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외모등급] 엉뚱함 뒤에 묻어나는 알싸한 현실의 맛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4:08

 

엉뚱함 뒤에 묻어나는 알싸한 현실의 맛

 다큐멘터리 <외모등급>-

 

 

코미디 같지만 곱씹으면 느껴지는 현실

 

외모등급정책이 시행되었다. 취업에서 외모를 보듯 성적에도 외모를 반영한다는 정책이다. 외모등급의 평가는 얼굴, 몸매, 위생의 항목에 걸쳐 공정하게 이루어지며 7일마다 평가 결과가 고지된다. 전교 1등인 유림이의 외모등급은 6등급에서 8등급, 그리고 관리등급대상까지 내려간다. 등급표를 받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 사진도 바꾸고 CCTV도 피하고 썬캡으로 얼굴을 가리는 데 매주 등급표가 도착한다.

 

교문 앞엔 족집게 학원 전단지 대신 족집게 성형외과 전단지가 배부되기 시작하고, 외모에 관심 없던 것 같은 단짝은 성형수술을 하고 수업 중에 화장을 한다.

 

취업 성형’, ‘면접 프리패스 얼굴같은 새로운 말들이 나오는 요즘

 

외모등급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겠다는 유림에게 담임선생님은 억울하지만 사회가 그런 거고, 공부한 게 아까우니 외모를 다듬으라고 했다. 그 말에 웃었지만 올라갔던 입꼬리가 금방 내려왔다. 정말 사회가 그래서.

 

중학교 , 새로 부임해 온 선생님이 자신의 성형수술 사실을 밝혔다.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부모님이 성형외과에 데려갔다고 했다. 몇 주 전엔 친구가 스튜디오에 가서 취업사진을 찍었다. 추가금 만원을 내고 교정 중인 치아를 말끔하게 바꿨다. 인권 침해 논란을 피하지 못하는 이력서 사진에 취업준비생들은 몇 만원에 돈을 쓰고,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얻기 위해 얼굴을 바꾼다. 이게 정말 현실이다.

 

어디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거야?”

 

화장실 안에, 엘리베이터 안에, 지하철 역 안에, 화장품 안쪽 등 거울은 여러 군데 콕콕 박혀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보게 된다. 얼굴만 보이는 거울, 상반신이 보이는 거울, 전신이 다 보이는 큰 거울. 손을 씻고 고개를 들기만 해도 우리는 거울을 보게 된다.

 

세상엔 거울보다 더 많은 시선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그 시선을 통제할 수 없다. 거울을 집어넣고 창문을 꼭꼭 닫고 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아야 노출되지 않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출되고, 평가받는다.

 

영화는 익살맞았지만 과장은 물풍선 크기였다. 사회는 영화처럼 외모에 세세한 등급을 나누지 않는다. 그저 좋은 등급의 외모를 선호할 뿐이다. 그 좋은 등급을 위해서, 자신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