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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가장자리/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당신은 상처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 어느 쪽입니까?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16:56

 

 

 

[오리엔테이션 / 가장자리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REVIEW

당신은 상처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 어느 쪽입니까?


 

 

 

폭력은 몸에게 가해질 수도 있고, 마음에 가해질 수도 있다. 또 사소한 흔적을 남길 수도,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온갖 형태의 폭력들은 때론 보이지 않고 심지어 당사자도 모르는 새에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이런 일상의 폭력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을까. 당신은 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인가? 그게 아니라면 폭력과는 완전히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1. 오리엔테이션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오리엔테이션> 스틸컷

 

  의과 대학에 다니던 ‘오리엔테이션’ 속 정은의 동기들은 선배들에게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한다. 이에 몇몇의 학생들은 선배들의 이유 없는 구타와 불합리한 위계질서에 대해 규탄의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쓴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그들의 대자보는 사라지고 없어, 저항하려했던 소수의 학생들마저 목소리를 빼앗겨버린다. 하루아침에 정은과 친구들이 낸 저항의 목소리를 꺾은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한편으로 강제 폭행을 견뎌온 경험을 가진 선배들이 다시 후배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데, 이때의 잘못을 선배들에게만 내세우며 그들만을 폭행의 주체로 볼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정은은 시간이 지나 누군가의 선배가 되고 병원 실습생으로 진급한다. 외과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그녀에게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단지 코피만이 터져 나올 뿐이다.

 


 

2. 가장자리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가장자리> 스틸컷

 

 ‘가장자리’ 에서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라 이들과 같은 학급의 반장인 우진이다. 우진은 쉬는 시간에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 막고 있다. 시끄러운 폭행 소리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라기 보단, 수능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우진만의 책임은 아니라 다른 아이들 역시 같은 태도를 보인다. 그만큼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지 않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폭력의 피해자였던 학생은 우발적으로 가해 학생을 숨지게 함으로써 살인의 가해자가 된다. 살해 목격은 이어폰으로도 틀어막지 못했지만 우진은 사건에 연루되기를 꺼려 계속 방관으로 일관한다. 결국 살인자인 피해자(그리고 피해자인 살인자) 학생은 자살한다. 그렇다면 우진은 폭력에 묵인한 가해자와 심리적 압박을 느낀 피해자 중 어느 쪽에 위치해있는가.

 


 

  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스틸컷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의 주인공인 오윤은 독서실에서 아이팟을 분실한다. 오윤의 친구들은 오윤의 친구였던 기향을 용의자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비난하고 급기야 평소 기향을 괴롭히던 다른 친구를 끌어 들여 자백을 받아내려 한다. 자신을 위해 기향을 몰아세우고 때리는 친구들은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던 오윤에게도 비난을 던진다. “너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너도 쟤랑 똑같아.” 오윤은 내키지 않는 걸음을 떼고 친구였던 기향의 뺨을 때린다. 아이팟을 잃어버린 친구를 위해 범인을 응징하는 이들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친구를 때리고 싶지 않던 오윤이 결국 기향의 뺨을 때린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고 오윤은 결국 기향이 범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만, 기향은 오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건넨다. 오해로 일관하는 친구들의 멸시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것이다. 폭력적인 구조에 대해 차라리 가해자를 자처함으로서 대처하려는 그녀의 사과에는 진짜 범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진심이 담겨있다.

 

  세 편의 영화에서는 각각 상처를 주고 받는 사건들이 나오고 이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 밖에 서있는 듯한 타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누가 잘못을 했는지, 무엇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명확하게 따지기는 쉽지 않다. 이제 다시 서두에 던졌던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당신은 어느 쪽에 서있는가? 물음에 대한 정답을 찾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폭력과 구조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며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3기 신영민(blizzard24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