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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교사학습공동체 품앗이, 할머니 배구단 상영회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7. 7. 18. 14:12

여성인권영화제 찾아가는 이동상영회 IN 예산군 교사학습공동체 품앗이

할머니 배구단, 낙천주의자들!



여성인권영화제FIWOM은 2011년부터 매년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은 서울에서만 진행되던 여성인권영화제를 확대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여성인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7월 한 달 동안 찾아가는 이동상영회를 개최하여 총 11편의 상영작을 20개 지역 43개 기관에 나누었습니다.


본 후기는 2017년 7월 13일 예산중학교 교사공동체 품앗이에서 진행한 '할머니배구단' 상영회 후기입니다.



우리 동아리는 예산군 여교사로 구성된 교사학습공동체로 주로 인문학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그 속에서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적 대안을 모색하고 발견하는 일을 주 활동으로 하고 있는데 종종 책 이외에 영화 등에서도 인문학적 토론거리들을 찾아 함께 나누곤 한다. 참여자들이 모두 여성이다 보니 그간 활동해 오면서 과거와 현재의 여성의 삶을 조명한 영화와 책들을 텍스트로 삼은 일들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연령과 경험들이 어우러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동료애를 넘어서 ‘여성’이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기도 했었다.


   이번 ‘여성인권영화제’의 ‘찾아가는 상영회’에 응모하면서 어떤 작품을 고를까 많은 고민이 되었는데 마침 그 달 토론 텍스트가 <은퇴절벽, 문진수>이었던 것이 생각나 할머니들의 유쾌하고 건강한 노후를 다룬 것으로 보이는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할머니 배구단, The Optimists.2013>을 골랐다. 11명 중 과반 수 이상이 50대인 우리 동아리 구성원들에게도 은퇴란 막연히 두렵고, 노후는 지나치게 막막한, 그렇지만 어느덧 뒤꿈치를 밟힐 만큼 가까이 다가올 현실이기 때문에 그 날의 독서토론 분위기가 마냥 밝지만은 않았고 그게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함께 감상한 다큐 속 할머니들의 삶은 우리에게 다가올 그것과는 현실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아흔여덟의 암환자 고로할머니가 새 달력을 넘기며 가지는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아무리 각박한 현실에 핑계를 대더라도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 날에 대한 기대,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며, 긍정 혹은 낙관 역시 그러한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날 문득 무엇을 깨달아 보상으로 얻어지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내 것’으로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 기를 수 있는 능력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보태자면 나는 이 다큐에서 실력에 상관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안부를 묻고, 멤버를 교체해서 게임에 참여하게 해주는 할머니들의 ‘연대의식’에서 <은퇴절벽>을 이야기하며 불안했던 노후의 한 짐을 덜 열쇠 하나를 얻을 수 있었고,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수 년 간 함께 근무하며 같은 책을 읽고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소소한 대소사를 공유하고 지금 내 옆에서 영화를 함께 본 내 동료 선생님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함께 영화를 본 동아리 구성원들 중 일부의 소감은 아래와 같다.


강희선 : 매주 연습은 꾸준히 해왔지만, 지난 30년간 시합에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66세부터 최고령 98세까지의 여성으로 구성된 배구단, ‘낙천주의자들’. 


처음 영화 시작에서 할머니들이 소개될 때 배구를 시작한지 거의 수십년 이상이라는 자막을 통해 배구실력이 엄청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할머니들의 운동장면은 반전이었다. 그러나 스웨덴 남자 배구단 ‘화약남’과 경기일정이 잡혀 연습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  고로라는 할머니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해에는 무슨일이 일어날까?’하면서 기대감을 갖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개 우리는 나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할머니 ‘고로’는 암환자이면서도 암을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낙천주의자’라는 배구단의 이름에 걸맞게 영화 속 할머니들은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을 보여주어 영화보는 내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우리 할머니에게 능동적인 삶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할머니니까, 나이가 들었으니까 못할거야.’라고.  


이 영화를 보고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는 영화 ‘은교’의 대사처럼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건강한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부양의 대상’,  ‘안쓰러움’ 이라는 단어대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떠오르면서 나의 건강하고 신명나는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권혜경 : 인생을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 쉬운 것일까? 가능할 것인가?


‘할머니 배구단’의 원제는 ‘The optimist’ 낙관주의자였다. 60 세 중반부터 98세의 고로 할머니까지 인생을 살 만큼 살아온 사람들, 더구나 여자들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유쾌한 도전과 행복감이 우리에게 ‘아이쿠 저런....’의 행복감과 웃음을 전파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저들의 반만큼이라도 경제적으로 넉넉해지고 정신적으로 주체적이고 정서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을까. 늙음이 낯섦이나 차별(지나친 우대도 차별이다)이나 뒤처짐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는 편안함과 여유. 이런 노년을 꿈꿔 본다. 


  * 인상적인 몇 장면

 1975년부터 사용해 왔다는 주방오븐의 생명력(2012년이 배경이었으니 도대체 몇 년인가?)


 독특한 1인용 눈썰매를 타고  나란히 줄을 서서 눈길을 헤쳐 나가는 모습, 칼라 비닐 봉투로 비닐 가방을 만드는 할머니의 재활용 정신과 솜씨, 공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해도 서 있는 것만으로 격려와 위로를 받던 89살의 할머니 선수.... 할머니 배구단을 기쁨으로 진지하게 지도하던 젊은 지도자들의 모습  등등


 송은미 : 이제 나이가 50대가 되면서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계획을 세워야 할 이 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잔잔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주었다. 


마을 주민들과 늘 만나고 대화하면서 운동을 즐기며 사는 그들의 삶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나라의 노년의 삶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집에서 연금 생활을 하면서 의료케어를 정기적으로 받고 사는 노르웨이의 복지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98세의 고령에도 꼿꼿한 허리에 똑똑한 의식을 가지고 요리, 뜨개질, 집안 관리, 운동까지 다 할 수 있는 암환자 할머니가 우리나라에 몇 분이나 계실지 의문이 든다. 나의 98세가 그 할머니처럼 밝고 활기차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런 할머니들의 스웨덴 팀과의 배구경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고 그런 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나와 주고 공연을 해 주는 사회적 관심들이 과연 그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선진국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고 부럽기도 하였다. 


나의 여생도 여건이 허락하는 데 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건강을 잃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오진영 : 지금의 나와는 먼 나라에서 먼 시간을 살고 있는 귀여운 할머니들의 바람직한(?) 생활을 통해 삶의 소소한 즐거움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는 여유가 부러웠다. 나도 배구단 할머니들처럼 긍정적이고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고운 할머니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배태은 : 할머니 배구단을 보니까 제 삶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나이가 많다 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삶 자체에서 묻어나는 여유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행복이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마음가짐' 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에서 100점짜리 단어는 무엇일까? (알파벳 a=1점,b=2점, c=3점......이라고 했을때)

love도 아니오...happy도 아니요... 바로 attitude!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활기찬 삶을 시작해야겠다.


 이인숙 :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끌려가는 삶이 아니고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존엄성을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고로 할머니의 씩씩함과 밝은 웃음이 아름답다. 암에 걸려서도 당당하게 함께 어울리며 견디어 나가고 죽음에 대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닮고 싶은 부분이다. 노르웨이의 복지와 사회적 분위기가 부럽다. 개인적 노력과 함께 사회적 인식, 국가적 시스템이 함께 갖춰진다면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도 많이 해결될 것이다.


 하은숙 : 노인들의 여자배구단

처음에 98세 노인분이 배구를 한다. 창단한지 30년 된 배구단. 여러 가지 조합으로 경력과 실력이 겸비된 팀이 배구를 할 것이라 생각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엉성하고 규칙도 잘 모르시고 서로 웃어가며 즐겁게 체육관에서 운동 겸 친목 행사를 치르는 모습 이었다. 처음으로 스웨덴 남자배구팀과 시합하기 위해 유니폼을 맞추고, 지원금을 요청하고 연습 과정에서 실수해도 비난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칭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나이 듦'에 대해 새로운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강월규 : 할머니배구단?! 여성인권영화제 출품작으로 다큐멘터리 형태로 제작된 영화라는 선생님의 추천에 우선 가슴이 설렜다. 어떤 감동이 있을까? 뭉클하여 울음을 터뜨리나? 손수건을 준비해야하나? 영화에 대한 기대는 물론 사랑하는 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의 만남에 또한 기대를 갖고 서둘러 도착한 예산도서관 시청각실! 영화신청부터 현수막, 저녁식사 등 신경을 너무 많이 쓰신 흔적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영화가 시작되고 주름진 얼굴 속에 총명하게 반짝이는 눈망울로 공을 좇는 최소66세, 최고98세의 할머니들이 화면 가득 한 분 한 분 비춰졌고, 시작부터 진행되는 내내 웃음과 활력이 넘쳐 놀랐다.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시작해도 40년을 넘게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벅찬 감동이 있었고 '이 나이에 뭘 그런 걸...' 이라 생각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함께 보게 해주시고 식사와 좋은 담화까지 나누도록 애써주신 박선생님, 수석교사 강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동아리도 좋은 책, 좋은 영화40년 넘게 나눠보는 그런 동아리로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