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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 우리 사회에 회색이 필요한 이유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9. 02:39

  [회색 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우리 사회에 회색이 필요한 이유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회색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 스틸컷

 

  사회는 범죄가 일어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는 법에 따른 심판과 징벌이 내려진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둘만이 존재할까.

 

  영화는 세 명의 사회복지 강사가 아이오와 주의 여성 교도소를 찾아가 강의를 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재소자들은 그동안 몰랐거나 혹은 알면서도 부인했던 것들에 눈을 뜨고 자신과 사회를 다시 바라본다. 배움을 통해 작고도 거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교도소 안은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수감된 여성 재소자들은 대부분 아동학대나 성적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거나 상습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의 트라우마나 폭행 당시의 우발적 살해로 순식간에 죄수가 되어 이 곳에 들어왔다. 3살부터 17살까지 양부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집에 방화를 저질렀다가 애꿎게 두 동생을 죽게 한 여성을 사회는 가해자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녀는 피해자인가 아니면 가해자인가. 평생을 폭력 속에 시달리다가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와서야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꼈다는 여성에게 우리는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여성 재소자 60% 이상이 열 살 이전에 성적 학대를 경험했으며, 여성의 경우 아동일 때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성인의 경우 8배 이상 학대의 경험이 높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영화는 여성 재소자를 만들고 싶지 않으면 여성을 향한 폭력을 멈추라고 말한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회색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 스틸컷

 

  하지만 사회는 여성들에게 가혹하다. 사회는 흑백논리에 너무나 익숙하다. 이러한 흑백논리 속에 만들어진 제도 역시 흑 아니면 백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혹한 폭력 속에서 피해자라는 선을 넘는 순간 여성들은 가해자가 되고 만다. 여성의 삶이나 폭력의 상황과 맥락에서 그녀들을 바라보거나 이해해지 않는다. 흑백논리에 발 묶인 제도는 폭력에 내몰린 여성이 죽거나 죽여야만 끝이 나도록 만든다. 그러면서도 사회는 폭력에 너그럽다. 학대당한 여성들 대부분이 가정폭력이나 남자친구 폭력에 시달렸지만, 사회는 이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뿐이다. 사소한 폭력은 없다. 개인적인 폭력 또한 없다. 개인적인 것은 곧 우연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이 거대한 구조적 폭력 속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난 이유만으로 폭력과 사회에 맞서 싸우게 만든다. 또 사회의 부조리는 교도소에까지 이어진다. 여성 재소자는 남성 재소자에 비해 같은 죄명일지라도 감형이나 가석방의 기회가 현저히 낮다. 교도소에 입감된 지 얼마 안 되어 친권은 박탈된다. 어머니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아이들은 범죄를 대물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이 급진적이고 광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흑백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의 또 다른 폭력의 모습이 아닐까. 여성인권 운동이 마치 여자가 이기면 남자가 지고 남자가 이기면 여자가 지는 성별대결 구조인 것처럼 몰아간다. 하지만 솔직히 바라보자. 인류 역사상 수천 년 동안 여성과 남성 중 누가 권력과 특권을 누렸는지를. 특권을 누리는 자는 그것이 특권인 줄 모른다. 영화의 내용 중 한 강사가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에게 거울에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을 때 백인여성은 여성이 보인다고 말했고 흑인여성은 흑인여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자기도 모르게 몸에 베인 특권이고 차별이다. 자신도 조금만 봐달라는 몸부림을 역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페니즘은 평등의 권리라고 말한다. 아이오와 주의 여성 재소자들은 그것을 배웠다.

 

  자원봉사 강사는 고민한다. 우리가 알려준 이러한 것들이 그녀들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지. 차라리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더 편할 것인지 말이다. 폭력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이 당한 폭력 뒤에는 더욱 거대한 구조적인 폭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 그녀들이다. 페미니즘을 배움으로써 그녀들은 변화를 꿈꾸고 다짐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지만 결국 감형심사에서 탈락된다. 그녀들은 바뀌었고 바뀌고자 했지만 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자원봉사 강사의 말대로 차라리 그녀들이 몰랐던 때가 더 나았을까.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듯 페미니즘은 어렵다. 그리고 그녀들은 말한다. 자신은 이제 페미니스트라고. 그녀들은 눈 감는 대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회색 지대 : 철창 안의 페미니즘>은 스크린 밖에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여성 교도소인 청주교도소의 경우도 재소자 30%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죄로 수감되어 있다. 이처럼 여성에게 받는 폭력과 고통은 국경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회색 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녀들을 단죄해야 할 으로 단정 짓지 말고 그녀들의 삶과 그녀들이 여기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약자로써의 위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회색 지대에서 페미니즘을 꽃 피울 때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폭력이 근절될 것이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김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