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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차일드] 내 아이가 살아 갈 세상을 위하여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4:02

 

내 아이가 살아 갈 세상을 위하여

 성소수자 부모 모임 다큐멘터리 <마이 차일드> -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했다.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가정에서 자라 일찍, 혹은 남들과 비슷하게 결혼을 하고 임신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아들을 바라기도 했고, 딸을 바라기도 했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몇 년 뒤 남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는 우아하게 섬세한 아이에게 남자답게 굴라고 했다. 액세서리도, 드레스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유치원의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자 선생님은 아이에게 여성스럽게 입히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큰 문제 같지 않았다.


동성애를 병이라고 생각했던 부모들

 

처음엔 사춘기로 치부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믿었다. 아이가 게이/레즈비언인 건 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리학자를 찾아가고 상담도 받아봤다. 잠재된 동성애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이는 자신이 신이 만든 기형아 같다고 말한다.

아들에게 게이냐고 물어봤다. 아들은 펄펄 뛰며 부정했다. 잠시 뒤, 아들이 자신이 게이라고 하면 화낼 거냐고 물어봤다. 아빠는 말했다. “네 인생이니 네가 행복해야지”

아들과 쇼핑을 갔다. 티셔츠를 입혔는데 아들의 몸에 가슴이 있었다. 다음 날 엄마는 화려한 속옷을 딸에게 선물했다. 직접 속옷을 입혀주며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다.

 

“부모가 거부한 아이를 사회가 받아들일까요?” - 내 아이를 위한 새 헌법

 

이스탄불의 성소수자 부모 모임(LISTAG)에 속한 부모들은 연구협회 CETAD의 모임에서 성, 성별 정체성, 성 정체성의 모순, 성적 지향 등 이전까지 병이라고 생각했던 성소수자를 학습해나간다. 아이를 고치겠다던 부모님들은 혐오범죄법 제정운동을 펼치고, 성소수자의 동등한 인권을 요구하게 된다.

자신의 아이가 서있을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성소수자를 타자화 시켜 혐오 범죄에 희생되지 않도록 이스탄불을 넘어서 다른 도시들까지 외치고 있다.


“중요한 건 내 아이라는 거예요”

 

거리행진에 참여하는 한 아빠가 세상엔 아들, 딸이 아닌 ‘아이’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영화 초반부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하던 부모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이의 생물학적 성을 생각했던 부모들은 이제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건, 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한다.


“우린 활동가가 아니라 엄마예요”

 

누군가에겐 성소수자로만 비칠지라도 부모에게는 다른 무엇이기 이전에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라는 영화의 시각이 처음엔 낯설었다. ‘성소수자’가 아니라 성소수자 ‘부모’의 입장을 이렇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성소수자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무엇도 특이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공간을 찾는 보통의 부모가 있었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