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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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라이엇: 펑크 프레이어] 그녀들의 외침, 세계를 울리다!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02:40

<푸시 라이엇: 펑크 프레이어> -  그녀들의 외침, 세계를 울리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포스터

 

직면의 힘.

참 좋은 말이다. 모든 문제는 그 문제와 직면했을 때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듯, 여성 인권 역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올바로 바라봤을 때 비로소 문제의 해결점에 서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여기에 이 '직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푸시 라이엇: 펑크 프레이어'다.

 

이 영화는 지난 2012년 2월 21일, 스키마스크에 형광색 레깅스를 입고,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제단에 올라 펑크락을 공연한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의 세 멤버인 나디야, 마샤, 카티야가 현장에서 붙잡혀 재판에 회부된 시점으로부터 자신들과 가족, 넓게는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시민들에게 그녀들이 미친 영향을 담아냈다.


얼핏 보면 제단에서 펑크락을 공연한 것이(그것도 약 30초 동안) 재판에 회부될 만큼 중대한 범죄인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현재의 러시아라는 국가가 그렇게 닫혀있는, 특히 종교 단체가 정치와 유착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러나 영화에 따르면 '여성'은 절대 제단에 올라갈 수 없는 일종의 법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푸시 라이엇은 종교의 금기사항을 어겼으며, 더구나 그 신성한 제단에서 팔과 다리를 드러낸 옷을 입고 펑크락을 공연했으니 이 장면을 본 관계자나 신도들의 충격은 짐작이 간다.

 

이 사건의 결과로 현장에서 붙잡힌 세 명의 멤버는 종교재판에 회부되기에 이른다. 죄명은 '종교적 증오를 기반으로 한 난동죄'.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생긴다. 과연,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 원한 것이 제단을 더럽히는 것이었을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종교에 대한 믿음을 헐뜯고 비난하는 것이었을까? 답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진 푸시 라이엇의 노래 가사는 종교를 겨냥한 것이 아닌 현 정권을 향해있다. 또한 그들은 억압된 자유에 대한 목마름에 대해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교계, 정치계, 법조계를 비롯해 매체들마저 이들의 행위를 단순히 종교적 증오로 치부하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아마도 현 정권의 거센 입김은 물론, 종교 단체의 뿌리 깊숙히 박혀있는 성차별적인 사상 때문일 것이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푸시 라이엇 : 펑크 프레이어> 스틸컷

 

이들에게는 푸시 라이엇의 행위를 차라리 종교에 대한 증오로 넘기는 것이 편리한 일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 사고를 할 수 있고, 직접 나서서 정치 운동을 이끌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임을 보여줄수록 더 많은 이들이 '생각'뿐이 아닌 '행동'하게 될 것이고, '아무 것도 모르던' 여성들이 '적'이 되어 자신들을 위협할 테니까. 심지어 이들은 푸시 라이엇 멤버들을 두고 마녀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여전히 남성의 세상에서 '소수'일 수밖에 없는 여성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 여성들도 섞여있다는 점이다. 모든 여성이 강경한 페미니스트여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여성들마저 이들의 용기있는 외침을 외면하고 비판한다면 세상이 이 문제를 직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멤버 중 두 명은 끝내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 많은 이들이 그녀들의 용감한 행동을 응원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푸시 라이엇에게 자유를!' 라고 외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 역시 그녀들을 지지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점 외에는 얼굴도, 이름도 드러내지 않은 채 모든 여성을 위해, 모두의 자유를 위해 노래하는 그녀들의 외침이 세계를 조금씩 변화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목소리를 잃은 자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 는 푸시 라이엇의 바람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녀들은 이미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있으며, 그녀들이 대신해주지 않아도 될만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나는 천천히 이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 영화 속의 여성들은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며, 억압 당하고 상처받는 와중에도 울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곧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결국, 그녀들이야말로 문제와 직면하고, 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치유의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며, 동시에 여성들의 희망적인 앞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