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여성인권영화제 '우린 흔들리지 않지'

2020년 12월 1일(화)~10일(목)

피움뷰어

너무나 가벼워 보였지만실은 사소하지 않았던

피움 한국여성의전화 2017. 9. 22. 01:13

너무나 가벼워 보였지만실은 사소하지 않았던

11회 여성인권영화제 경쟁작 <손의 무게> GV 현장

린 여성인권영화제 기자단

 

9월 21일, 압구정 CGV 아트하우스에서 제11회 여성인권영화제 경쟁작 <김장>, <손의 무게>, <미열>이 상영되었다. <김장>은 성폭력 피해자인 주인공이 김장을 위해 할머니댁에 갔다가 다시 가해자인 이모부와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손의 무게>는 고등학교 여학생의 자살을 중심으로, 데이트폭력을 현실적으로그려내는 영화이다. <미열>은 오래전 성폭력을당한 여성이 다시 그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겪는 고통을 다뤘다. 이렇게 세 영화가 연달아 상영된 후, <손의 무게>의 이수아 감독과 슬아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이함께한 영화제 첫 GV가 진행되었다.

 


숨겨진 진실, 그 속의 폭력

<손의 무게>는 행복해 보였던 소미와 지훈 사이에 사실은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장면과 대사를 교차시킴으로써 데이트폭력이 쉽게 은폐되고 피해자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가 끝난 후 GV가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영화 구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질문한 관객은왜 주인공을 청소년으로 선정했는지 물었다. 이에 감독은 “학교라는공간의 특성상, 굉장히 좁고 모든 사람이 작은 일이라도 서로 다 알게 되는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고싶었다”고 답했다. 데이트폭력 가해자인 지훈을 왜 모범생으로설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꼭 평소에도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훈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계속 나왔는데, 감독은 “지훈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지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슬아 활동가는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에게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변명이 ‘사랑해서그랬다’는 건데, 지훈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서 스스로가 잘못했다고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지훈은 여자친구가 죽은 걸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그것 역시도 ‘사랑의 기억’으로 포장하는 겁니다.”라고말을 이어갔다.

 

그건 로맨스가 아니야

영화에서 시사하려던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객의 질문에 감독은 “데이트 폭력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우리 주변에서 정말흔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가해자와 주변 사람들 모두 지금 일어나는 일이 데이트폭력이란것조차 인식하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은 여러 형태의 폭력 중에서도 사랑으로 포장되기쉬운 폭력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시나리오를 쓰면서 “달콤하게 들리는 말들이 사실은 무서운 집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고도 덧붙였다.

 

현실 속의 데이트폭력

영화가 무척 현실적이어서 공감하며 봤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관객은 “요즘 청소년들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이 저희 때와는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 소미의 주변 사람들이 소미의 행실을 탓하는 걸 보니 저희 때와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 놀랐습니다.”라며 이러한 현실이 바뀌려면 어떤 개선 방안이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감독은 “남자친구가 나에게 해코지할지 모른다, 주변에서 나를 이상하게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며 “친한 가족이나 친구조차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말을 연애하면서생기는 푸념이나 행실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는데, 이런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더 두려워하는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슬아 활동가는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가 정착한지도 얼마 안 됐잖아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마무리했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는 데이트폭력을 ‘사랑하니까 연인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있는 일’로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시각으로 인해, 분명히폭력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폭력을 폭력이라고 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도 많은 데이트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딘가에 소미와 같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소미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관객들은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수아 감독과 함께 데이트폭력에 대한 문제의식부터 사회적 인식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내 주변에도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묻어 버린 폭력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