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나와 나의 거리] 꿈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이 부딪히는 곳, 우리는 그 곳에서 질주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2:11

 

 

꿈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이 부딪히는 곳, 우리는 그 곳에서 질주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나와 나의 거리>-


2014년 9월 25일부터 나흘간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FIWOM)’의 이번 주제는 ‘질주’이다. 피움의 메인페이지를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위 그림에서 ‘질주’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분홍은 여성인권의 뿌리이고 파랑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의 현실에서의 분투 그리고 초록은 여성인권의 향상이라 짐작해 본다. 그런데 이 그림은 단순히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얇으나마 뿌리가 계속 내려지고 있으며 파도들은 부딪혀 물방울로 부서지고 산은 계속 위를 향해 자란다. 질주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질주 중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동세대들인 20대의 질주가 궁금하여 ‘피움초이스’ 부문에 초청된 <나와 나의 거리>를 보았다.

 

 

<나와 나의 거리> 영화의 오프닝 노래장면(왼쪽)과 다큐멘터리 방향에 대해 회의하는 장면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거 맞나?

 

경쾌한 우쿨렐레 연주와 함께 다소 걱정스러운 노랫말이 들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소리 둘이 허공에서 부딪혀 함께 음악이 되는 걸 보니 이 짧은 간주곡이 영화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간주곡이 끝나고 나면 꿈과 관련된 현실의 무게들이 벅찬 20대들의 아우성이 연주된다. 창현은 꿈꾸던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길인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슬아는 촬영이 끝나고 다시 모순된 삶으로 돌아갈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창현의 대학동기들은 생활에 부딪혀 돈과 꿈을 저울질하고 막상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선에 서자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거 맞나’하며 힘들어한다. 또 외항사 승무원이 된 창현의 친구는 이미 꿈을 이뤄 행복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아우성친다. 그런데 이들의 아우성을 듣고 있으면 꼭 메아리 같다. 언젠가 내가 했던 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고 지금 내가 하는 생각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넷이다. 창현, 슬아, 그의 친구들, 관객들.


“지금 뭐 확신을 가지고 찍는 거야. 원래 나처럼 이렇게 아직도 잘 모르겠다하면서 찍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다하면서 찍는 거 같은데.”

 

 

<나와 나의 거리>

친구와의 인터뷰 후 더욱더 자신의 선택이 혼란스러워진 창현이 탄식을 내뱉는다

 

길도 모르고 답도 모르고 심지어 자신도 잘 모른다, 하지만


영화에서 창현과 슬아는 끊임없는 회의를 거듭한다. 창현이 “내 일상은 회의의 연속인거 같은데.” 라고 말할 정도이다. 계속되는 회의 속에 그들은 갖고 있는 고민들을 영화로 풀어보고자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쉽사리 말이 되진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친구들을 찾아가 꿈에 대해 얘기하며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찾아보지만 그들 꿈에 대한 방향은 찾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를 맴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답을 얻지 못한다. 영화는 창현의 말로 끝이 난다. “여전히 이 길이 내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나는 사라져가는 고향의 봄을 담기위해 카메라를 든다.” 영화 속에서 20대는 길도 모르고 답도 모르고 심지어 자신도 잘 모르는 채, 버거운 현실을 휘청휘청 걷고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꿈을 위해 다시 한 번 카메라를 집어든 창현은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하다.


 <나와 나의 거리> 라는 제목을 보고 ‘그래 나라도 알면 되지.’ 하며 영화를 봤지만 영화는 나의 얘기가 아닌 나와 너의 얘기이다. 또 영화는 ‘나’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선 ‘나’가 아닌 ‘너’를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 너도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어쩌면 세상은 그냥 수많은 ‘나’들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영화는 '질주'라는 단어의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걸어갈 길을 찾기 위해 혼돈 속을 헤매는 20대는 진짜 ‘질주’를 하기 위한 성장이 아닌가 싶다. 힘내자, 20대!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이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