꾸어왔던 세상과 실제 세상은 너무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 꿈의 한 꺼풀을 벗겨내고 만난 삶과 보금자리는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만큼이나 소중하고, 아리도록 아름답다. 

 그것은 그녀의 삶이고, 동시에 우리네 20대의 삶이다. 10대의 당신이 끝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데에 열정을 쏟았다면, 한없이 달려온 20대의 당신에게는 따뜻한 위로 한마디를 던져도 좋을 것 같다. 이젠 자신의 세계를 충분히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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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모녀관계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해

결혼 전날엄마와 딸의 하룻밤 <결혼전야> -

                                                                                                   이진주



나 시집가는거 아니야결혼하는 거야!


 결혼 전날 밤엄마는 딸이 가난한 연극배우에게 시집을 간다며 걱정을 늘어놓는다딸도 돈이 안 되는 연극을 하니남편은 제대로 된 직장이 있어야 한다며 잘나가는 과거 애인의 안부까지 물으며 다소 아쉬워한다하지만 딸은 서로 좋아하는 일 그만둘 거면 그깟 결혼을 왜하냐며 소리친다사실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렇지 못한 부부특히 여성들이 많다결혼 후혹은 아이가 생기면 원하든 원치 않든 직업을 버리거나 이직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다물론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지만 정말 본인을 위한 결정인지는 의문이다.또 딸은 시집가는거 아니야결혼하는 거야!”라고 엄마의 말을 정정하는데두 단어가 의미하는 차이점은 아주 극명하다. ‘시집은 여자가 남편의 집으로 출가한다는 여성차별적 의미로엄마의 품을 완전히 벗어나는 뉘앙스이다반면에 결혼은 남녀가 동등하게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엄마의 딸로 남으면서 단지 독립한다는 뉘앙스이다딸은 엄마의 품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아직도 가부장적인 사회인식으로 인해 결혼을 시집으로 여기는 어른들이 많다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유리천장으로 고통 받는다우리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어 여성인권을 주장하고 고백한다면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아실현을 구애받는 일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앞으로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시집이 아닌 본인을 위한 행복한 결혼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엄마를 홀로 두고 떠나는 마음

 엄마는 딸에게 닭을 먹이면서 닭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엄마와 부담스러워 하는 딸은 계속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엄마는 다시는 안 올 것처럼 짐을 싸는 딸이 조금은 섭섭하지만 최대한 티를 안내려고 담담한 척을 한다딸도 그 마음을 알기에 본인도 감정을 숨긴다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마음과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복잡한 마음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떠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섭섭하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한없이 죄송스럽다한편으로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당연한 존재엄마이기 때문에 내가 떠나도 잘 지내실거라는 합리화도 있을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저마다의 이유로 집을 떠나는 남성의 경우에도 애틋한 마음을 공감하며 관람 할 수 있을 것이다개인적으로는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가 생각나서 자꾸 눈물이 났다외할머니가 비교적 일찍 돌아가셨는데엄마가 결혼할 때는 영화에서처럼 든든한 지원군 없이 외롭게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가장 밉고도가장 사랑하는 존재

 딸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답답할 정도로 지고지순하고 참고만 살아가는 엄마를 닮지 않으려고 결심했지만어느새 엄마와 너무나 닮아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이렇듯 모녀관계는 서로가 닮았기에 더 슬픈 관계이다극중에서도 엄마는 혹시나 사위가 바람기 많았던 남편처럼 될까봐 서방에게는 닭 날개를 주지 말라고 당부하고이혼한 언니가 줬다는 한복을 뺏으며 부정 탈 것을 염려한다같은 여자로써 엄마는 딸이 과거에 본인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야단치지만딸에게는 잔소리로만 들린다서로의 어긋난 애정방향 때문에 가장 밉기도 하지만,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동시에 가장 사랑하기도 한다가끔은 우직한 엄마의 존재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내가 쓰러질 때마다 잡아주는건 그 버팀목이라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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