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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플레이스] : '마이 플레이스'는 어디입니까?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22:52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마이 플레이스>

 

    어느 날 캐나다에 유학 갔던 여동생이 임신한 채 돌아온다. 그리고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선언한다. 캐나다도 아닌 엄연한 한국에서 미혼여성이 아이를 키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동생은 고집을 굽히지 않고, 가족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엄마는 선뜻 내켜하진 않지만 동생의 뜻을 따른다. 아빠는 주위에 알려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전긍긍해한다. 여동생의 오빠이자 여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이 영화의 감독도 여동생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서 여동생은 아들 소울을 낳는다. 영화는 여동생을 따라, 여동생의 현재와 여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의 과거를 되짚어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안은 문제의 핵심이었던 소울로 인해 더욱 화목해진다. 엄마는 여동생과 함께 캐나다로 떠나 소울을 돌봐주며 여동생과 유년시절에 미처 나누지 못했던 유대감을 나눈다. 소울을 못마땅해 하던 아빠조차 소울을 끔찍이 아낀다. 더불어 여동생과도 가까워진다. 영화의 끝에선 싱글맘의 삶을 사는 여동생이 부끄럽지 않으며 미혼모를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가족이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서로의 과거와 상처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여동생이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했었음을, 자신의 마음을 붙일 수 있는 마이 플레이스가 가장 절실했지만, 그때 그 누구도 여동생에게 그것을 내주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그랬기에 여동생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자기편인 아이를 갖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니었을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리고 여동생 뿐 아니라, 가족들과 자신도 안온한 마이 플레이스가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유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성차별을 견디다 못해 더 큰 꿈을 안고 캐나다로 갔지만 고향과 가족이 그립고,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자식들에 뭔지 모를 불안감을 느껴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던 엄마. 학벌과 지연과 집안이 중시 되는 한국사회를 떠나 캐내디언 드림을 이루었지만 다시 돌아와야 했던 아빠. 그리고 오랜 시간 한국에 잘 적응했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숨기고 있었던 자신. 가족 모두 사실은 여동생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지 여동생은 굴복하지 않고 저항 했을 뿐. 여동생은 말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무엇이냐고.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마이 플레이스> 스틸컷

 

물론 캐나다에서의 삶도 쉽지만은 않다. 그토록 그리던 캐나다로 돌아갔지만, 13년 간의 한국생활로 인해 여동생은 다시 캐나다에서 외지인이 되어 버렸다. 한국에도 캐나다에도 마음 편히 안주할 수 없는 여동생, 취업난과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는 싱글맘의 고된 나날이지만, 이제는 이해해주고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에 여동생의 앞으로의 삶은 밝아질 수 있을 거라고, 여동생만의 마이 플레이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처럼 감독은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로써 풀어놓으면서 관객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마이 플레이스를 갖고 있느냐고. 또 이 사회가 개인이 마이 플레이스를 갖는 데에 얼마나 큰 장벽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성별, 인종, 학벌, 지연, 가족형태, 정상, 비정상 등의 단어로 편견과 기준의 잣대를 들이밀기 전에 이해와 포용이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마이 플레이스'를 찾지 못해 상처 받거나 방황하지 않는, 누구나 마이 플레이스를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김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