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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생존자의 눈으로 가정폭력의 현황을 탐구하는 영화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23. 12:04

 

생존자의 눈으로 가정폭력의 현황을 탐구하는 영화

 다큐멘터리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신시아 힐 (Cynthia Hill)의 다큐멘터리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Private Violence) 9월 26일 여성인권영화제에 국내 개봉했다.  가정폭력 생존자인 디아나 월터스의 경험을 다루면서 법원, 쉼터, 경찰의 현황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남편한테서 납치되다가 며칠 동안 그의 트럭 안에서 학대를 당했다. 경찰한테서 정지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인해 체포되지 않다. 그후에 월터스는 남편을 고소했는데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은 월터스의 이야기를 판결까지 묘사한다. 월터스 외에 쉼터에 도움을 요청한 여성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가해자를 살해한 여성,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은 가정폭력을 대면하는 절차, 폭력 후 삶을 회복하는 절차를 보여준다. 영화가 강조한 것처럼 가해자를 떠나는 게 행동이 아니라 과정이다.

 

사건이 많은 만큼 이유도 다양하다

 

때로는 끔찍하고, 때로는 희망을 주는, 항상 감동적인 서사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경험과  정의를 방해하는 요소를 탐구한다. 주변 사람들은 계속 “왜 떠나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합리적이라면서 복수의 두려움, 2차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자녀의 보호,  사건이 많은 만큼 이유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도 이 질문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무섭고 위험한 상황이라도 바로 고소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떠나기로 할 때 불이익을 될 수도 있다.


증거도 문제다. 월터스는 납치된 후에 남편의 트럭이 정지됐다. 그러나 남편이 월터스를 위협한 다음에 경찰관한테 월터스를 가해자한테서 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증거가 부족했으므로 남편을 체포하지 못했다. 상처의 사진을 촬영해도 상처의 심각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병원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면 재판에서 의심스럽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증거가 있어도 목숨을 위협하지 않으면, 뼈나 내장을 다치지 않으면, 외부적인 상처들이 아무리 심각해도 가해자는 경범죄만으로 고소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만 구속되고 출옥한 후 피해자를 또 다시 쫓는 경우 너무나 많다.

 

가정폭력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가정폭력에 대한 지식을 나누면서 사회적 행동과 대화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대화에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다. 2개월 전만해도 MMA선수 가정폭력 사건 (8월 체포), 미식축구 선수인 레이스 가정폭력 사건  (3월 체포, 8월CCTV 녹화 내용 유포) , 미식축구 선수인 드와이어 가정폭력 사건 (9월 체포), 연방 법원  판사 폭력 사건 (9월 체포) 등으로 가정폭력은  현재 대화를 모으는 사회 이슈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가정 폭력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 주로 폭력적 스포츠 문제로, 인종차별 문제로, 연예인의 문제로 취급한다. 때로는 판사 폭력 사건 같은 고/중산층 백인 가정에서도 발발하는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럴 때에도 대중매체에서는 그들의 선입견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이 묘사한 것처럼, 일반인들의 생각에 가정폭력은 중산층의 문제 아니라 선수들의 문제, 혹은 교육을 받지 못한 최저소득층의 문제로 여긴다. 즉 ‘그들의 문제,’ 타인의 문제로 여겨서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일년 간 15.3% 부부 여성폭력의 피해율

 

또는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의 내용은 가장 끔찍한 사건만 보이는 것 같지만 가정폭력은 일반인들의 생각에 비해 발생율이 아주 높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은  올해 1월 19일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상영 했었다.  선댄스 영화제 시작 며칠 전에 불과 50km떨어진 도시에서  한 경찰관이 아내,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을 (5세, 7세) 살해한 후 자살했다.   또는 질병관리본부 (CDC)의 『가정폭력과 성폭력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32.9% 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11.2%는 심각하게 때림, 9.7%는 교살을 당했다. 또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4.6%는 가해자로부터 칼이나 총을 사용된 폭행을 시달렸다. 일년 전만 해도  0.9% 교살, 0.7% 심각하게 때림을 경험했다 고 응답했었다.  이렇게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일년간15.3% 여성 부부폭력의 피해율을 갖고 있다. 미국의 4% 피해율을 살펴보면 국내 실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상영 후에 관객과의 대화인 피움톡톡이 있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미국 작품이지만 한국의 현황을 설명하고자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자는 법적 제도 개선과 예방 및 지원 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사회 태도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 사실을 통계에서도 볼 수가 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62.7%의 가정폭력 피해자 중에 26.1%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여성가족부 조사에 답했다. 그런데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이나 친척도 가정폭력 발생하고 있는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신고지 않고 피해자가 도움을 받게끔 행하지 않는다. 신고해도 소용없거나 상황이 심각해질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고자 하는 한국여성의전화나 병원과 상담소가 하나로 연결된 ‘원스톱’ 시스템이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켜야 가정폭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은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면서 가정폭력을 생존자의 눈으로 보도록 하는 작품이다. 누구나 가정폭력이 나쁜 것이라고 알지만 얼마나 흔한 일인지, 가정폭력을 고소하기에 어떤 방해가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누구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스티어 프레드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