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뷰어

닫힌 문이 열리는 날까지

한국여성의전화 2016. 10. 12. 03:06

닫힌 문이 열리는 날까지

채영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의 두 번째 날인 10월 11일 가정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닫힌 문 뒤에는>이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용감한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신고순간부터 재판 이후까지를 함께하며 가정폭력범죄의 실태를 고발한다.


 




아픔과 극복의 기록
사브리나는 5년 동안 교제한 남자친구 폴 홉킨스에게 여섯 시간 동안 폭행당했다. 그녀는 인터뷰 중 “만약 그때 경찰이 안 왔으면 그는 절 죽였을 거예요. 어느 순간부터는 제발 다음 주먹에 맞아 죽었으면 했어요. 그걸로 끝이 나도록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젬마는 헤어진 지 4개월 된 남자친구 드웨인 메이슨에게 폭력을 당했다. 헬렌은 10년을 함께한 로렌스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다. 헬렌은 언어폭력과 정신적 학대에 시달리고, 물리적 폭력에 고통스러워했다. 그녀들은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애인과 자신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이지만, 이를 극복해내고 생존한다.

피움톡톡
상영 후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피움톡톡은 신상희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이 진행하였다. 게스트인 허민숙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의 가정폭력과 생존자들의 심리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속 피해자들은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행동이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것은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어나가는 과정이다. 허민숙 교수는 이 점을 들며 “사회는 피해자에게 왜 헤어지지 않았냐고 물어보지만, 가해자의 동기를 궁금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촬영된 영국만의 일이 아닌데,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폭력 생존자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허 교수는 또한 “한국은 집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 관객은 가정폭력을 겪은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한 번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합리화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환경에 노출된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 된다. 사법제도의 모순은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가 위중한 범죄라는 것과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가해자를 치료하는 제도가 있느냐”는 말에 진행자들은 제도가 부재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신상희 소장은 “가정폭력 신고 후 피해자와 관리자가 분리될 수는 있지만 감호소가 없다. 또한, 가정폭력 사건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는데, 접근금지·친권제한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 건 3%에 불과하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의회에 새로운 개정 내용을 제안할 예정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마지막으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허 교수는 “가장 좋은 사회는 자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사회”라며 “여성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시민의 안전할 권리를 국가가 우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신상희 소장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국회에 법을 제안했을 때 서명 하나도 큰 힘”이라며 가정폭력 추방을 위해 모두가 함께 행동해 줄 것을 당부하며 피움톡톡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