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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족 오리엔테이션 현장 스케치

한국여성의전화 2017. 9. 9. 00:20

지금, 피움족의 속도로

- 피움족 오리엔테이션 현장 스케치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이린



지난 8월 25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피움족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피움족은 여성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을 이르는 명칭이다. 이 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무 명이 넘는 피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지금, 당신의 속도로’

2006년에 시작되어 올해 11회를 맞은 여성인권영화제는 여성 인권을 다루는 국내 유일의 영화제로, 단순히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여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인권 그 자체에 관심을 둔 영화를 상영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여성인권영화제의 영화들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인권 침해와, 그러한 현상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 인권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등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은 ‘지금, 당신의 속도로’이다. 이 슬로건을 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은총 활동가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그 속도는 다 다른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에서 왜 다른 사람은 저런 속도인지 비판하거나, 왜 나는 이런 속도인지 자책하기도 하는데, 사실 방향만 맞는다면 자신의 속도대로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런 슬로건을 정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진지하다가도 즐거웠던, 오리엔테이션 시간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기 전, 모두 함께 제9회 상영작인 <LISTEN>을 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은 먼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의 소개를 들은 후, 여성인권영화제의 역사와 의미, 구체적으로는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에 대해 알아가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여성인권영화제 설명이 끝난 이후에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어떠한 기관인지와 피움족으로서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피움족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나란히 마주 보고 서서 1분마다 상대를 바꿔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낯설어하던 피움족들은 금방 즐거워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이후 함께 제10회 상영작인 ‘침묵을 말하라’를 보며 가정폭력과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가 끝난 후 인권정책국의 장유미 활동가와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가 가정폭력의 실태와 해결 방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피움톡톡이 진행되었다. 영화를 본 후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피움족이 여럿 눈에 띄었다.


팀별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팀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를 배우고, 각자 맡을 일을 다른 팀들 앞에서 발표하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다. 촬영팀은 폐막식까지의 각오를 다졌고, 안내팀은 짤막한 상황극을 통해 안내팀이 맡은 역할을 보여주었다. 이벤트 팀은 각자 생각해낸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팀별 발표 이후, 피움족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성실하게 활동하며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피움족 선언’으로 오리엔테이션이 마무리되었다.




영화제에서 다시 볼 날을 기대하며

피움족 중 한 명인 가영님은 “지난 영화제 때 영화들이 다 너무 좋아서 이번 영화제는 활동가로 신청하게 되었다”며 “오리엔테이션에서 새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 당황했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하현 님은 “페미니즘에 계속 관심이 있었지만,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에 그쳤는데, 이번 영화제 활동 참여를 통해 ‘실천하는 페미니즘’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피움족들은 오리엔테이션 내내 열정을 잃지 않고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밝은 모습으로 설명을 듣고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피움족들의 표정도, 목소리도 제각기 다양했지만,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9월에 진행될 영화제에서는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목표를 실현하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출처] 170825 피움족 오리엔테이션 스케치 기사(네번째 수정) (비공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