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반짝이는 박수 소리]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살아가는 가족

한국여성의전화 2014. 10. 17. 16:24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살아가는 가족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가장 고요한 세상에서 살지만 활기차고 멋지게 살아가는 그들

 

축구를 좋아하는 상국 씨와 이국적으로 빼어난 외모의 경희 씨는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청각 장애인이다. 그들의 눈과 손은 누구보다 바쁘다.
상국 씨와 경희 씨의 큰딸 보라는 아빠,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고, 아들 광희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바리스타가 되었다.
영화는 내내 우리를 즐거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우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박수를 치기보다는 반짝반짝 손을 흔들어. 이게 더 커 보이지 않아?’

 

세상은 수많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상국 씨와 경희 씨는 들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수많은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손으로 말할 수 있다.
경희 씨 가족의 아침은 시끄럽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도마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의자를 끌어당기는 소리가 가득하다. 금세 진수성찬이 뚝딱 차려졌고, 오늘 반찬 중 하나는 생선구이이다. 상국 씨는 생선뼈를 바르며 방사능을 걱정하지만 경희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가족의 대화는 늘 이러하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기에 상국 씨는 아들의 카페를 직접 차려주고 싶지만 경희 씨는 아이들의 완전한 독립을 권유하고 있다. 상국 씨는 농아인 복지관의 지부장을 맡으며 이웃과의 소통을 즐기며 살아가고, 경희 씨는 시장에서 맛있어 보이는 생선을 거침없이 산다.
이렇듯 상국 씨는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다정한 남자이고, 경희 씨는 아줌마 파워를 가지고 있는 쿨한 여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전원주택에 대해, 노후에 대해 대화한다. 지금까지 보았던 커플 중 가장 예쁜 커플이 아닐까 싶었다.


‘장애인은 착해야 해, 넌 장애인의 가족이니까 착하게 살아야 해’

 

세상은 그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아들 광희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대전에서 전학 온 광희는 학급에서 친구들에게 부모님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하여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었다. 광희는 친구들이 멍이 들 정도로 꼬집어도 누구에게 이르지 않고 참았다. 어린 아이가 아직은 몰라도 되는 참는 법을 벌써 알아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들 몸에서 멍을 발견한 경희 씨는 참지 않았다. 여느 엄마와 다를 것 없이 학교에 찾아가 화를 내었다. 당당하게 소리친 경희 씨로 인해 광희의 멍은 사라졌고, 괴롭히던 친구들에게 정당한 사과를 얻어냈다.
경희 씨의 행동은 아들을 둔 엄마로써 당연한 것이었다. 참아야 될 이유가 없었다.
어떤 누구도 부당한 대우에 침묵 할 필요는 없다. 당당히 소리치고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세상은 딸 보라에게, 아들 광희에게 계속해서 음성언어로 그들의 가족에 대해 설명을 요구한다. 마치 음성언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들이 완전하고 그들을 결핍되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음성언어가 세상의 전부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은 결코 결핍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마다 눈, 코, 입이 다르게 생긴 것처럼 다른 것이다.
음성언어로 규정하여 속박당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책’라는 글자자체로 책의 모양, 두께, 색깔 등을 설명할 수 없다. 또, 나라마다 ‘책’이라고 부르는 글자는 다르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면 누구나 ‘책’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감독이자 그들의 딸 보라는 세상으로부터 요구된 설명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멋지게 풀어내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이 자신의 일상을 투영하게 하였다. 관객들은 상국 씨와 경희 씨를 통해 우리의 부모님을, 그들의 식탁을 통해 우리의 식탁을, 보라와 광희를 통해 ‘나’를 보게 만들었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솔직한 설명이 어디 있을까.

 


 

제 8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뷰어 한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