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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지대 : 철장 안의 페미니즘] 가해자와 피해자, 그 언저리에 있는 회색의 사람들의 이야기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04:44

가해자와 피해자, 그 언저리에 있는 회색의 사람들의 이야기

- 영화 ‘회색지대 : 철장 안의 페미니즘’

 

 

3살때부터 17살까지 양부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집에 방화를 저질러 살인죄로 잡혀온 한 여성이 있다. 그녀가 자비를 배풀어달라는 말에 가석방심사위원은 이렇게 답한다. “사형이 없다는 것이 자비다. 이미 아이오와주는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

영화 ‘회색지대’속 실제 가석방 심사에서 나온 말이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회색지대> 포스터

 

 '여성폭력'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이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살인, 살인미수, 방화, 마약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교도소에 모인건 우연같지만 실은 우연이 아니다. 영화는 여성폭력과 범죄는 연관성이 짙다고 말한다. 평생을 여성폭력을 피해 도망다닌 어떤 여성은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교도소가 사회보다 더 안전한 장소라고 느꼈다고 말할 정도로 영상 속 재소자들의 삶은 퍽퍽했다. 가해자로 교도소에 온 그녀들은 사회에서 피해자인 경우들이 많았다. 여성 재소자 60%이상이 성추행과 신체적, 성적학대를 겪었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 남자 재소자와 비교했을때 아동학대를 당한 여성이 3배 더 많았고, 여성의 성인기 학대는 8배나 높았다. 이처럼 영화는 개인의 범죄 이면에는 ‘여성폭력’이라는 큰 문제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을 멈춘다면 여성의 범죄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분명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재소자의 경우 사회에서 피해자이지만 가해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여성폭력에 대한 피해자로써의 권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단지 가해자로써 사건을 저지른 모든 폭력에 대해 본인이 원인인냥 불공평한 결과를 수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인식은 여성 범죄자들에게 '종신형', '20년형' 등 무거운 처벌을 통해 반영된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회색지대 : 철장 속의 페미니즘> 스틸컷

 

 

제도에 발묶인 여성인권, 피해자 스스로 폭력을 감내해야하는 사회

 

이 영화는 이들의 가해사실에 대한 변명을 하지않는다. 단지 모든 사건에 인과관계가 있듯 여성 재소자들이 겪어온 사회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건을 일으키게 한 사회의 여성폭력이라는 ‘원인’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범죄라는 ‘결과’또한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엄청난 자비를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사회의 여성 폭력에 노출된 여성만이 겪는 삶을 반영하여 공평한 심사를 받는것. 그것뿐이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폭력에 노출된 원인과 범죄에 대한 결과, 책임 모두 짊어지게 하였다.

 

남성과 여성의 경우 같은 죄를 지어도 다른 형을 살고, 가석방 기회도 달라진다. 감옥안의 여성들의 모습은 마치 사회속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는데, 사회속에서 어떠한 폭력들이 이들을 이곳으로까지 몰아세웠는지 인터뷰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여성 재소자들의 기구한 삶에 대해 단지 그들이 사건의 가해자이기 때문에 모든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은 여성의 삶을 가시적으로만 바라본 모습이다. 우리나라 또한 청주교도소의 경우 재소자 30%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죄로 수감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성폭력에 제도적 문제 범위는 전세계적이다.

 

영상 내용중에 강사가 거울에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백인여성은 여성이 보인다고 말했고, 흑인여성은 흑인여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별은 자신이 겪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것임을 알려주면서, 차별을 겪지않는것은 '특권'이며 '사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재소자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문제가 생기면 '법대로 하라'로 말한다. 법이 무조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것은 법을 해석하는 시각이 인간임을 망각한 행위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감내해야 할 폭력은 너무 많지만 이것을 여성이 겪는 폭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조인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한 흑백을 좋아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회색 그 언저리에 있을것이라는 영화의 멘트처럼, 이들을 단지 가해자로써 단정짓기보다는 여성 재소자들의 삶에 대해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 바라봐야 할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사회의 여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

 

이 영화를 찍은 아이오와주 여성교도소 가석방은 30년동안 단 3번 있었다고 한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 황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