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52번의 화요일] 엄마는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3:56

 

엄마는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영화 <52번의 화요일> -

 

영화를 보기 전 엄마가 남자가 되겠다고 하면 어떨지를 상상해봤다. 나는 엄마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의 선택을 무조건 지지할 것은 분명했지만 확신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엄마를 전과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외형이 바뀌었을 때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서 내 고민은 너무나 가벼웠던 것임을 깨달았다. 엄마는 한 순간에 남자가 될 수 없으며, 남자가 되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며 원하는 만큼 변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욕망, 책임, 변화

 

딸 빌리에게 젖을 먹일 때 제일 행복했다는 엄마(제인)가 남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엄마에게 제인이란 이름 대신 제임스란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빌리는 이름을 바꾼 엄마에게 아빠라고 불러본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았던 동생과 달리 제인은 그렇지 않았다. 빌리는 엄마를 무조건적으로 닮고 싶어 했고, 엄마 이름처럼 첫 글자가 알파벳 J로 시작하는 가진 이름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런 빌리가 있어서, 제인은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남장을 한 제인은 깨달음을 얻는다. 생애 제일로 자신다웠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해방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지만, 나 자신으로 살 수 없으면 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은 그렇게 제임스가 되기로 결심한다.

 

“일주일 만에 변해야 해?”

 

제임스가 테스토스테론을 맞기 시작하면서, 그러니까 남자가 되기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게 되면서 빌리와 제임스는 떨어져 살면서 일주일의 한 번, 화요일 4시부터 10시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둘이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다. 매일 보기 때문에 자신의 변화를 모르는 제임스는 딸에게 자신의 동영상을 보여준다. 털이 굵어지고, 수염이 나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임스는 남자가 되어가고, 빌리는 트렌스 섹슈얼을 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제임스에게 호르몬으로 인한 합병증 증세가 나타났고 제임스는 호르몬을 끊어야만 했다. 테스토스테론을 계속 맞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빌리는 제임스에게 다른 의사를 만나러 가보라고 했지만, 제임스는 정리해나가기로 했다. 그 후의 화요일은 무기력했다.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다. 빌리는 삼촌과 함께 제임스를 웃게 하려고 했지만 다음 화요일 엄마는 약속에 나오지 않고 술병을 안고 있었다.

 

이젠 엄마랑 같이 살고 싶지 않아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사실일까. 처음엔 소중했던 화요일 약속도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졌다. 어느 새 빌리에겐 엄마와의 약속보다 재밌는 비밀 놀이가 생겼다.

제임스는 미국으로 건너 가 트랜스젠더들을 만나고, 빌리에게 영상을 보내지만 빌리는 무관심하다. 그러는 동안 빌리의 놀이는 지나치게 되고, 어느 날 빌리가 문제를 일으켜 부모가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발생한다. 아빠가 엄마에게 화를 냈다. 당신이 지난 6개월 동안 엄마였던 적은 고작 6일이었다고.

사소하지 않게 된 놀이의 결말로, 52번의 화요일이 끝나기도 전에 빌리는 제임스를 만나지 않게 된다. “난 안가. 못가”라고 말하던 빌리에게 아빠는 ‘엄마가 진짜 누구인지 알게 된 다음에 사랑할지 결정’하라고 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트랜스 젠더 부모의 진실된 삶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은 영화를 끝까지 본다고 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답을 내려고 영화를 열심히 곱씹었지만, 나온 결론은 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있는 질문이라는 것. 영화는 힌트였고 답은 개인의 몫이었다. 내 답은 시간이 한참 더 흘러야 겨우 나올 것 같다.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