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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라마] 부르카의 프레임을 깨다

한국여성의전화 2013. 11. 8. 02:02
[모타라마] 부르카의 프레임을 깨다

 


며칠전 동생과 동생이 가져온 학교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세상을 구성하는 프레임에 대해 의견을 나눌 시간이 있었다. 대체 무엇이 프레임이고 그 프레임이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주느냐는 것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실 그 프레임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는 모든 가치들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구는 어때야 한다라는 일종의 규범과 같은 맥락인데, 문제는 이러한 프레임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또한 그러한 프레임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바꾸어나가려는 것을 프레임을 구성해 이득을 보는 계층이 지지해 줄리도 없고 말이다. 그리고 프레임을 만들어 세상의 틀을 만들었을 때 이득을 보는 계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류계층인 경우가 많다. 


결국 결론으로 갈 수록 이러한 프레임화된 가치를 깨고 나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옳다라는 것이다. 이게 말로는 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어떠한 현상이 있을 때 이것이 문제라고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적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기 때문이다. 



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모타라마> 스틸컷1


모타라마는 이러한 맥락에서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다큐멘터리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크게 이슬람교라는 거대한 종교적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을 가둔 프레임은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 의회에서 통과시킨 가족법은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도 금지하고 있다. 실제 영화 속 여성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남자 없이는 어딘가 외출도 하지 못하고 남편의 요구에 대한 거부권 역시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프간의 여성들은 계속해서 어딘가에 갇혀있다. 집에 갇혀 있지 않는다면 그들은 옷 안에 갇혀 자기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녀들은 말한다. 자신이 마치 남편의 소유물같다고 말이다. 단지 자신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가족법에 반대하여 거리시위를 하는 여성들은 굉장히 평범한 여성들이다. 그들은 급진주의적인 이들도 아니고 반종교적인 이들도 아니다. 정말 절실히 그들은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싶을 뿐인 것이다. '평등'은 결국 존재로서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하다. 남성중심의 사회는 아주 긴 시간동안 남성들의 입장에서 매우 견고하게 짜여나갔다. 분명 지금까지 인간이라는 종이 존재하기까지는 여성의 역할 역시 있었을텐데 유난히 여성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들이 전해져오고 있지 않다. 세상을 살아간 것은 여성도 마찬가지였을텐데 말이다. 


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모타라마> 스틸컷2


영화를 보다보면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무척 똑똑하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어째서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첫번째 희생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여성들에게 더더욱 막혀 있는 것이 진짜 모습이다. 여성들은 학교에 가는 것 마저도 목숨에 위협을 느끼며 등교하며, 일을 하러 나가는 것 역시도 수없이 많은 성희롱과 폭력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은 눈조차도 망사에 가려 겨우 시야만 확보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기다란 천인 부르카를 써야 하며 하이힐도 어떠한 장신구도 몸에 걸치지 못한다. 그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회 때문에 남성들 때문에 말이다. 종교적으로는 평등을 외치는 여성들에게 반이슬람적이며 서구세력에 선동되었다고 말하고 남성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들이 아름답게 하고 다니면 성적욕망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슬람은 그들의 경전에 따르면 가장 평등을 외치는 종교다. 그들의 종교에서 과연 그들의 신인 알라가 여성과 남성을 이렇게 차별하라고 율법을 세웠을까? 종교는 결국 인간들의 것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근거없이 평화시위를 하는 여성들으르 몰아세울 근거는 전혀 없다. 그들이 얻어 맞고 뱉어낸 침을 맞을 이유 역시 없으며 길거리를 걷는다고 성희롱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또한 후에 남성들이 말한 성적 욕망 역시 그렇게 자제하지 못하면 대체 왜 여태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은 말이다. 대체 그렇다면 짐승과 다를게 뭐란 말인가. 인간은 사회속에서 학습하며 절제와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생물이다. 또한 여성에게는 성적욕망이 없을까? 그들의 논리는 그저 그들자신이 못난다는 것만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좀 더 영화에 대해 말해보자면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더불어 직접 시위를 시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동생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살고 싶다는 여성, 길을 걷는 것에서 위협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여성 등등. 그들은 이슬람의 진짜 '평등'을 외친다. 알라 위에 그 누가 없듯이 남성과 여성 모두가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말한다. 여성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단지 인내하고 수긍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며 생각을 하기 위해 글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이러한 자각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인 연대를 말하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반영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나누는 부분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이들이 사회속에서 자신들의 뜻을 반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대와 연대를 통한 활동들일 것이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제 조금씩 그러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누군가들은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은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이이며 동생이기도 한 현명한 존재들이다. 온전히 세상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남성만 또는 여성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의 성이 모여 온전한 모습의 세상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모타라마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불평등한 모습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문제라고 자각하고 고쳐나가며 좀 더 이롭고 바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진보고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프간의 여성들이 정리한 그들의 심리를 정리하며 이번 모타라마에 대한 글을 맺음하려고 한다. 우리는 내 딸에게는 좀 더 나은 권리를 주고 싶다.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이 투쟁을 멈추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죽음 뿐일 것이다.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_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