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BACK [baeg]/오늘 너는/여자도둑/수지] 우리는 여전히 무릎 속에 성장통을 앓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6:43

 

우리는 여전히 무릎 속에 성장통을 앓고 있다

 영화 <BACK [baeg]>, <오늘 너는>, <여자도둑>, <수지> -

 

<BACK [baeg]>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은 무엇인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희재는 가난한 가정까지 무거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희재에게 정규직 전환은 유일한 희망이다.

일도 못하는 선재처럼 반짝거리는 명품도 없고, 대학선배가 있는 정은처럼 학연, 지연의 그라운드도 없지만 성실함을 유일한 으로 삼으며 희재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 꺼내줄 정규직 전환이라는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마저도 남들의 화려한 들에 의해 잃어버리게 되고 희재의 은 그들의 앞에서는 가치를 잃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낡은 을 가지고 또다시 희재는 현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충분히 내 옆에서, 혹은 내가 당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며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사회적 고통인 것이다.

 

 

 

 

 

<오늘 너는>

 

보라는 위로를 하려던 것일까? 고백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학급 아이들은 소심한 반장을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을 내어 괴롭히고 따돌린다. 수업 시간에 몰래 돌던 반장을 향한 악의적인 글들이 쓰여 있던 쪽지는 보라로 인해 반장에게 전해진다. 보라는 미안한 마음에 체육시간에 나오지 않은 반장을 찾으러 학교를 돌아다닌다. 반장은 반장답게 반을 지키며 숨어 있었다. 보라는 반장에게 사과를 건네며 위로를 한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불완전한 주체인 청소년이기에 어떤 것도 서툴 수 있다. 반장을 향해 유치한 비난을 하는 학급 아이들도, 소심한 반장도, 충동적인 위로를 건네는 보라도 모두가 위태로운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다. 어쩌면 보라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혹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다 서툴기에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다.

 

 

 

 

 

<여자도둑>

 

소녀가 여자가 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누가 소녀를 도둑으로 만들었는가?

 

월경을 며칠이나 하는지도 모르는 어린 소녀에게 찾아온 초경은 너무나 갑작스럽다. 게다가 소녀는 얼굴 곳곳에 상처를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가출 소녀이다. 월경을 하게 된 소녀는 결국 생리대를 훔치게 되고, 편의점 주인에게 들키고 만다. 편의점 주인은 혼을 내기는커녕 소녀를 위해 상가 화장실의 문을 열어주지만 결국 화장실로 따라 들어간다.

소녀는 월경으로 인해 여자가 되었고, 이는 모두가 겪는 신체적 변화로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소녀는 여자가 되는 동시에 도둑이 되어 버렸다. ‘도둑이 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 될 수 없다. 소녀는 거리로 내 몰릴 수밖에 없었고, 도둑질을 하게 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소녀의 심리적 변화와 사회의 환경은 누가 만든 것일까? 만약 소녀가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났더라면 여자도둑이 아닌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수지>

 

수지가 날리는 통쾌한 하이킥

 

수지는 오늘도 땀을 흘리며 복싱장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다. 수지는 몇 년이 지난 후인 지금도 여전히 끔찍한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각자 나름의 트라우마를 지니며 살고 있지만, 트라우마의 지배에서 벗어날 저항도 하지 않은 채 괴롭힘을 당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수지는 현실과는 달리 자신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려 지금까지 단련한 강펀치로 통쾌한 복수를 행한다. 복수만으로 완전한 탈출은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수지는 오늘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고통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는 영원히 고통 속에서 살아갈 것이고 성장은커녕 뒤로 도망가기만 할 것이다. 수지의 하이킥은 그곳을 벗어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해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

 

 

네 영화 모두 이후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극복을 하였는지, 순응하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극단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겪은 여성들을 이야기하였다. , 이후의 선택은 관객의 과제로 주어지게 된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아픔이라는 고통은 성장하는 청춘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성장통이라는 것이다.

키가 클 때, 성장하고 있을 때 느끼는 무릎 속 통증인 성장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나이는 상관없다. 지독한 현실에 파묻혀 있는 희재나 불완전한 주체인 보라’, 도둑이 되어 버린 소녀’, 또 트라우마를 지닌 수지까지 모두가 현실적, 심리적인 고통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이 겪는 고통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하는 청춘이기에 느끼는 성장통인 것이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한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