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되기 위한 투쟁>

현경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여성의 몸”에서 산다는 것은

2차성징이 시작되고 “여성으로서” 보여지기 시작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나에게 여성으로 보여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꽤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어른들은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성역할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옷을 입을지, 밤길에 어떻게 걸을지 고민해야 했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나의 허술한 행동거지가 ‘성폭력’이나 ‘매’를 불러올 것이라며 ‘저주’했다. 그리고 하루도 끊임없이 보도되는 성범죄 사건과 여성 살해 사건들까지, 그즈음부터 ‘여자의 몸은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여성의 몸에서 산다’는 것은,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며 내 몸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지리스탄에서 “여성의 몸”에서 산다는 것은

파키스탄의 탈레반 주둔지역인 와지리스탄에서 태어난 마리아는 스쿼시 선수다. 그는 와지리스탄의 여성에겐 금지된 스쿼시에 몰두한다. 남자인 척하며 비교적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나, 뛰어난 실력 때문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주목받음과 동시에 여자인 것이 알려졌고 16살 때 탈레반으로부터 첫 살해 협박을 받는다. 그가 그의 땅에서 안전하게 스쿼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영화 속에서 마리아가 편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두 가지 상황에서만 볼 수 있다. 캐나다와 파키스탄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이다. 그러나 와지리스탄에서 마리아는 시종일관 긴장 속에 놓여 있다. 살해 협박 때문에 간헐적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고 총을 쏘는 방법도 배워야 했다. 그가 잘못한 것은 단지 여성의 몸으로 와지리스탄에서 스쿼시를 기깔나게 잘했다는 것뿐이다. 그는 살해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몸과 재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와지리스탄의 부모들은 여자아이들에게 ‘마리아’ 또는 마리아의 정치인 언니인 ‘아예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고 한다. 그들이 금기를 깬 덕에, 와지리스탄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여성으로 보여지는 이상, 삶 속에서 긴장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저주받은’ 몸을 넘어, 마리아와 아예샤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습은 전율을 일으킨다. 그들은 여성의 몸에 덧씌워진 온갖 저주와 협박을 이겨내고 살아남아, 결국 여성의 몸이 아닌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려 한다. 공포를 이겨내고 내 몸을 믿을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싶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그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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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FGM부터 한국의 여성기성형수술까지

-영화 <자하의 약속> 피움톡톡-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리사, 지현



9월 16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자하의 약속>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FGM(여성기훼손)부터 한국의 여성기성형수술까지”를 주제로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재재가 진행을 맡았고,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정원이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하였다.




영화 <자하의 약속>은 여성기훼손(Female Genital Mutilation, 이하 FGM)이라는 악습에 반대운동을 하는 자하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자하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하는 아동 결혼으로 가게 된 미국과 자신의 고향인 감비아에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침묵의 문화인 FGM의 실상을 밝히고 더는 지속되지 않도록 맞서 싸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율권을 되찾기 위해 뿌리 깊은 여성 억압에 저항하는 자하의 삶과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의 아프리카예요.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딸과 자매와 어머니를 위해서 합니다. 

오로지 그뿐이에요”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자하에게, 그리고 그녀의 용기와 의지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 속에서 피움톡!톡!이 시작되었다. 진행을 맡은 재재는 <자하의 약속>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며, “소위 제1세계에서 FGM에 관한 영화가 많이 나오지만 FGM을 선정적이거나 타자화된 시선으로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선정을 하지 못했는데,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의 관점에서 구성된 점이 좋아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 관객도 “이제까지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서, 이 영화가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울컥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용기를 낸 자하를 보면서, 그리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간에 행동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뿌듯했고 경이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자하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다가 목표가 실현되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 쾌감을 느꼈고, 활동가들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인권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사안을 둘러싼 사회, 문화적 맥락과 ‘당사자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본 영화는 이슬람 종교를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하는데, 자하는 “나는 내 가족과 종교를 사랑하지만, FGM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맞다”라고 단언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말한 관객의 소감에 다른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FGM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슬람 문화권인 국가에서 FGM이 풍습이 아닌 곳도 많다. 특정 종교, 혹은 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팽배하고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인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자하는 FGM 수술을 받을 때, 피해자들이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피해 당사자의 맥락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관객은 “이 영화를 보고 와 닿는 게 너무 크고, 이를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비당사자로서 피해 당사자를 타자화할 것이 우려된다”며, “한국에서도 여성기 성형수술이 흔히 있고, FGM과 강도는 다르겠지만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데 어떤 연관점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이것은 살짝 다듬은 것이 아닙니다. '절단'입니다. 저는 클리스토리스를 절단당했습니다."


‘색깔이 검고 비대하게 늘어난 소음순’을 작고 예쁘게 고쳐준다는 성형수술 광고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정원 위원장은 이 같은 성형광고들이 할례를 완곡한 어법으로 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수술로 만들어진 성기의 모습은 미숙하고 털이 없고 핑크색의, 마치 유아적 이미지에 가깝지 않나. 남성의 취향에 맞게 성기를 절제한다. 당연히 의학의 관점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 질염의 위험이 높고 성관계 시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에 재수술을 원하는 여성 환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래서 FGM은 낯선 대륙이나 어떤 종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은 그 모습만 조금씩 다를 뿐 어느 문화권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결국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란 단지 남성을 유혹하는 목적이 내재된 오브제로 통한다. 자하의 투쟁은 자신의 몸이 오브제가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 속해있다는 외침이다.




이야기는 몸의 권리에 대한 기나긴 투쟁, 낙태죄 폐지 운동으로 이어진다. 윤정원 위원장은 과거 의대 재학 시절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들을 고발한 사건을 언급했다. “산부인과로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임신중절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직업 활동에 있어 내 신념을 지키는 것이 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윤 위원장은 과거 FGM 피해여성의 치료를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는 생각을 했던 적 있지만 한국에도 낙태죄 폐지 등 여성보건과 관련하여 할 일이 많아 가지 못했다며, 다가올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International Safe Abortion Day)’을 맞아 다음 날 29일 종로일대에서 진행하는 형법 제269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를 알렸다.


자하와 ‘Safe Hands For Girls’의 움직임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향하고 있다. 2020년까지 아프리카 연합(AU)에 결의안을 통과시켜 대륙 내의 모든 국가가 FGM을 불법화하는 것이 목표다. FGM과 낙태죄,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율성의 침해에 저항하는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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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우리는 ‘혼자인 채로 함께’

좋은 부모 대소동/ 레즈비언, 카메라, 액션/ 미세스 맥커쳔 피움톡톡 이야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석희진


9월 16일, CGV 압구정 아트하우스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상영작 《좋은 부모 대소동》, 《레즈비언, 카메라, 액션》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젠더학 연구자 유화정이 출연하고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정이 진행을 맡았다. 연구자 유화정은 미국 퀴어 영화가 발전해 온 역사를 간단히 언급하며 피움톡톡의 서문을 열었다. 또한 90년대의 퀴어인권영화가 이성애중심주의 사회 안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면, 현재는 일상을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삶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서사가 변화하였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We are good parents! 우리는 너무 좋은 부모야! 

좋은 부모 대소동은 인권감수성을 겸비한, 진보적 가치관을 지닌 부모가 딸에게 ‘이성애 중심주의적’ 가치관을 무의식중에라도 강요한 건 아닐까 우려하는 모습을 묘사한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는 유쾌한 묘사를 통해 웃음과 함께 우리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도록 만든다.


피움톡톡에서는 미디어 속의 다양한 성소수자 모습에 대한 재현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본 영화처럼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주는 다양한 표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모습의 재현 그 전에 퀴어-레즈비언을 주제로 한 미디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미세스 맥커쳔

미세스 맥커쳔(토마스)은 자신이 잘못된 몸을 갖고 태어났다는 생각에 휩싸여있다.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며 지내왔지만 새로운 학교에서 개최되는 댄스파티를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 이는 학교 선생님과 어머니 그리고 친구 트레버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위계의 승리자가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위계질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폭력일 수 있다는 고민와 깨달음을 주는 영화이다. 


피움톡톡에 참가한 한 관객은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트레버가 미세스 맥커쳔을 ‘여성’이라 생각하고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며, 자신도 통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전했다. 영화 말미의 트레버가 친구로서 ‘온전한 모습’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미세스 맥커쳔의 정체성이 구체적으로 호명되지 않은 것도 많은 여운이 남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로의 대답이 된 기록들  

《레즈비언, 카메라, 액션》의 방점은 ‘기록의 중요성’에 찍혀있다. 이 영화는 하위문화에서 시작된 퀴어-레즈비언 영화의 제작자, 평론가들의 이야기이다.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퀴어영화의 역사와 제작 과정, 그리고 퀴어인권운동의 의제와 함께 발맞춰 발전해온 역사를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담아냈다. 

연구자 유화정은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드라마 ‘L Word’를 언급하며 그 드라마를 통해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모델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경험을 나누었다. 따라서 미디어는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재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매체라는 것을 강조하였고, 이와 같은 예시가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활동가 정 역시 이러한 드라마가 없었다면 개인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감상을 전했다.  


피움톡톡의 열띤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 관객은 ‘레즈비언 에티튜드’,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실제 한국의 퀴어-레즈비언영화는 제작이 미국에 비해 활발하지 않고 상업영화 역시 손에 꼽기 때문이다. 때로는 퀴어에 관한 왜곡된 시선을 주입시키기도 한다. 이에 연구자 유화정은 실제로 한국 퀴어-레즈비언 영화의 제작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영화의 상업성이 보증되어야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미국 역시 시장논리의 필요성에 의해 퀴어영화가 보급된 역사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퀴어인권운동의 역사가 발전하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속에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던져야 하는 물음들

연구자 유화정은 자신이 가장 감명 깊게 느낀 구절을 공유하며 피움톡톡을 마무리하였다. ‘백인 이성애자 남성들이 어디서든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성애가 자연스럽고, 그러한 모습이 영화, 드라마 등 어디든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 된 것이고, 성소수자는 강제적 이성애 규범을 강요당하는 현실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영화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였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무력한 물음 앞에서, 세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기억해야하고 이러한 노력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제시해주는 작품이었다. 또한, 페미니즘이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 시작된 움직임이라면, 적극적인 연대가 서로에게 대답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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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성평등을 연주해줘>

불협화음이 들리는 음악 시장, 그 안에서 평등을 연주하는 여성들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리사, 정재인


 여성 프로듀서나 엔지니어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름은 거의 없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로, 미국 음악 시장에서 여성 프로듀서는 5% 남짓에 불과하고, 엔지니어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기 때문이다. <성평등을 연주해줘>는 음악 시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현실과 원인을 추적한다.


음악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다루는 <성평등을 연주해줘>는 9월 16일 오후 12시부터 CGV 압구정 아트하우스 ART3관에서 상영되었다. 상영 후에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정민아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음악 시장의 성차별에 관해 이야기하는 피움톡톡도 진행되었다.


<성평등을 연주해줘>가 다루는 미국·캐나다의 상황과 한국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 스크린에 뛰어들어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상황이 비슷하다"는 말을 했고, 정민아 싱어송라이터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양상은 비슷하고, 특정 음악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전 세계의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음악 활동을 하거나 한 적이 있는 관객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신입생 때 락밴드에서 베이스를 했는데, 선배가 '여자 베이스는 말라야 한다'며 다이어트를 강요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성평등을 연주해줘>라는 영화가 매체를 통해 문제를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는 의견에도 많은 사람이 긍정했다. 한 관객은 "각 직업군에서 여성의 차지하는 비율이 낮음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영화"라는 소감을 전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문제의식 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년 전에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여성의 비율에 대해 통계를 낸 적이 있는데, 수치를 보면서 원래 존재하고 있던 문제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인식하는 것이 참 커다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현상에 관해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3~4년 전만 해도 여성 아티스트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것 아닌가'하는 거부감이 들었다"며 지금은 "더 많은 여성이 음악을 하고, 그 음악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선순환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경험을 소개했다. 더불어 현재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밝힌 관객은 "많은 여성 뮤지션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여성 뮤지션들이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바로잡는 노력이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성평등을 연주해줘>에서는 음악 시장에 만연한 성차별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된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대중음악상 통계 이후 선정위원에서 여성의 비율이 약 두 배 정도 증가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인식 이후에 변화의 시간도 분명히 있었고,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아주 천천히,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다. 정민아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역시 "만연하게 스며들어있는 여성혐오를 인지하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던 시대에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고, 다음에는 또 다른 영화를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언젠가 여성 아티스트를 매니지먼트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소감을 밝힌 관객의 소감을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대가 중요한 만큼 우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피움톡톡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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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한국여성의전화

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우리‘의 약속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자하의 약속> 리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김지현


<자하의 약속>은 ‘여성기훼손(Female Genital Mutilation)’이라는 악습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는 자하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하는 세상에 나온 지 2일 만에 여성기훼손을 당하고 15살의 나이에 중년 남성과의 강제결혼으로 뉴욕에 끌려간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고통과 후유증, 그리고 폭압적인 결혼생활. 결국 자하는 첫 번째 결혼으로부터 탈출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10년 뒤, 자하는 그녀 자신과 같이 여성기훼손을 당한 여성들의 삶을 파괴하는 악습을 중단하고자 고향인 감비아로 돌아가는데... 영화 <자하의 약속>은 자하의 진술을 통해서 그녀의 삶과 가족에 대한 기록으로 전개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주권을 되찾기 위해 뿌리 깊은 사회적 억압과 맞서 싸우는 자하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다. 


여성기훼손, 관습인가 악습인가

여성기훼손(FGM, Female Genital Mutilation/Cutting)은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여성기훼손은 주로 15세 이하의 여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유니세프(2018)에 따르면 하루에 6,000명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며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30개국에서 최소 2억 명의 여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그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 여성기훼손은 심각한 통증과 함께 지속적인 출혈, HIV, 요도감염, 불임 등의 부작용을 겪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여성기훼손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종교적 오해이다. 이슬람 국가 전체가 여성기훼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반대로 여성기훼손을 실시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종교와 상관없이 이를 전통으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여성기훼손이 지역적, 문화적 요인들의 결합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여성 억압의 실천이라는 의미이다. 단지, 여성의 ‘올바른’ 결혼 생활을 위해서 순결을 보존하고, 외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종교 교리에서도 여성기훼손을 강요하지 않음에도 이는 지역사회를 지배하는 강력한 사회, 문화적 규범으로 작동한다. 혹은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또한 많다. 


특히 이것이 지역적 문화로 자리한 국가에서는 시술 과정 또한 매우 문제적이다. 주로 동네에 절제술을 집행하는 나이 많은 여성들이 있는데, 이들은 마취 없이 녹슨 면도칼이나 주사기를 재활용한다. 여성기훼손 관습 국가들의 경우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또한 매우 낮아 위생과 이후의 질병, 증상들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악습이자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여성기훼손은 처녀성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종교적, 문화적 억압이다. 이는 재생산을 목적으로 한 성관계마저 평생 고통스러운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사람들은 여성기훼손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여성의 결혼이나 집안의 사회적 지위에 타격을 우려하여 이를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 종교적 명목뿐만 아니라 오랜 관습을 따르기 위한 문화로서, 혹은 미적인 이유로도 여성기훼손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예를 들자면, 서울 시내를 비롯한 인터넷 광고 배너에는 ‘꽃잎’수술, ‘이쁜이’수술이라고 적힌 소음순 성형, 질 성형이 꽤 많이 등장한다. 성적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생식기의 미용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한국의 ‘성형’문화와 더불어 여성이 일상적인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어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준비된 ‘아름다움’을 간직해야한다는 것 이상이 아니다. 이는 여성기훼손, 혹은 수술이 멀리 있지 않으며, 가부장제의 폭압이 여성의 생식기에까지 번진 것이기 때문에 ‘후진’ 문화권 혹은 ‘개발도상국’으로 지칭되는 지역만의 일이 아니며, 문화적 타자화를 경계해야 한다.   

여성기훼손은 조혼을 부추긴다


여자 어린이가 성기 절제술을 받고 나면 전통∙문화적 관점에서 ‘여성’으로 받아들여진다. 법적 성인 연령과는 무관하게 피해 여자 어린이/청소년들은 강제적으로 조혼을 하게 되고 조기 임신과 출산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며,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학업을 중단해야 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교육권을 박탈당한다. 이는 여성기훼손과 조혼이라는 악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독립할 수 없게 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과거 한국에서 ‘여성은 낫 놓고 ㄱ자도 몰라야 한다’며 글을 읽고 쓰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게 했던 것과 같이 여성을 문화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여성기훼손, 조혼, 여성의 교육권 박탈로 이어지는 관습들과 이를 지속시키는 비논리적인 설명들은 여성을 가부장제에 종속시키는 폭력이자 인권 유린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나이로비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찰스 올릉가는 “여성기훼손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처녀성을 강조하고, 여성들이 ‘진정한 여성’으로 성숙하기 위해서 스스로 여성기훼손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불평등한 결혼은 강조하지 않는다”며 여성기훼손과 조혼의 강력한 연관성을 설명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가부장제의 폭력에 대해서 비판했다. 일련의 장치들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억압의 산물이자 현재진행형의 과정이다. 



‘우리’의 약속

자하는 여성기훼손 반대운동 단체인 “Safe Hands For Girls”를 설립하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감비아의 여성기훼손 금지법 제정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감비아 전체에 더 이상 여성기훼손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청소년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기훼손에 대한 논의가 국가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논의하게 함으로써 이를 지속하게 하는 오해와 지식들이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여아와 여성청소년들의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 미국 커뮤니티에서 아프리카계 이민자 및 난민 소녀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미래에 대한 선택을 현명하게 내릴 수 있도록 교육 지원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자하는 이런 노력들로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선정되었으며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의 산 증인”, “감비아에서 실질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에 놀랍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국가 등장 이후, 시공간을 초월하여 여성의 성과 재생산에 대한 권리는 단 한 번도 여성 자신의 것인 적이 없었다. 국가와 가부장제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여성을 체제 내에 종속시키는 방식으로 결탁하여 자가 생식한다. 여성에게 순결함과 처녀성을 강요하는 것에서부터 비혼 임신과 비혼모에 대한 낙인, 임신중절 불법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악마화, 인구관리를 위해 여성의 몸을 이용하는 것까지. 하지만 여성의 몸은 더 이상 성적 대상화, 기계화, 혹은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자하의 약속>은 자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절실함이다. 더불어 생존자 모두의 굳건한 의지이자, ‘우리’의 딸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싸움이다. 자하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공론화하고, 성과 재생산의 권리가 여성 스스로에게 있도록 싸운다. 이 싸움에 함께 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하의 놀라운 싸움이 궁금하다면 <자하의 약속>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리고 함께 외치자. "My body, My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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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최선을 다하는 멋진 여성들 

 <면도>, <미나>, <명호>, <증언>, <셔틀런>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정재인


<면도>, <미나>, <명호>, <증언>, <셔틀런> 속에는 강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면도>에서는 '수염난 여자'와 '착한 여자'라는 강박에 적극적으로 싸우는 민희가 주인공이다. 민희는 결국 면도를 하다 상처를 내고, 처음 수염난 여자에 대한 언급을 한 회사의 상사와 착한 여자니 모든 일을 용서해줄 것이라 믿는 전  애인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미나>에서는 8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미나가 등장한다. 가해자의 가족들은 미나에게 용서를 해줄 것을 종용하고, 미나 역시 이들에게 미나 나름의 방식의 표현을 한다. <명호>에서는 56세의 '명호'라는 여성이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강압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증언>에서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회사의 대리님으로부터 부장님의 성추행에 대해 증언을 부탁받은 혜인이 등장한다. 새로 면접을 보게 될 회사의 평판조회라는 강박에서 대리님을 도울 지에 대해 혜인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셔틀런>에서는 체육선생님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벼리가 등장한다. 벼리는 체육선생님께 잘보이기 위해 체력장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하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섯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여성들을 9월 15일 오후 12시 여성인권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다섯 편의 영화 <면도>, <미나>, <명호>, <증언>, <셔틀런>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셔틀런>의 이희선 감독, <명호>의 김샛별과 김윤정 감독, <증언>의 우경희 감독과 함께 강압에 저항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다섯 영화들에 대해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었다. 


감독들이 가장 처음 받게 된 질문은 '어떤 계기로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인지 였다. 다섯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어디쯤에 존재할 것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얻는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한 것이다. <증언>의 우경희 감독은 "영화에서의 모습은 아니지만, 회사에 다닐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퇴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려했지만 다른 직원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았던 경험을 보고 만들게 되었다"고 말하며, "편집을 할 때 쯤 미투 운동이 일어나서 기분이 더 묘했었다."라는 경험을 밝혔다. 실제로 우경희 감독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의 피드백을 받을 때, 일부 동기들이 주인공 혜인의 고민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고민이 당연해지고, 사회가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는 소감도 밝혔다.


'명호'라는 56세의 여성을 중심으로 독특한 구성을 보이는 <명호>는 페미니즘 교육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독특한 구성을 취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명호>의 김샛별 감독은 "나의 엄마인 명호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에서 이 영확 나왔다"고 밝히며 "아들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어진 '명호'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의 삶이 어땠을지 생각해보고, 지금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 모두가 '명호'라는 이름아래 처해있는 환경이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독특한 구성을 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영화를 통해 명호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소감도 밝혔다. 


상영되었던 다섯 편의 영화 중 가장 어린 주인공의 풋풋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셔틀런>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셔틀런>은 십대 청소년의 퀴어영화 중 가장 다루어지지 않은 초등학생에 대한 퀴어 영화이다. 이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 감독 역시 "공동 연출자와 함께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라는 이야기를 했고, "십대 청소년 퀴어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지는 고등학생보다는 아예 다루어지지 않는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살아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라는 논의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여자 아이가 운동을 하는 이미지 역시 다루어보고 싶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흔치 않은 초등학생의 퀴어 영화인 만큼 <셔틀런>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벼리가 정체성을 자각한 것인지, 아니면 선생님에 대한 단순한 사랑인지 궁금했다"라는 질문을 했다. 이희선 감독은 "벼리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레즈비언인지, 바이섹슈얼인지 명확하게 깨달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출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며 "벼리는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하며 선생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는 벼리의 시점에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을 했다"고 밝혔다.


네 명의 감독 모두 여성을 다루는 차기작의 계획을 밝히며 GV는 마무리되었다. 다섯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 모두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이 가진 문제들과 싸워나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이 사회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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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그때 그 아이는

- <밤이 오면> 피움 톡톡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기기자단 지현, 은기

 

915,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 <밤이 오면>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그때 그 아이는, 어떻게 그 시절을 보냈을까를 주제로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정(이하: )이 진행을 맡았고,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한상희(이하: 한상희 회원), 영화감독 겸 작가 홍재희(이하: 홍 작가)가 참석하였다.

 

영화 <밤이 오면>은 가정폭력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18살 앤젤과 그의 동생 10살 애비게일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두 자매는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살해 현장의 목격자이다. 엄마의 죽음 뒤 남은 두 사람의 삶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이들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 역시 부재한다. 가해자인 아빠에 대한 복수와 이해도, 사건에 대한 망각과 치유도 오롯이 둘의 몫이다.

 



우리의 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많은 관객이 피움톡톡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앤젤과 애비 앞에 놓인 막막한 현실 앞에 관객석에선 울음을 삼키는 소리와 침묵만이 흘렀다. 누구도 쉽게 말을 내뱉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정이 질문을 던졌다. “앤젤이 보냈던 두 번의 밤처럼 우리에게도 잊을 수 없는 쓸쓸했던 밤의 기억이 있을까요?”

 

홍 작가는 앤젤도, 애비게일도 모두 자신이었다고 대답했다. 이제는 어린 시절 겪었던 가정폭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그날, 그 밤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이야기 했다. 한상희 회원은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욕을 내뱉은 밤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나의 세상이었고, 나의 울타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깨진 밤이었고, 세상이 산산조각 난 밤이었다고 답했다. 정은 홍 작가와 한상희 회원의 답에 우리 모두가 앤젤이고 애비인데요.”라고 말을 이었다. 관객들이 앤젤의 삶을 목격하며 가슴 아파하고, 밤거리를 혼자 걷는 앤젤을 보며 조마조마 했던 건 앤젤이 겪었던 그 밤을 우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가부장의 실업은 경제적인 무능력과 사회적 지위의 추락으로 인식된다. 그 속에서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이 하는 일은 가장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가정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이는 가부장제 의식을 가진 남성이 가족을 자신의 부속물로 삼고, 상실한 사회적 지위를 스스로 벌충하는 방식이다. 가해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의 일상은 파괴되었고, 영화 속 아버지의 대사처럼 어쨌든 그 일은 벌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정은 복수, 이해, 단절 등 폭력 피해 이후를 해석하는 다양한 형태의 이름들과 각자의 방식들이 존재한다.”고 운을 떼었다. 주인공 앤젤은 복수를 선택했고, 분노가 그녀를 추동한 결과 앤젤은 총을 든다. 홍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청소년기라는 성장과정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앤젤의 복수가 이성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 영화의 감독이 여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재현함으로써 원흉, 즉 가해자를 제거하는 것이 불행의 끝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밤이 오면>은 수많은 앤젤들을 재현한다. 각자의 사건들을 해석하고 극복해나가는 방식이 다른 점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라는 하나의 예술이자 문화가 또 다른 치유의 방법이 된다며 위로를 건넨다.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 속에서 쓸쓸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 일이 있고 난 이후에도 살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를 살아내면서 문득 과거로 돌아가는 날이 있을 테지만, 삶을 포기할 수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젤의 생명력이 닿는 곳은 동생 애비게일이다. 외모에 관심이 커지고 첫 월경을 시작한 애비게일에게 앤젤은 무심한 듯 손을 먼저 내민다. 애비게일은 자신을 홀로 남겨둔 앤젤을 미워하면서도 나도 데려갈 거야?’라고 물으며 언니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앤젤와 애비게일이 함께 해변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은 관객을 울렸다. 앤젤이 나 아빠 닮았어?”라고 묻고 애비게일은 아니, 안 닮았어. 언니가 최고야라고 답하는 장면은 산산조각 난 그들의 삶을 다시 살려주고, 그렇게 두 자매는 다시 연결된다. 그리고 앤젤의 복수는 계획과 다르게 끝이 난다.

무수한 을 지내온 세상의 수많은 앤젤과 애비게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야 한다. 정은 피해 이후에 그것을 해석하는 어려운 시간과 과정을 통해서 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관객은 과거, 현재, 미래의 앤젤과 애비,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많은 모델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그들이 살아남길 바랄 뿐이라고 간절한 응원을 전했다. 한상희 회원은 주인공 앤젤의 이름이 영화의 취지에 부합하는 느낌이라며, “주변의 앤젤들 덕분에 잘 살아왔다. 가족이 가장 안전한 공동체가 되지 못하는 경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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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10대 여성, 지금 여기서 변화를 만들다

 - <생리 무법자> & <페미걸즈> 피움톡톡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김지은


  9월 15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인 <생리 무법자>와 <페미걸즈>의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은총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진행한 이 날 행사의 주제는 ‘10대 여성, 지금 여기서 변화를 만들다’였다. 출연자로 함께 한 김주연(이하 김 활동가), 탁지인(이하 탁 활동가) 용화여고 스쿨미투 활동가들은 스쿨미투 당사자이자 10대 여성으로서 겪은 사례들을 공유하며 현장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주었다.




  <생리 무법자>와 <페미걸즈>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차별적인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10대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생리 무법자>의 주인공 리안은 월경용품을 유상으로밖에 얻을 수 없는 학교의 시스템과 월경에 대한 사회적 터부에 대해 재치 있으면서도 강한 반기를 든다. <페미걸즈>에 등장하는 다섯 국가, 다섯 명의 10대 여성들 역시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차별과 폭력에 대항한다.



우리는 #스쿨미투 를 한다

  피움톡톡 현장은 두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활기가 넘쳤다. 용화여고 스쿨미투 활동가들은 가해 교사들이 징계까지 받게 된 과정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해당 스쿨미투는 졸업생들이 조직한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가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 사건들을 폭로하며 시작되었다. 재학생들은 포스트잇 운동 등을 통해 이러한 졸업생들의 미투에 함께 연대했다. 탁 활동가는 포스트잇을 붙일 때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했다. 김 활동가 역시 “학교에서의 성폭력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당연히 지지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관객들이 여러 질문과 소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관객은 “입시나 진로문제 등이 걸린 고등학생으로서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를 내준 것이 참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활동가와 탁 활동가 모두 용화여고의 스쿨미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일례로 학생들이 창문에 붙인 포스트잇을 통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에 지지를 표명한 후, 생활지도부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운운하며 학생들에게 겁을 주었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분란을 일으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붙인 포스트잇이고, 누구도 이러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포스트잇 운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김 활동가는 “나중에라도 또 이런 부당한 일이 생긴다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연대해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움톡톡 자리는 한 관객이 김 활동가와 탁 활동가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큰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최근 성폭력 사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불문하고 터져 나오고 있지만, 학교 당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활동가들은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용기를 내어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친구들의 응원과 시민단체의 연대 덕분이었다고 전했으며, 관객들에게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길 부탁하였다. 특히 용화여고 스쿨미투의 경우 교육부 징계결과가 나오긴 했으나, 가장 심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법적인 고소를 진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12월에 있는 재판이 정의로운 결과로 끝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아직도 ‘스쿨미투’라는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전국 수많은 학교들에서 자신들이 겪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폭로하는 10대 여성들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시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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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증거다

피움뷰어 2018.09.15 04:06

내가 증거다


한국여성의전화 8기 기자단 우정

우리가 마음 편히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것은 사법 제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를 피해로부터 지켜주고 가해자는 체포해 격리시키리라는 믿음 말이다. 하지만 밝혀진 현실이 반대라면? 이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은 강간범이고 피해자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조그만 박스 위의 숫자로만 남아 다 쓰러져가는 창고에서 잊혀 가고 있다면? 상상조차 두려운 현실이 지금 자유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주일이면 범인을 잡겠다고 생각했어요.”


성폭력을 신고하는 여성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가해자의 DNA를 채취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몸에 닿는 차가운 도구들을 몇 시간씩 견뎌내고 나면 오히려 자신을 의심하는 수사관들의 모욕적인 질문들이 이어진다. 그 모든 과정을 꿋꿋이 마주하는 여성이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미국 전역에서 생존자들의 증거 키트들이 연 적도 검증된 적도 없는 상태로 40만 개가 넘게 발견된 것이다. 그 키트들 중의 일부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고 파기된 키트들 중에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까요.”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증거 키트들에 대해 가장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원인은 재정과 인력의 부족이다. 하지만 부족한 자원을 배분할 때에 ‘뒤로 밀려난’ 사건이 어째서 성폭력 사건이 되었는가? 발견된 경찰 보고서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강간당한 피해자를 묘사할 때 주로 ‘진짜’ 피해자와 ‘진짜’ 강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피해자는 성적으로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해 지칭하며 ‘믿을 수 없다’거나 ‘아직 알 수 없다’고 보았다. 현실은 면식범이나 가까운 사람에 의한 강간 피해가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피해자의 행동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경찰들은 자신이 기대하는 ‘피해자상’에 들어맞지 않는 여성을 믿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쌓여가기만 하는 증거 키트들은 강간이 계속 일어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뒤늦게 검증한 키트들에서는 여러 사건에 겹쳐지는 동일한 DNA들도 수천 개 발견되었다. 강간범은 많은 경우 연쇄 강간을 하기 때문이다. 검증하지 않은 증거는 가해자를 풀어두었고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경찰이 여성의 말을 믿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동안 여성들은 끊임없이 강간 피해에 노출되고 신고를 포기하고 가해자가 보복할 거라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숫자 말이에요. 나도 그중 하나예요. 그냥 숫자가 아니라 바로 여기 있는 나.”


누군가가 마음속에서 지워버린 피해자의 모습은 현실에서도 지워진다.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은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서류와 상자들 위의 숫자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검사 킴 워디는 숫자를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살려내는 키트 검증 작업을 시작한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침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생존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되찾는 모습을 확인해보자. <내가 증거다>는 9월 15일(토) 오후 5시 35분, 9월 16일 2시 15분에 여성인권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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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

일상에서 용기를 내는 당신에게

- <연수의 자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유연기> GV 현장 -


한국여성의전화 8 기기자단 은기


9월 14일,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제12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섹션에 출품된 <연수의 자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유연기>의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연수의 자리>의 박수연 감독(이하: 박감독)이 참석했고, 윤현숙 YTN 문화부 기자(이하: 윤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각자의 자리

직장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연수(김영선)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은 <연수의 자리>, 평범한 사람들의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하는 연대의 힘을 강조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엄마의 자리에 놓이게 된 지연(강말금)이 원래의 자기 자리를 좇는 이야기를 담은 <자유연기>. 윤기자는 ‘자리’라는 단어가 세 영화를 잘 포착한다고 이야기하며 GV를 시작했다. 


GV 첫 질문은 여성 노동자를 다룬 <연수의 자리>가 박감독의 경험에서 바탕이 되었냐는 것이었다. 박감독은 모든 내용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경험과, 1년 인턴생활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동안 여성으로 평범하게 사는 게 쉬운 일인가? 하는 물음이 가득했다고 덧붙였다. 연수와 연수의 동료 모두 그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영화를 통해 이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은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였다. 박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들며 남성 임원이 가득하고 ‘페미니스트세요?’ 라는 질문을 던지는 면접장을 들었다. 면접장에서조차 자신도 모르게 눈치를 보는 스스로를 마주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박감독의 답변에 윤기자의 YTN 파업 현장과, 서비스 노동을 수행하는 관객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GV가 진행되는 동안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주했던 노동현장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달라질 수 있을까?

<연수의 자리>의 연수와 <자유연기>의 지연 모두 함께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연수는 사장이 아니라 약자인 동료에게 맞서야 한다. 사무실 ‘연수의 자리’는 권력도 돈도 없는 연수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연은 출산 후 영화 오디션을 보지만, 연극을 오래 쉰, ‘아줌마’ 지연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없다. 이들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박감독은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서로가 뭉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결국 연대를 포기하는 연수를 통해 연대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연수와 지연에게 세상은 지독히도 예의가 없다. 사장에게 연수는 ‘6번’이다. 직책도 그렇다고 이름도 아닌 번호로 호명하는 무례함에 연수는 익숙하다. 박감독은 이 장치에 대한 질문에 영화 속 여성 노동자들이 언제나 대체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사장이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지연에겐 소중한 오디션에 스태프는 건성이다. 지각에도, 실수에도 사과하지 않는 스태프에게 지연은 그저 괜찮다고 할 뿐이다. 연수와 지연의 노력은 어떻게 끝이 날까? 연수와 지연이 마주한 견고한 현실이 정말 우리 앞에 놓인 현실과 다를 바 없다면, 약한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우리는 서로의 용기

박감독은 영화 이후의 연수가 죄책감은 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바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면서 사장과 사회가 아닌 연수를 가해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지 묻는다. 박감독의 말처럼 변화를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연대를 말하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함께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바뀌지 않을 것이다>는 ‘예술대학 내 군기문제’에 도망쳤고, ‘세월호 사건과 이후’에 무력했고 ‘여성혐오 사회’에서 살아남은 화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가 연수와 지연처럼 약해지고 지쳐가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용기 낼 수 없는 당신이 나쁜 게 아니라 개인을 파편화하고 나약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사회가 문제라고 말이다. 그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잘 알고, 그들의 어찌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며 토닥인다. 그리고 화자는 ‘보복성 명예훼손 고소’에 맞서 싸운 자신과 연대했던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러면서 그들을 그리고 일상에서 용기 내(려고하)는 우리를 응원한다. 용기를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평범한 우리들의 용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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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여성인권영화제 '서로의 질문과 대답이 되어' 2018년 9월 12일(월)~9월 16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