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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학개론] 첫사랑 그녀가 쌍년이 되는 순간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04:32

[순결학개론] - 첫사랑 그녀가 쌍년이 되는 순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은 첫사랑 서연이 다른남자와 함께 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들이 들어간 방에 불이 꺼지자 서연이 선배와 잤다고 추정된다는 이유로 그녀를 쌍년으로 낙인찍는다. 한 남자의 첫사랑에서 쌍년이 된 그녀. 영화 순결학 개론은 그런 승민에게 묻는다. “그녀가 쌍년이 된 진짜 이유가 뭐야?”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순결학개론> 스틸컷

 

 

이분법적인 '순결' 해석에서 벗어나서

 

순결. 모두가 가지고 태어났지만 모두가 지키기 어려운, 하지만 누군가는 지켜야 하는 성스러우면서도 특권처럼 발휘되는 단어.

영화 ‘순결학개론’은 순결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순결을 사라지게 하는 이성애 중심으로 해석되는 섹스에 대한 문제, 그리고 여성주의 시각으로 풀어본 결혼의 의미 등을 파헤친다.

 

 “여성들은 억압된 성을 가지고 살았으니까 페미니스트인 너는 프리섹스주의자야? 아니면 적어도 성에 개방적이야?”

페미니스트, 여성주의자라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중 하나다.

 

내몸에 대한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나의 성에 대한 억압은 여성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미인데, 결코 신체 억압에 대한 거부표시가 모든이와 섹스를 하겠다는 yes 표시는 아니다. 여성이 몸의 주권을 그 누구도아닌 본인이 소유하겠다는 의미가 어떻게 아무나하고나 섹스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며, 이는 의사와 비의사의 구분이 명확히 필요하다.

 

영화를 보며 순결을 해석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결을 지킨다’, ‘순결을 지키지 않는다’ 두가지 이분법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순결을 지키고싶은지 혹은 지키지 않는지, 그리고 그것이 본인의 온전한 선택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순결에 대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순결’이라는 것이 단지 ‘섹스를 하지않은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순결이 강조되는 형태가 남성중심적 문화 속 여성이 소유물로 여겨지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여성을 억압하는 형태로 존재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순결을 지키는 사람을 사회에 억압된 사람으로 표현하지도 않고, 섹스를 하는 사람을 마치 성에 깨어있는 페미니스트로도 그리지 않는다.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순결학개론> 스틸컷3

 

그 누구의것도 아닌 나의'순결', 누군가에게 양도 하시겠습니까

 

과거 소유물로 여겨지던 여성의 몸은 처녀막이라는 피부 조직을 통해 순결함을 증명해야했다. 그것은 21세기인 요즘도 마찬가지다. 처녀막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자궁검사를 항문을 통해하는 방법이 당연시 여겨지며, 첫 섹스 상대임을 증명하기 위해 처녀막 재생술을 하기도 한다. 여전히 ‘여성’이라는 몸이 결국 본인의 것이 아닌 어떤 남성(신, 아버지, 미래의 남편)의 소유물로써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선 여전히 청소년 6분의 1이 혼전순결 서약을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성을 남성(미래의 남편)을 위해 남성(신, 아버지)에게 양도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여성의 몸에 대한 소유권박탈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고도 있다.

 

답답함. 2012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전해도 여성에 대한 잣대는 변하지 않았음을, 당장 스크린 밖의 세상도 1800년대와 다르지 않음을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에. 그동안 양도되었던, 아니 유기된 내 몸의 소유권을 찾기 위해 맞서야 할 세상의 높은 벽을 다시한번 체감하게 한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 황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